거지 소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6
앨리스 먼로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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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편의 단편소설들이 장편소설처럼 이야기가 전개되는 한 권의 책이다. 연작소설로 만나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각각의 단편이야기들이 하나의 장편으로 완성된 소설이다. 로즈라는 그녀의 유년시절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녀의 가족이야기, 연애, 결혼생활, 이혼 후의 이야기들이 주위 인물들을 통해서 전해진다. 이 작품은 강열하다. 위태로워 보이는 순간들과 선택은 내부의 균열들을 감추면서 결혼으로 위장되고 있었다. 서로가 가진 간극은 극명하였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덮어버리면서 그들은 결혼을 선택하게 된다.


진실이 아닌 거짓말로도 자신의 결혼을 깨뜨리는 로즈의 선택이 인상적이다. 솔직한 감정에 충실하지 못하고 결혼을 선택한 것이 가져다 준 결과는 큰 파동이 되어 스스로를 무너뜨린다. 위태롭지만 외면하고 있었던 여러 감정들을 주시하게 한다. 그녀의 고백과 솔직한 감정들을 작품은 펼쳐놓는다. 더불어 불안과 침묵까지도 가득히 전달해주고 있는 순간이 된다. ​​


가난한 삶이 가져다주는 생활들이 거리낌없이 등장한다. 유년시절에 경험한 것들과 학교생활에서 경험하는 것들, 가정생활에서 경험하는 것들도 매우 사실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던 순간들이 된다. 문학이 세밀한 전달성에 매번 놀라게 된다. 작가의 문체는 개성있고 예리한 시선과 사고의 관점들을 이 소설을 통해서 만나게 한다. 사치의 예민함이 작품에서 느껴진다. ​​


새어머니의 치매 증상과 요양원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층에 따라 증상도 다르고 생활도 다르며 삶도 다르게 조명되고 있었던 노년의 모습이 전해진다. 그녀가 연기 활동을 하는 모습을 시청하고 보낸 새어머니의 편지 내용에서도 느껴지는 간극이 전해진다. 그녀가 느끼는 것과 새어머니가 느끼는 수치심은 너무나도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상이한 가치관과 시선의 끝에 머문 수치심이라는 감정은 서로가 다른 모양새로 접목된다.​

이혼 후 그녀의 생활과 애정까지도 작품을 통해서 전해진다. 결혼하기 전 서로의 가정환경과 문화적인 차이와결혼으로 변화된 그녀의 이야기들 중에서도 특히 고향에서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부류들의 시선과 의도가 기억에 남는 장면중의 하나가 된다.​​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났다고 느끼는 순간과 그 사람을 기다리는 노력들과 연락이 없는 것에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해소하는 기나긴 과정들도 전하고 있다. 우연히 듣는 그의 소식은 놀라움으로 전해진다. 그와 그녀의 사랑과 운명을 암시하듯이 말을 전해주는 슈퍼 가게 사장의 대화도 주시해야 하는 내용이 된다. 사랑도 그녀의 이야기를 이루는 부분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 놀라웠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허리띠로 때리는 장면이다. 아버지의 눈에 혐오와 쾌락이 차오른다... 좋아. 그가 말한다. (36쪽)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가정폭력의 단상이다. 암묵적이고 정당화되고 있는 가정에서의 폭력은 그렇게 아이의 시선에서 보이는 부모의 눈빛은 쾌락까지도 읽히게 한다. <세자매>영화의 장면이 떠오른다. 그 영화에서도 4명의 남매는 아버지의 가정폭력 피해자로 남겨진다.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되어버린다. 어떤 아이에게는 가해자인 아버지의 눈빛과 폭력도 고스란히 되물림된다. 그러한 괴물을 누가 만들었고 누가 멈추게 했는지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 소설에서도 폭력을 가하는 괴물의 눈빛을 작가는 전하고 있다. ​​


가장 인상적인 글귀는 '네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선생님의 질문의 의도였다. 우리가 무엇인지 끝없이 자문하며 오늘도 대답하면서 걷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의 맹점을 이 대화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암기만을 앞세우는 평가방식은 생각의 힘을 단절시키게 한다. 무엇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그릇된 가치관을 교육받고 성장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무엇을 쉽게 간과하면서 지나친 것은 없었는지 자문하게 해주는 질문이 된다. ​​


말가죽으로 만들어진 그녀. 그녀의 삶은 초원의 바람을 피하지도, 햇빛을 피하지도 않았던 삶을 그려낸다. 자신의 삶을 외면하지 않았고 용기내면서 내면의 소리에 외면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결혼과 사랑도 부딪치면서 배우고 깨지면서 알아가는 삶을 걸어갔음을 이 작품의 그녀, 로즈에게서 만나볼 수 있었다. ​

네가 시를 잘 외울 수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고 생각해선 안 돼. 넌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여기에서 가르치고자 한 교훈을 그 어떤 시보다도 중시했고 로즈가 그 교훈을 깨달아야 한다고 진심으로 믿었다. 352~353

높으신 분들이 너무 많이 연루되어 있었기 때문.

일 년 안에 그들은 모두 풀려났고,

모두 사면받았으며,

일자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24


그녀의 집은 아담하고 완벽했다.130

난 내가 오래된 말가죽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분명하게 느껴져요. 초원의 바람과 햇빛에 피부가 그을리고 거칠어졌다.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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