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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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표정의 젊은 청년 루이스를 계속 주시하였던 작품이다. 그의 표정, 눈빛, 행동은 보통의 흐름을 벗어나고 있었다. 그가 성장한 환경, 그가 집을 나와서 도보로 돌아다니면서 경험한 일들, 사람들을 짐작만 하면서 읽어가게 한다. 그리고 일어나는 사건들과 인물들의 죽음. 짐작조차 하지 않았던 흐름이 있었다. 그리고 사건의 흐름은 정리가 되는 듯하지만 더욱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루이스를 알게 될수록 더욱 그의 행동을 주시하게 하였던 작품이다.

인물과 사건들의 흐름 속에서 작가만의 날카로운 시선들을 느끼는 문장들을 만나게 된다. '잘될 것이다'라는 저주받은 명제라는 글귀, 파괴된 대지와 뻔뻔한 태양, 어리석은 직업에 대하여, 잔혹과 탐욕, 삶에 환멸을 느끼는 것에 대한 글귀들도 인물들을 통해서도 예리하게 전하는 작품이다. 누군가를 속여서 뭔가를 빼앗고, 사람을 매수하고, 타락시키고, 유기하는 부류에 대해서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인디언 족장들을 연상하게 하는 큰 인물이 될 수 있었다는 비유에 대해서도 작가가 가진 날카로운 시선을 감지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러한 글귀들과 문장들을 좋아하기에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들이 가진 특징을 조밀하게 떠올리게 하였고 이 소설에서도 대면하게 된다.

나 자신이 비루하게 느껴지고, 무용하게 느껴졌다. 그 어리석은 직업이 매달 모았다가 매달 써버리는 몇 푼의 달러가 아닌 그 어느 것으로 날 데려간단 말인가? 29

밥벌이... 나라면 아무런 이유 없이도 다른 사람들을 살게 만들어주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시절의 플로렌스에서 살고 싶을 거예요. 29

삶과 인생의 비열한 흐름이 존재하고 있지만 작가는 삶을 사랑하고 태양을 떠올리며, 친구들을 떠올리며, 사랑한 것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허영심과 어리석음에 눈이 멀고 인간성을 거침없이 상실하는 인물들의 삶과 결혼, 죽음까지도 자연스럽게 다루면서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것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죽음을 준비하지 않았고 자신의 운명과는 멀게 위치한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에게 준비된 죽음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들의 죽음은 그들의 잘못된 삶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 순간을 선택하는 살인자의 당위성과 비논리가 점점 자리 잡으면서 작품은 흘러가고 있었다. 도로시조차도 말하지 않는가. 자신에게 나타난 인물이 가져다준 것을 상기하면서 떠올리는 것들. 기묘한 느낌과 쓰라린 후회를 잊지 않고 내내 읽었던 작품이다.

인간 존재. 욕망. 행복에 대한 몸서리나는 의지. 사이에는 도대체 어떤 벽이 가로놓여 있는 걸까? 97

폴이 죽든 살든 내겐 아무 상관이 없어요 144

사람들은 대개 전혀 선량하지 않죠.. 그래서 그들은 그들 자신에게조차 선량할 수 없는 거예요. 100

모두 짐승 같은 눈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 모두 말이에요.... 그들은 우리를 해치워버릴 거예요... 109

살인의 이유, 살인자의 감정과 표정을 계속 주시하면서 읽게 된다. 타인의 죽음을 스스로가 단죄하고 명석한 두뇌로 의심을 받지 않으면서 살아가는데 너무나도 평온할 뿐이었다. 감흥조차 없는 어조로 말하는 인물을 내내 살피면서 읽은 작품이다. 중독된 삶과 모호한 표정과 눈빛들. 살인자의 생활방식과 행동들을 계속 주시하면서 의문이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질문에 대응하는 솔직한 살인자의 답변도 낯설지가 않다. 그들의 공통된 오류는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살인을 저지른 이유를 주시하면서 계속 읽어야 하는 작품이었다. 과거, 목표, 인생에 관련된 질문에 흥미로울 게 별로 없다고 말하는 대답을 잊지 않아야 했다.

때때로 삶과 그 연쇄적인 순환의 고리를 얼마나 증오했는지!... 모든 형태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밑바닥에서부터 삶을 증오할 필요가 있었다. 87

죽음을 맞는 프랭크, 볼튼, 루엘라의 공통된 일치점들과 막연한 증거들, 특기할 만한 사항들을 맞이하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 긴장하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야 했던 이유와 인물. 그의 삶과 모호함은 성장한 배경에서 사뭇 짐작하면서 정리해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빠르게 페이지가 넘어간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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