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가벼운 여행 쏜살 문고
토베 얀손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민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다. 순수 미술과 무대 미술, 연극과 시, 소설 등 다양한 활동을 보여준 작가의 소설집이라 펼쳐든 단편소설집은 책 디자인이 가지는 크기와 채도, 색감, 이미지 등에 계속 머무르면서 한 편씩 읽어가게 한다. 단편집을 좋아한다. 단편소설이 가지는 묵직한 물음표들에 빠른 걸음으로 다음 이야기를 넘어갈 수 없었던 많은 작품들을 만난 시간들. 남겨진 여백의 공간들은 결국 독자들에게 던져지는 여정이 되면서 무엇 하나도 가볍지 않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이 된다.

여러 유명한 작가들의 단편집들을 읽었고 앞으로도 읽어나갈 것이다. 특히 이 작가의 작품은 작가만의 그림이 그려진다. 지리적으로 다른 위치에 자리한 나라, 환경적인 것이 주는 작품의 소재와 풍경들, 문화들이 상이하지만 인생이라는 여정에 마주하는 장면들은 다르지 않다는 것과 그들이 나누는 대화들과 몸짓들에 굵직하고도 강한 작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저마다 다른 작품들이지만 강한 여운이 짙게 깔리는 작품들을 계속 만날 수 있는 멋진 소설집이다.

힐다의 검소한 방 97쪽 -<낙원>

그녀는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대상이었다. 98쪽 -<낙원>

다른 사람의 인생 속, 그의 냉장고 안으로, 침대 안으로, 걱정스러운 출발 안으로 잠입하다니... 내가 이기적이었다. 100쪽 -<낙원>

메모하면서 한 편씩 읽었다. 어떤 작품은 긴 메모가 남겨져 있지 않지만 작품 제목과 메모만으로도 한 편의 소설이 다시 펼쳐지면서 긴 호흡을 하는 여정이었다. 작가의 소설이라는 매력에 점점 빠져들면서 작은 책 디자인, 작은 활자에 눈의 피로도는 높았지만 마지막 작품까지 깊게 호흡하면서 이야기의 흐름 속으로 빠졌던 나날들이 떠오른다.

어떤 작품은 노년의 인물들을 통해서, 다른 작품은 이질적인 아이의 모습과 아이의 대화를 통해서, 대자연을 향한 작가의 시선까지도 여러 차례 느끼기도 한다. 현대 문명이 가진 문제점과 질주하는 방식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도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검소함과 가벼운 여행이 가지는 깊고도 깊은 의미까지도 작품에 자연스럽게 흐르게 한다.

노년에 돌아보는 젊은 날의 무지함과 빠른 질주가 정답이 아니었다는 것도 인물을 통해서, 여러 작품을 통해서 전하는 작품집이기도 하다. 사업으로 바쁜 아빠의 모습과 남편의 모습도 여러 작품에 등장시키면서 그들의 쉼 없는 바쁨이 무엇을 가지게 했고, 무엇을 잃게 하였는지도 체육교사의 죽음과 아이의 대화와 예민한 행동방식들을 통해서 여실히 보여주기까지 한다.

불행하면서도 그런 줄 모른다 165쪽 -<체육교사의 죽음>

사람이 젊은 건 몇 년 동안일까? 67쪽-<기억을 빌린 여자>

경쟁과 질주, 비교 분석, 통계, 성과, 부의 가치가 절대적인 것인지, 그 과정은 진정 정의로웠는지도 작품의 인물들을 통해서 짚어주기도 한다. 양심이 작동하는 인물이 있기도 하지만 태연하면서 무심하게 죽음을 바라보는 인물들도 보여준다.

우리는 우리보다 작은 무엇도 죽이지 않았다. 150쪽 - <숲>

<팔순 생일>, <체육교사의 죽음>,<두 손 가벼운 여행>을 손꼽아 본다. 단편소설이 가지는 매력과 깊은 여백에 흠뻑 빠져들면서 읽었던 소설집이다. 작가의 다른 책들까지도 관심이 생기게 된 소설집. < 두 손 가벼운 여행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