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정면
윤지이 지음 / 델피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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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아이와 함께하는 삶은 무기징역. 이기적이고 겁쟁이. 이 부부에게 두려운 건 죽음이 아닌 삶이었다. 34쪽

7년 차 부부의 일상과 직업, 첫 만남과 연애, 결혼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 부부에게는 친밀감이 보이지 않는다. 서로가 절제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부부이다. 이 부부는 이 부부가 두려워한 것은 죽음이 아닌 삶이었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목숨을 사유하는 시선, 아이와 함께하는 삶은 무기징역이라고 명명하는 문장도 마주하면서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짐작하면서 읽어간 작품이다.

정신과 의사인 남편의 시선을 따르면서 느끼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것들이 혼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집에서 그림을 그리며 밤에는 심야 카페를 무인으로 운영하지만 그 카페를 늘 지키고 있는 카페 주인이기도 하다. 이 부부의 생활패턴과 대화, 일상생활들이 불안하게 조명된다. 남편에게 나타나는 소년의 정체도 점점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이 부부가 나누는 대화들과 아내가 그리는 그리스 풍경 그림의 의미까지 마지막 페이지를 만나면서 서서히 균형감을 잡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가을. 환자들이 늘어났다. 나는 환자들의 그 끝없는 절망, 어이없는 괴로움의 생김새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92쪽

우울함과 불안, 슬픔 등 어둠을 대변하는 여러 증상들과 감정들이 등장인물들과 환자들을 통해서도 전해진다. 이상한 행동을 몇 차례 보이는 등장인물은 위태로워 보이기 시작한다. 약을 처방받고 행복과 기쁨을 느끼는 인위적인 감정을 사실 모르기에 삶과 죽음의 경계선의 나날들은 위태로워 보이는 순간들이 된다.

소년이 이 부부와 함께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 소년이 보인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와 성숙해진 소년에게 말을 건네면서 나누는 대화는 큰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 되고 있다. 온전히 한 사람이 중심을 잡고, 뿌리가 튼튼하게 서 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소설은 말하고 있다. <어둠의 정면>이 가지는 의미를 이 부부와 환자들의 모습들을 통해서, 그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을 통해서 대면해 주고 있다. 어둠이 사라지고 빛이 비치는 삶의 전환점을 작품으로 만나보았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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