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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평점 :
이 책은 인스타그램과 서점에서도 자주 보였던 책이었다. 걷는 산책길에도 서점이 보이면 지나치지 않고 꼭 들려서 진열된 책들을 눈에 담는 시간을 가진다. 많은 이들의 손과 눈과 기억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소설의 이유를 만나본다. 책표지가 다양한데 지금 고른 책은 리커버 도서이다. 책 디자인과 색감, 책표지를 만졌을 때의 감촉과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끼는 독특한 책 디자인은 읽는 내내 색다름을 매번 선사해 주었던 소설이다. 리커버 책이 보이면 기회가 되면, 이왕이면 그 책을 골라서 읽게 된다.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이 소설의 첫 이야기부터 강열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강한 잔열을 남겼다. 중반부를 넘기고 후반부를 만나면서 또다시 놀라운 반전이 전개되었다. 그리고 주인공의 선택도 꽤 흥미로운 '모순'의 대열 속으로 진전해가는 이야기를 만난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말캉하지 않은 작가의 의식과 문체에 충분히 끌렸고 또 다른 작가의 작품들도 만나야겠다는 다짐도 가져본 소설이다.
행복한 삶을 떠올려보게 한다. 성공한 인생이 무엇인지도 함께 목록들을 정리하다 보면 이 작품 속의 두 명의 쌍둥이의 인생과 삶들이 기꺼이 이야기와 함께 흐르게 된다. 흐트러짐 없이, 변화조차 허용되지 않는 반듯한 인생의 삶이 가지는 의미에도 질문들과 함께 반추하는 시간을 가져보게 한다. 화자가 결혼을 선택하는 이유와 배우자를 선택한 순간까지 그녀가 쏟아낸 이야기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리고 그녀의 배우자와 함께 설계될 인생이라는 지도는 분명히 이야기가 넘치는 삶을 그려낼 거라고 믿게 된다.
대조적인 인물들의 삶의 이야기. 엄마와 쌍둥이인 이모의 삶과 엄마의 삶은 매우 극명하게 대조된다. 그뿐만 아니라 화자가 만나는 이성도 상반되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그녀가 느끼는 감정과 그녀가 보여주는 솔직함과 숨김마저도 차이를 가지게 된다. 변화도 많고 삶을 헤쳐나가고자 스스로 터득한 엄마만의 살아가는 방식과 이모가 평온하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들. 이모가 선택한 것들과 이모가 놓아버리는 것들의 이유들도 짙은 선이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이 던져주는 질문들과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대응하는 것이 가지는 저마다 이유들을 흥미롭게 만났던 것 같다.
'모순'이 가지는 많은 모순들을 만나보았던 소설이다. 탐구하면서 살아갈 것인지, 살아가면서 탐구할 것인지 던지고 있는 이 질문들을 꽤 흥미롭게 반추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21쪽
사랑을 시작했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워하게 된다는, 인간이란 존재의 한없는 모순... 232쪽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해서 꼭 부끄러워할 일만은 아니라는 깨달음...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 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 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22쪽
사람들이 진짜로 즐기는 유희는 고상한 것보다는 다분히 악의적인 것들이 훨씬 더 많다. 13쪽
달리기만 할 줄 알고 멈출 줄은 모르는 자동차는 아무 쓸모도 없는 물건이듯이, 인생도 그런 것이었다. 언젠가는 멈추기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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