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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아, 사람아! -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개정판
다이허우잉 지음,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 2021년 4월
평점 :
이 소설은 신영복 번역과 법정 스님의 추천글에 마음이 움직인 책이다. 중국문학이라 기대감을 안고 읽었는데 역시나 그 기대는 충분했다. 오랜 세월 기억에 남아있을 책 한 권이 추가된 작품이다. 양장본이며 가름끈이 있어서 읽기 편했던 소설이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소용돌이를 작품을 통해서 경험해보면서 그 시대의 여러 면들을 대면하게 된다. 이념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인지하지도 않는 이들이 계급을 가지면서 개인적인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과정들을 보여주기도 하며 그 희생양이 되는 이들은 무수히 많음을 작품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희생된 이들의 이름들은 그 누군가의 가족이며 존중받을 존재였음을 매만져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정신을 놓고 어떤 이들은 죽음을 향해서 직접 자신의 발로 강을 뛰어들기도 한다. 이들은 이 혼돈의 시대의 이념을 얼마나 이해했을까? 모순되는 양상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기도 한다.
사람아 아, 사람아! 인간이란 모두 이렇다. 아침부터 밤까지 싸워도 나아지는 것은 없고, 그렇다고 해서 싸우지 않으면 더욱 악화된다! 404쪽
자기비판과 일기가 공개되는 상황들과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을 온몸으로 감당했을 시대의 이야기 속에 초대된다. 이분법적인 분열로 좌파와 우파라는 경계로 고난을 당하는 인물들도 등장한다. 기나긴 세월을 유랑민으로 살아간 인물의 삶도 문화대혁명의 희생양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기나긴 고난의 삶 속에서 그가 스스로 발견하고 깨달은 것은 놀라운 성찰의 경지가 되기도 한다. 그의 억울함은 제자리를 찾으면서 다시 돌아온 그에게는 순탄하지는 않지만 그에게 호감을 가지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는 상황들이 전개된다.
기회를 잡으려는 자, 어깨 위에 머리가 없는 자, 아내이지만 사랑하지 않는 자들, 사랑하지만 결혼하는 것을 머뭇거리는 자들, 소신을 분명히 말하면서 아버지에게도 거침없이 문제점을 말하는 아들, 부모의 이혼으로 온전히 감당하며 고독을 일찍 알아버린 15살 소녀. 이외에도 많은 인물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인물들마다 내면의 목소리들을 진중하게 전해 듣기도 하는 소설이었다. 혼돈의 시대에 그들이 감당했었던 젊은 날들과 사랑들이 이야기된다. 그리고 세월은 흘렀지만 그들의 토론은 뜨거울 때가 더 많았던 날들로 기억된다.
사람은 청춘을 맞고 그러고는 늙어 간다. 일생에 한 번. 160쪽
젊은 20대의 사랑과 이념의 혼돈의 시대에 그들이 감당한 날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 무거움이기도 하다. 비겁해지기도 하고 비난을 받는 인물도 있지만 고난의 길을 기꺼이 함께 하겠다고 동행하는 인물들도 있었던 소설이다. 딸을 위해서 희생하는 엄마의 사랑과 엄마의 사랑을 위해서 딸이 기꺼이 건네는 제안도 성숙해지는 과정의 모습으로 보이는 장면이기도 하다. 응원했던 일들이 잘 이루어질지 내심 걱정도 했었던 작품이었다. 쑨웨라는 인물이 전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그녀가 스스로 깨달은 것들을 열거하는 내용이 좋았다. 고단한 그녀의 인생들이 떠오르기에 행복한 여생을 기원해 주고 싶었던 소설이었다.
(리투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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