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평점 :
미래의 세상을 잠시 떠올려보게 한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과 현재의 모습만 비교해보아도 미래를 그려본다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은 두려움이 엄습해온다. 그리운 것들을 떠올려보다 보면 맑은 하늘과 깨끗한 공기와 안전한 물이 아닐까 싶다. 어느새 우리는 물을 믿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고, 숨쉬기 힘든 발암물질 1등급에 속하는 공기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자연은 변함없이 정화되어 우리들에게 맑은 것들을 되돌려주고 있지만 우리들은 성장과 발전이라는 어두움에 갇혀서 회색 연기와 동물들을 살처분한 것들을 땅속으로, 지하수로 흘러버리고 있다. 공장의 폐수와 원자력발전의 방사능 물질, 플라스틱 잔해들이 바다를 깊게 침범한 것이 이 시대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지금도 오염되고 힘겨워하는데 앞으로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질문하게 하는 소설이다.
에이에프라는 미래의 인공 로봇 클라라는 매장에 진열되어 판매를 기다리고 있다. 생각도 하고 감정을 읽고 관찰도 하는 다른 인공로봇과는 다른 면을 보이는 클라라이다. 이러한 클라라를 알고 있는 매장의 매니저는 클라라에게 애정을 보인다. 어느 날 조시라는 여자아이가 매장 유리창 너머로 대화를 하면서 기다려달라고, 꼭 다시 올 거라고 다른 사람에게 판매되지 말라고 한다. 클라라는 여자아이 조시를 기다리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를 점점 이 가족들과의 이야기들로 전개된다.
자식에게 좋은 세상을 주고 싶었던 조시 엄마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은 위험성이 전재되는 선택이기도 했다. 조시의 언니와 조시는 엄마의 선택으로 향상된 아이가 되는데 견디기 힘든 두려움과 슬픔과 동행하면서 엄마는 후회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일반적인 어른의 모습을 보이는 의사와 조시의 엄마는 조시가 위급한 상황에서 어김없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클라라는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무한한 사랑과 희생을 보이고 있었다. 해가 조시에게 특별한 도움을 주기만 한다면 더 내줄 수도, 전부 다 내 놓을 수도 있어요. (396쪽)
아이는 성장했고, 처음 클라라를 만났던 아이의 모습은 변했다. 그렇게 아이는 성장했고 어른이 되었다고 담담하게 소설은 이야기한다. 클라라도 아이의 성장과 가족들의 변화에 묵묵히 받아들이며 기억들을 떠올리면서 시간을 보낸다. 조시의 엄마와 조시가 선택하는 것들은 클라라의 자연스러운 떠남이었다. 클라라는 조시 가족들과 조시와 릭의 사이를 관찰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깨닫는 모습을 보인다.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는 그 무언가를 클라라는 스스로 깨닫게 된다. 어쩌면 생각하지 않는 인간보다도 더 나은 인공 로봇의 모습을 보인다. 어리석은 인간들을 소설 속에서도 우리는 목도하기도 한다. 향상된 아이들이 보이는 태도와 말과 생각들이 바로 그것이다. 향상된 아이들이 가지는 모임에서의 엄마들의 대화에서도 고스란히 소설은 보여주기도 한다. 회색 연기를 보지만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현대인들에게도 자각시켜주고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클라라가 파괴하려고 하였던 기계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부각된다. 뿌연 공기, 숨쉬기 힘든 공기들이 미래를 흐리게 한다는 것을 소설은 암시적으로 전한다.
폭포에서 클라라와 엄마가 나누는 대화도 인상적이다. 엄마가 클라라에게 질문하는 것들의 의미와 엄마가 계획한 초상화라는 작업의 의도가 드러날 때는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던 순간이기도 했다. 인간이 가진 어리석음을 초상화라는 작업과 클라라를 고른 이유와 접목하다 보니 조시 아버지가 보였던 모습과 대화들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클라라는 조시 엄마의 표정을 충분히 읽어내고 있었다. 눈빛이 변했고 잔인한 기색이 어렸다.(158쪽) 잔인하게 웃는, 슬픔도 어려있는 조시 엄마 (159쪽)
클라라. 너는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니? 138
클라라. 그 가게가 그립니? 139
그리워하지 않는 거.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거. 자꾸 지난 일을 돌아보게 되지 않는 거. 139
어머니 얼굴이 워낙 야위고 수척해서 143
날마다 조금씩 감정이 사라졌지. 151
젊은 아이들 조시와 릭. 이들의 성장과정도 의미가 깊게 드리워진다. 사랑하고 계획하며 희망을 가지는 모습 속에서도 자신들의 다른 길이 있고 그곳에서 서로의 꿈과 계획들을 이루고 있는 모습들이 건강하게 그려진다. 릭도 자신의 열정과 계획들을 향하며 의욕적으로 살고 있을 것이며, 조시에게도 그런 희망을 그려보게 하기 때문이다. 릭이 우리가 물려준 엉망진창 세상에서 자기 길을 꼭 찾기를 바라요. (345쪽)
해의 자양분이 중요한 클라라. 햇살과 해의 존재는 클라라에게 큰 의미이다. 우리들에게도 해는 큰 의미가 된다. 조시를 건강하게 해줄 거라는 클라라의 믿음과 사랑과 희망들이 함축되는 크나큰 존재이기도 하다. 클라라는 해와 대화를 나누고자 거침없이 도전하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클라라를 만나게 된다. 진실되고 간절한 클라라의 바램과 소망은 이루어질까? 해에게 조시에게 특별한 자비 구하는 절박한 심정. 클라라 (246쪽) 기적 같은 기이한 장면들을 목격하는 이들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태양이 보여준 기적 같은 순간을 잊지 않는다. 릭이 기억하고 회상하듯이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해가 보여주는 기적을 잊지 않을 것이다. 클라라와 태양. 책 제목과 책표지 디자인, 속지 디자인들까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야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클라라와 태양이 보여준 사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리석은 모습과 엉망진창인 세상을 우리들의 자녀들에게 물러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이 소설을 통해서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던 시간이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출간되어 얼마나 기뼜는지 모른다. 영화화된다는 소식도 접하니 영화도 기대하게 된다.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을 보고 많은 감동을 받았던 순간이 떠오른다. 가독성 좋고 책장은 멈추지 않았던 소설이다. 6부로 구성된 작품이며 양장본이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인간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인간만큼 복잡한 마음을 로봇이 습득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지금도 AI가 인간을 대체해서 일을 하고 있지만 오류와 문제점들이 우리들의 일상 속에도 빈번하게 경험하게 하고 있지 않는가. 사실 불편함을 더 많이 느끼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의 가진 단점들이 더 부각되면서 떠오르는 것이 현실이다. 클라라도 인간의 마음, 내면 깊은 것을 배우지 못했을 거라고 인정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 내용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놀랍고도 신비로운 인간의 마음을 다시금 떠올려보게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인간의 마음.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것. (320쪽)
가장 배우기 어려운 부분일 것 같습니다. (32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