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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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들을 꾸준히 읽었기에 믿고 펼친 작품이었다. 이례적인 두 번의 수상이라는 홍보글에 또 한 번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간 소설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와 <제1구역> 두 작품들보다는 두께감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작품에 내밀하고도 촘촘한 작가의 첨예한 문장은 무수히 많이 밑줄을 치고 사유하면서 깊게 읽은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작품은 허구이며 상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작품은 미국의 지나온 시간들의 기록물들이며 현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작품이 가지고 있는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리는 시간들로 충분하게 채워진 시간들이 된다.

문학은 깊고 넓은 빛이 되어서 많은 독자들과 호흡하면서 인류가 보여줬던 과오와 오점들을 들추어낸다. 이 작품에서도 인간의 본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읽었다. 어떠한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눈빛이 달라진다. 눈빛은 그 사람의 본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인물들을 대면해 준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엄마의 눈빛이 멍하다고 표현하였는데 어김없이 그녀는 모성보다는 본성에 충실하면서 아이를 두고 훌쩍 떠나버린다. 그녀가 엘우드의 엄마였다. 엘우드의 이야기가 많이 소개되고 있어서 반전이 이루어지는 이야기는 매우 놀라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빈틈없이 구성된 작품이라는 것에 찬사를 보내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악의를 가지고 악행을 저지르는 인간의 모습들. 누군가의 아이아버지이며 남편이기도 하고 아들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악의를 거침없이 보이며 죄책감도 없이, 연민도 없이 아이들에게 폭행하고 죽음까지 몰고 가는 잔혹성을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만나게 된다. 인종차별이라는 한계점보다는 인간의 본성에 맞추면서 끊임없이 작품을 보면서 인물들을 만났던 시간이다. 법과 규칙은 바뀌었지만 세상은 어김없이 변하지 않고 있음을 작품은 또렷하게 전한다.

차별을 온건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차별에 대응하고 움직이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했다. 평범한 일상의 기쁨조차도 가져보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는 것을 작품은 말한다. 다시 말하면 부모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책임지지 못한 부모들, 아이들에게 폭행과 감금, 살인까지도 거침없이 행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보인다.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은 부모에게서도 버림받고, 세상의 어른들에게도 버림받는다. 그리고 세상에 호소한 용기 있는 움직임에서도 보호받지 못한다. 상실을 거듭해서 경험한 아이들에게는 희망도 없고 꿈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돈을 받고 사라진 변호사, 고발하는 목소리에 외면하는 세상까지도 작품은 놓치지 않는다. 지나온 역사의 흔적들이며,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의 모습들이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지키고 놓치고 있었는지 잠시 멈추면서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차별은 인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작가의 작품은 큰 획이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들을 모두 읽어보았기에 세상의 움직임은 미비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다시금 떠올려보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은 책이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은 매우 강열했다. 그리고 에필로그까지도 멋지게 이야기는 마무리한다. 빈틈을 느낄 수가 없었던 작품이었다. 촘촘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매우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사람은 자기가 배운 대로 가르치는 법이다. 206

그들은 평범한 삶이라는 소박한 즐거움조차 누릴 기회가 없었다. 경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불구가 되어 절룩거리며, 정상이 되는 방법을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209

백인들이 흑인을 짓밟는 데 얼마나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는지... 258

하지만 세상은 침묵을 지켰다. 260

승자들을 응원하는 일은 쉬운 일이었다. 200

멕시코인 제이미. 내가 사는 게 원래 이래. 탁구공처럼 왔다 갔다. 110

법을 바꿀 수는 있지만, 사람들이 서로를 대하는 태도는 바꿀 수 없다. 니클의 인종차별은 지독했다...사악함의 뿌리는 단순히 피부색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아이들이 이런 곳에 오게 만든 그 모든 부모들,사람들이 문제였다...책에는 나오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려고. 137

한밤중에 아이를 버리고 가버리는 어머니가 어디 있는가. 아이가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라는 듯이.(엘우드의 아버니와 어머니) 161

근면은 기본적인 미덕이었다.열심히 일하다 보면 행진을 하거나 농성을 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다.47

그가 행진한 것은 자신이 포함된 흑인들의 권리나 자신의 권리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에게 고함을 지른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모든 사람의 권리를 위한 것이었다. 나의 투쟁은 너의 투쟁, 나의 짐은 나의 짐, 하지만 이런 뜻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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