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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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희곡 작품은 처음이다. 작가의 2번째 작품이라고 번역가는 책에서 소개해 주고 있다. 설렘으로 책을 펼쳤는데 책장은 빠르게 넘어간 듯하다. 쉼 없이 1막의 천국 도착, 2막의 지난 생의 대차 대조표, 3막의 다음 생을 위한 준비를 읽게 된다. 활자만이 존재하는 책이지만 독자가 되어서 무대를 그대로 펼쳐놓으면서 조명과 나누어진 공간들, 소품들, 음향까지도 완벽하게 준비하면서 작품 속으로 초대받은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피고인, 피고인 측 변호사, 검사, 재판장이 등장한다. 수술하는 장면, 법조계의 부패에 대한 이야기, 교육 문제들까지도 작품은 조목조목 짚어준다.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문제들을 작가는 놓치지 않으면서 독자들과 함께 사회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문제를 직시하면서 냉철하게 분별하는 많은 시민들이 있다면 사회는 분명히 변화할 것이라고 믿어보지만 견고하고 단단한 부패한 벽들은 쉽게 자신들의 민낯을 보이지 않으려고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는 것을 이 사회에서도 자주 목도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프랑스 사회의 문제들이 곧 우리 사회의 문제들과도 중첩되기까지 한다.

작가의 작품들을 꾸준히 읽게 된다. 이 작품에서도 등장하는 고양이, 영매, 영혼에 대한 이야기들은 스쳐지나지 않게 된다. 의식의 소리에 계속 귀 기울일 때 펼쳐지게 될 인생 경로...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징표들이 끊임없이 이 삶의 여정을 당신에게 일깨워 줄 거예요... 꿈이나 전조, 설명 불가능한 욕망, 직감 같은 것들... 197쪽

좋은 학생, 좋은 남편, 좋은 직업인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피고인이 등장한다.

하지만 변론되는 사실들에 또 한 번 독자로써 작품에 몰입하는 순간이 된다. 누구에도 들키고 싶지 않은 순간들, 기억들, 사건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는 심판의 현장의 긴장감까지도 느껴보게 한다. 우리들이 추구하고 갈망하였던 것들은 어떤 성향이었는지 다시금 되묻는 순간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평온하고,

지나치게 틀에 박힌 삶을 선택하고,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등한시하고,

운명적 사랑에 실패함으로써...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의 비유...

너는 너의 재능을 어떻게 썼느냐? 133쪽

마지막 장면에서도 또 한 번 작가는 도전을 선택한다. 인물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들은 많은 것들을 시사해 준다. 고동치는 심장, 송송이 맺히는 땀, 입안에 고이는 침... 맛있는 것을 먹고 사랑을 나눌 때의 기쁨, 선들선들하는 바람,... 심지어 노화까지도, 느껴 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전달된다. 그리고 그녀가 선택하는 것까지도 도전이 된다. 작품은 가독성이 좋고 흡입력도 뛰어나서 누구나 읽기 편한 작품이다. 책 사이즈도 크지 않은 디자인이며 양장본이라 가방에 넣기 좋은 사이즈이다. 무겁지 않게 작가가 이야기를 흘러가게 하였던 작품이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던 논제들을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매력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할 일 없는 부자들이 좀 ... 무르죠. 178쪽

젖을 먹이게 될 거예요. 신비로운 느낌이죠. 173쪽

인간들은 자신의 행복을 일구기보다 불행을 줄이려고 애쓰죠. 그들은 거시적으로 보지 못해요. 142쪽

그가 몰래 와서 영혼의 무게를 다는 걸 지켜보는 것 같아요. 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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