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드림 - 빨강머리 앤의 시작
리즈 로젠버그 지음, 줄리 모스태드 그림, 이지민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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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의 작가에 대한 책이라 머뭇거림 없이 선택한 책이다. 여성작가가 시대를 살아간 이야기들을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시대적 관념, 시대적 권위, 시대가 여성에게 기대하였던 것들과 그 누군가는 조용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그녀의 삶은 짐작했던 것만큼 어두운 채도들이 낮게 드리워진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두 가지의 상상력이라는 강하고도 아름다운 친구가 동행해 준다. 상상 속의 친구들이 그녀에게는 공간마다 존재한다. 그렇게 그녀는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현실의 고단함도 녹여주는 멋진 강점을 지니면서 작가가 되는 시간들을 기다리게 된다.

그녀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 대한 이야기, 정신적으로 외롭지 않게 해주었던 많은 친구들, 숲길, 바다가 보이는 풍경을 안고 있는 방, 고양이 친구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혼자가 된 그녀에게 두 가지 위안거리가 소개되는데 바로 책과 자연이라고 말한다. 또 하나, 그녀의 매우 강력한 지지자였던 외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여러 차례 소개되는 외할머니가 보여준 사랑과 믿음과 지지가 있었다는 것은 큰 사랑이 된다. 반면에 그녀의 아버지가 보여주는 선택들은 크나큰 실망으로 조명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를 사랑했고 그 사랑은 변함없었다는 것도 전한다. 외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보여주는 모습들에 상당한 실망을 여러 차례 느끼면서 책장을 넘겼던 부분으로 떠오른다.

그녀의 우울증과 그녀 남편의 조울증을 이 책을 통해서 더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그녀의 삶은 고난이 연속되었지만 작품을 그 시간 속에서도 계속 집필하였다는 것이 가장 눈길을 끈다. 글을 쓴다는 것이 가진 위력은 무엇인지도 질문해보게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녀는 시간을 쪼개서 작품을 위한 시간에 투자를 한다. 그녀가 보여주는 성격과 상상력, 의지와 자연을 사랑한 그녀의 삶은 작품 속에서도 고스란히 반영이 된다.

그녀의 사랑과 연애, 그리고 결혼과 자녀에 대한 이야기들도 소개된다. 부모가 되었을 때 그녀가 느꼈던 행복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름다운 인생만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예고되지 않은 불안들이 급습하기도 한다. 그녀에게도 남편과 장남이 보여주는 불행들이 이어진다. 짐작하였던 것만큼 장남은 그녀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실망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줄 뿐이다. 그녀가 자살을 선택하였던 이유들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다.

모성이란 것은 매우 달콤하다... 하지만 매우 끔찍하다.

'그들에게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하고 그녀가 중얼거렸다.

뭐, 그게 바로 삶이었다. 기쁨과 고통, 희망과 공포... 그리고 변화. 변화는 늘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오래된 것을 놔버리고 새로운 것을 마음속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 봄은 사랑스러웠지만 반드시 여름을 받아들여야만 했고, 여름은 가을에 져주어야만 했다. 319쪽

이 책의 마지막 문장에 전율이 흐르기도 한다.

모드가 드디어 집에 온 것이다. 333쪽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밑줄 치는 문장들이 수북하다.

분노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면서 응원해 보았던 그녀의 인생은 타인에 의해서 무너지기도 한다는 것을 목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말한다.

완벽한 행복을 나는 단 한 번도 누리지 못했고 앞으로도 누리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에는 훌륭하고 매우 아름다운 시간들이 많이 존재했다. 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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