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들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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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에 이어서 증언들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서점 홍보글에서 읽었다. 기다려지는 책이었다. 시녀 이야기는 충분히 충격이 되는 이야기였다. 묵직한 충격은 가상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역사적으로 여성이라는 성은 얼마나 힘없이 유린당했었는지 작품을 통해서도 연관 지어서 떠올려볼 수 있었던 작품이 되었다. 이어서 만나는 증언들. 이 책은 무엇 하나 소비성으로 남겨지는 공간이 느껴지지 않는 밀도가 높은 이야기들로 이어지고 있었던 작품으로 기억된다. 그 무엇도 낭비되지 않는 생각들과 감정들이 계속 흐르는 작품이었다.

감시, 고발, 폭력, 총, 새로운 사회, 새로운 계급, 복종, 순종이 강요되고 규격화되고 있는 길리어드가 등장한다. 여성은 낮은 계급으로 내려앉는다. 누구도 예외는 없었다. 그리고 처형되는 장면들이 목도되면서 반항하고 미쳐가는 여성들도 낮게 끊임없이 흐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던 시대의 이야기다. 그곳에 시녀라는 여성들이 있었다. 그리고 갈색 옷을 입은 아주머니라는 여성들도 존재한다. 그들이 기록하고 읽고 보관한 자료들. 미소와 일률적으로 읊조리는 말들은 기계적인 음성으로 들리는 길리어드가 조명된다. 속내는 감추어야 한다. 그리고 이름 없는 두려움이라는 존재를 늘 곧추세우면서 살았던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느 시대이든지 순종과 복종보다는 그 시대를 무너뜨리고자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작품 속에서도 비밀스럽게 활동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암시적인 활동들은 우리들의 지나온 역사들의 사건들과도 연관 지어서 작품 속에 묻어 나오기도 한다. 

겉으로 보이는 계급사회의 농밀한 내부의 모습은 음모와 파괴와 파멸이 자리 잡고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서도 만나게 된다. 끊임없이 어린 여자아이들은 이유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새로운 어린 아내를 맞이하고자 준비되는 죽음들이었음을 알게 된다. 문제없는 사회처럼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숨기며 감추려고 한다는 사실도 작품은 고스란히 보여주기까지 한다. 

무자비하고 잔혹한 인물로 묘사되고 기록된 한 여성은 자신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또 계략을 준비하고 진행하기까지 한다. 그 계획에 희생된 한 소녀가 있었으며 그 소녀의 죽음을 떠올리며 조각된 조각상의 글은 이 한 권의 마지막 글이 된다. 

소녀들은 학교에서 배운 사실들이 진실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문을 두드리고 열어서 직접 경험해야 알게 되는 진실들은 있기 마련이다.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서 순종하며 복종하는 사람들로 교육받는 것이 정답은 아닐듯하다. 이 작품 속에서도 소녀들은 그렇게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준비하며 경험하게 된다. 어떤 소녀는 죽음을, 어떤 소녀는 도전을, 어떤 소녀는 희망을 가지며 ... 

한 권의 가치는 충분히 넘쳤다. 빠르게 읽지 않았던 소설이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음미하며 질문들이 무수히 많아지는 소설이었다.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을 읽어가는 시간은 충분히 역사들을 함께 떠올려보면서 작품을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된다. 성경과 인간, 역사, 복종, 순종, 성, 계급. 폭력과 잔혹성까지 첨예하게 떠올려볼 수 있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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