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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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 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 재인 출판사 / 2019년 독서

제목이 가지는 의미를 충분히 짐작하면서 읽게 되는 소설이다. 어김없이 의문의 죽음이 시작되고 소녀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죽음에 시원스럽게 해답을 주는 분위기 아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소녀는 어머니의 죽음과 자신의 존재에 대해 다시금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슬픈 일은 가슴속에 묻어 두고 절대 그 문을 열지 말거라.그렇게 5년 남짓 세월이 흘렀다. 35쪽

그리고 또 다른 소녀와 그녀의 어머니. 소녀가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엄마는 많이 불편해하고 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사건들이 전개되기 시작하면서 죽음이라는 사건과 연관 지으면서 등장인물들을 용의선상에 놓아보게 된다. 그렇게 추리를 거듭하는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 내가 텔레비젼에 출연했기 때문에,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기라도 한 것일까. 54쪽

레몬을 좋아한 두 젊은 여성은 다른 환경에 성장하며 다른 성향을 보이면서 성장한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레몬 먹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이 젊은 여성의 탄생과 존재의 의미에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생명이 탄생하기까지는 신의 조화로운, 놀라운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이 신의 세상을 흉내 내고 일방적으로 조합해보고자 한다는 사실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기에 우려와 경고를 끊임없이 그들을 향해서 쏘아 올린 공들이 많았음도 다시금 조명해보게 한다. 이 소설도 인간이 쌓아올리고 싶어하는 높다란 탑의 하나 중의 하나가 소재가 된다. 금기되는 인간의 존재가치에 대해 질문하는 소설이다.

인간이 가진 정치력과 권력이 위험한 힘을 발산하면서 인간의 생명을 실험 대상으로 인위적으로 조작한다면, 그렇게 탄생하는 인간은 처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실험하고 데이터를 내고 여러 가지 가설에 어떠한 반응을 보이는지 결과물로만 대상화된다면 얼마나 처참한 기분이 들까 생각해보게 한다.

인간의 오만함은 신의 영역에도 도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은 그 무엇도 허락해주지 않는다. 인간이 가지는 가설의 범주를 넘어서는 엄청난 세상에서 우리들의 생명의 싹을 띄운다는 사실을 이 소설에서도 만나게 된다. 편협된 사고로 시작된 실험과 가설들, 오류와 실패의 연속이 등장한다. 신만이 가질 수 있는 생명의 탄생에 도전하면서 인간을 실험도구화하고, 인간을 실험대상으로만 인식하면서 인간성이 파괴되어가는 과학자들을 만나게 된다.

실험 대상이 된 인간은 생명이지만 그들에게는 생명이 아닌 그 누군가의 욕망을 채워주는 도구로만 전략해가고 있음을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그들이 가지는 자신에 대한 정체성과 혼돈이 드러난다.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망도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을 혐오스러워한다는 사실에 상처받으면서 자신의 탄생과 존재가치를 계속 질문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모성이 무엇인지도 이 소설에서 다시금 영역을 확대해보게 해준다. 자신이 낳은 아기가 성장해가고 있음과 마지막 순간까지도 모성이 보이는 영역을 우리는 마지막까지도 추리를 놓치지 않게 해준다. 마지막까지 숨겨진 진실을 끝까지 읽음으로써 알아가게 되는 사실들이 있다. 여성에게는 모성이 있잖아. 모성이 없으면 여자는 살아갈 수도 없고 싸울 수도 없어. 단순히 아이를 낳고 안 낳고의 문제가 아니야. 모성은 우주를 품는 존재야. 76쪽

욕망에 휘둘러져서 실수하면 안 되는 영역이 있다. 그 영역에 대해, 과학에 질문하는 소설이다. 인간을 위한 과학인지, 독선적인 욕망의 결과인 과학인지 다시금 되묻는 소설 『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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