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삶
마르타 바탈랴 지음, 김정아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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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0여 개국 번역 / 칸 국제영화제 수상

브라질 작가의 책이라 인물들의 이름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책이다. 곁가지처럼 등장하는 인물들도 많다 보니 어느 곳에서 어떻게 등장할지 몰라서 바짝 긴장하면서 읽었는데 굵직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작가가 먼저 언급해주면서 속도감 넘치게 읽어간 책이다. 도입 부분부터 너무나도 놀라운 대화들이 주고받는 신혼부부. 그 대화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기에 다소 가시처럼 돋아나는 대화이기도 했다.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부분들도 자주 등장하는 내용들도 만나게 된다. 두 딸의 부모가 딸의 재능보다는 현실적인 계산으로 현재에 안주시키는 부모의 모습도 그러했다. 신혼부부가 싸웠던 첫날밤의 대화는 살아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그녀를 옥죄는 대화의 주제이기도 했다. 그녀의 엄마도 똑같은 일로 아버지에게 똑같은 주제로 싸웠다는 사실과 훗날 병원에서 의사에게 듣는 답변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된다. 그녀도 그녀의 딸도 똑같은 일들로 결혼생활은 쉽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이 겪는 고충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중산층이 사는 지역에서의 삶도 작품 속에 묻어 나온다. 이외에도 상류층에 해당되는 사람들의 결혼과 가치관, 삶들도 작품은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의대생의 학위 취득과정의 부조리와 불공정한 부분들도 낱낱이 보여준다. 실력 없는 의사, 자격 없는 의사의 의술로 피해를 보는 건 환자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가족이었던 아내와 빈곤해지는 삶과 부족한 생활비로도 충분히 그는 의사 자격이 없음이 드러난다.

어린 시절에 재능을 보이는 여자아이들이지만 그들은 꿈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저 현모양처라는 규격 안에 맞춤되어 남편이 그녀를 아내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그녀들에게 요구한다. 가정이라는 집안을 사랑하였지만 가끔씩 공허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을 가정부는 읽어내기 시작한다. 그녀는 여러 번 자신이 좋아한 것들을 시도하고 노력하면서 즐거워하지만 남편의 반대에 매번 조용히 자신의 꿈을 덮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고요함이 그녀의 진실된 포기가 아니었음도 알게 된다. 그녀는 남편의 서재에서 책을 읽고 글을 타자기로 써 내려간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바로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오롯이 책장에 집중하게 된다. 책은 눈빛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살았던 장소와 시대가 강요하는 윤리와 관행이라는 규율을 무시하고 이혼녀와도 계속 인사를 나누는 그녀의 인생이 그려진다.

이 소설은 사회 속에 보이지 않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지만 그녀들은 자신의 삶은 늘 노력하며 질문하고 자신의 인생에 남겨진 것이 무엇인지, 후회하지 않고자 노력하는 부분들까지도 이야기해준다. 삶이 그려내는 인생이라는 그림 속에 어떠한 그림을 그릴지는 자신이 꿈꾸는 꿈과 노력으로 채색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도 만나게 된다.

이 소설은 실제 존재했던 인물들과 사건들이 바탕이 되고 있다고 작가는 말해준다. 그 부분들까지도 다시금 찾아보면서 그 인물과 그 사건들을 매치해보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아직도 변화하고 있는 한국이지만 그늘 뒷면에는 지금도 이 작품처럼 가부장제의 그늘은 그대로 잔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상은 서서히 변화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의 목소리와 노력들이 함께 어우러지기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된다.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녀의 우울... 그녀의 남편은 직장이 있었고, 가정부는 청소 일이 있었고, 그녀의 아이들은 인생을 온전하게 가졌다. 하지만 그녀는 무엇이 남았단 말인가. 204쪽

앞으로 살아야 하는 삶, 그리고 살지 못할 삶에 대해 생각... 그녀의 엄마는 딸만큼 똑똑한 사람이었지만, 토마토 한 다스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다.... 딸의 아버지는 딸을 거부한 뒤로 깊이 뉘우쳤다. 229쪽

( 남편과 싸운 후 ) 그녀의 답변은 날이 갈수록 가늘어졌다.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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