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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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작품을 읽었기에 신간도서로 출간된 이 책을 머뭇거림 없이 읽었다. 현대 문명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라는 짐작을 가득히 안고 읽었던 책이다.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3일 동안에 일어나는 생존에 대한 여러 사건들과 회상들은 많은 것들을 표면 위로 드러나게 하는 일들이 된다. 금요일에 일어난 일들은 거대한 폭풍 같은 생존게임과 같은 일들로 시작된다. 갑작스럽게 예고도 없이 일어나는 바로 그날의 일들을 회상하게 된다.

작가의 작품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풍성한 글들이 낯설지는 않았다. 주인공이 만난 생존자들과의 만남과 그들과의 짧은 만남과 헤어짐과 그들이 풀어내는 저마다의 이야기들은 일상이 주었던 그리운 여행이기도 하고 처절한 생존게임에 살아남았다는 기적을 떠올리는 시간들로 채워지기도 한다. 가장 두드려졌던 부분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의 삶에 안착한 사람들에 대한 여러 가지 사유들을 민낯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살아남았다. 아주 희박한 생존게임에서 그는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말한다. 그가 문명의 종말이 시작하기 전까지 살아왔던 생활력은 언제나 B 학점이었다고 말하는 비유가 가장 강열하게 각인되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지하철에 대한 사유가 기억에 남는 부분이기도 하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표현하는 건조하다고 느낄 정도의 날카로운 비유적인 표현들은 이 시대를 향한 목소리이기도 하다.

시대의 종말이 시작되었고 생존을 향하는 처절한 몸부림들이 이 작품 속에서는 여러 인물들에 의해서 표현된다. 우리가 무엇을 외면하고 무시하고 파괴하고 있었는지도 지적해주기도 한다. 좀비 소설이지만 좀비가 중심에 있지 않는 소설이다. 작가가 떠올리는 사흘 동안의 이야기와 회상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져다주는 여러 의미들을 촘촘하게 따라가면서 기억하고 사유해보게 하는 소설이다.

피부색이 무엇이든, 그들이 믿는 신의 이름이 무엇이든,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든, 모두가 살기 위해 열심히 애쓰면서 인간답고 소박하게 사랑했다. (353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반 블록이나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내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을 모른 채 대로를 따라 지나가는 일은 아주 흔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를 지나쳤다.(367쪽)

든든하게 보이던 겉모습과 달리 바리케이드는 사실 그것을 만들어낸 사회 그 자체만큼이나 덧없었다.(3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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