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 전면개정판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엮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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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전면개정판 전 초판을 이미 읽었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다시 읽으리라 생각하진 않았었다.

 

다시 읽고 싶진 않았다. 이 책이 싫어서도 아니고 잘못된 내용이라고 생각해서도 아닌 다시 읽을 자신이 없어서였다. 읽는 동안 괴로웠고 그 괴로움을 되풀이하고 싶진 않았다.

 

전면개정판 간행의 말에도 자세히 설명되었듯이 보수정권이 집권하면서 광주에 관해서 그리고 5.18에 관해서 여러 가지로 진실 왜곡들이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게 어떤 식으로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점점 거짓이 진실처럼 부풀려지고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넘어서 큰일이라는 걱정이 생길 정도로 상황은 심각해져갔다.

 

아마도 광주 5.18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들은 그 심각함을 더 절실하게 느꼈으리라. 하지만 그 위기감은 다행히(라고 말해야 할 것인지 불행이라고 말해야 할 것인지) 전면개정판을 만들도록 한 가장 큰 힘이 되었을 것 같다. 더는 미루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리라 본다.

 

초판에서 부족한 부분들은 많이 있었을 것이다. 실제 정보들을 잘 정리되지가 못한 상황이고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 때문에 한계가 분명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 그 참상의 실상이 제대로 밝혀지지도 않았던 부분들도 많았을 것이다.

 

여러 가지로 취약한 상황과 조건에서 그래도 그 정도면 훌륭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쉽다고 생각될 부분 있었을 것이고 부족하다는 마음 컸을 것이다.

 

이번 전면개정판은 바로잡아야 할 것들은 바로잡도록 하고 좀 더 그 당시의 상황을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다는 점에서 개정판의 의미를 넘어 아예 새로 써냈다는 느낌까지 갖게 해주고 있다. 내용에 있어서도 초판에 비해 2배 가깝게 늘어나 그 당시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그리고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급작스러운 박정희 정권의 몰락과 그 이후의 혼란 그리고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일부 군부세력의 쿠데타까지의 정세 변화를 시간 순서로 간단하게 설명을 해줘 좀 더 그때 왜 그런 일들이 벌어지게 된 것인지 더 잘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있으며, 항쟁기간을 일별로 나눠놓아 설명해주고 그 이후의 과제들까지 다루면서 항쟁에 관한 거의 모든 내용들을 알기 쉽게 정리해주고 있다.

 

항쟁에 관해 아주 자세하게 내용이 정리되어 있어 잘 알 수 있게 해주지만 책을 읽다보면 괴로움이 커서인지 집중해서 읽게 되기보다는 잠시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기게 만들게 한다.

 

읽는 것이 불편해지고 그때의 울분을 책을 통해서 조금을 느끼게 해준다.

 

광주가 그리고 5.18이 한국 민주주의의 모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에 있어왔던 한국 사회의 수많은 변화들은 광주와 5.18을 빼놓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일 것이다.

 

기념으로서 역사로서 다뤄지는 광주 5.18이 아닌 아직도 지금 이 순간 속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 많기에 이 책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읽혀져야 할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더 열심히 읽어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괴로움으로 가득한 책읽기가 되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라고 그때를 생각해보기를 바라게 된다.

 

따뜻함을 지나 무더워지는 5월에 이 책을 읽고 싶었고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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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M.T. 키케로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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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일반적으로 키케로라고 불리고 언급되는 그는 로마 시대를 대표하는 문장가이고 로마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유럽의 지식인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여전히 영향력을 잃지 않고 있는 빼어난 글쓰기로 알려져 있다.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은 다들 키케로의 글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거나 영향 받았음을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고 글을 쓰기 위한 기초적인 배움을 얻고자 할 때 가장 쉽게 찾게 되고 먼저 찾게 되는 이로 키케로가 자주 꼽히니 얼마나 탁월한 문장가인지는 따로 설명을 더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키케로는 그 문장력만을 본다면 흠 없고 빼어남 가득하겠지만 정치적으로는 로마를 제국에 걸맞게 모든 것을 바꾸려고 했던 카이사르와 대척점에 있었고 그밖에도 여러 가지로 살펴볼 필요가 있는 입장들이 있어 그를 평가할 때는 여러 가지로 애매모호하게 다뤄지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의 글과 그의 삶과 정치를 조금은 분리시켜서 생각해보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모든 것이 다 완벽하거나 본받을 모습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니 그런 점 또한 어쩌면 더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키케로의 글이 갖고 있는 뛰어남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며 그의 대표적인 저작인 노년에 관하여우정에 관하여는 특히나 더 그 탁월함을 많이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읽기는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고 여러 번 미루다가 더는 미뤄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찾아 읽게 됐다.

 

노년..’우정...’은 제목 그대로 노년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우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키케로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는 글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논리적 검토와 결론을 찾는 글쓰기 방식이 아닌 그리스 고전 방식, 다시 말해서 권위가 있는 누군가를 내세워 그의 말과 혹은 대화를 통해서(그게 실제로 했던 말인지 그렇지 않은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은 지어낸 말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문답식 글로 완성되어졌다.

 

노년...’우정...’ 모두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 이런저런 가벼운 대화를 통해서 약간의 분위기를 잡는 상황을 만든 다음 주제에 대한 상세한 대화와 설명이 이뤄지고 있는데, ‘노년...’의 경우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한 여러 입장들을 살펴본 다음 그것에 대한 반박을 통해서 삶에 대해서 그리고 노년에 대해서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고 나쁘게만 생각할 수 있을 노년의 삶을 조금은 달리 보도록 해주고 있다.

 

이어지는 우정...’의 경우는 우정이 부정적으로 다뤄질 수 있는 부분은 없기에 노년...’과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주제가 우정이니 키케로는 과연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가? 라는 것을 두고 우정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그리고 우정을 위해서 지켜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를 자세하게 다루려고 한다.

 

노년...’도 그렇지만 우정...’ 또한 어쩌면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이거나 무척 보수적인 입장에서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일 것 같다. 파격적이거나 생각지도 못한 논의를 꺼내들기 보다는 지극히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고 있고 이것저것 복잡한 경우를 풀어보기 보다는 그냥 읽다보면 그럴듯하고 납득되는 방식의 논의로 흐름을 만들고 있다. 물론, 그걸 세련된 문장으로 다듬어내고 있어 좀 더 설득력과 글의 품격이 더해지게 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본다면 그 논의의 범위는 무척 비좁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한다. 그 시대의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나누는 논의 자체가 이미 갖고 있던 자신의 생각을 더 확신하기 위해서 주제를 폭넓게 다루기보다는 어떤 방향과 영역 속에서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결론을 찾을 수밖에 없는 그리고 그 결론이 충분히 이해되고 옹호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라 키케로의 글에서 흥미를 느끼기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게 하는지 그 방식 자체가 흥미롭게 느껴지기는 것 같다.

 

반박 자체가 어렵고 그 주제에 들어갔을 때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도록 자신의 생각을 무척 논리적으로 단단하게 해두고 있다. 뛰어난 변호사로 알려지기도 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어떤 식으로 그가 글을 썼는지 약간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반대로 키케로의 논리에 반박하거나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것들도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읽혀질 것 같다.

 

 

 

 

참고 : 우정을 말할 때 항상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남녀사이에도 우정이 가능한가? 와 같은 어떤 식으로 다뤄내도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은 부분을 키케로는 절대 논의하지 않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그것이 키케로의 글이 갖고 있는 한계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그의 글이 갖고 있는 우수함은 바로 그런 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적당하게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무척 우아하게 다뤄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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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루만지다 -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고종석 지음 / 마음산책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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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고종석은 어떤 경우는 소설가로 다른 경우는 언론인으로 그리고 때때로 언어학자로 그때그때마다 불리는 경우가 달라질 때가 있는데, ‘어루만지다의 경우는 그간 읽어봤던 다른 저서들과 달리 언어학자로서의 고종석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저자의 글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었던 그 말이 어디서 유래해서 어떤 식으로 변형들이 있었었는지를 솜씨 좋게 탐구하고 있고 다뤄보고 있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서 이 책이 과거에 발표한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의 속편 격이라고 말하지만 읽어보면 그건 느슨한 의미에서의 속편일 뿐 꼭 앞선 책을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넓은 의미에서 사랑에 관해 뭔가 떠올려 볼 수 있는 말들에 관한 책인 어루...’는 글의 주제가 사랑이라는 점도 관심이 가지만 되도록 고유어 혹은 순우리말을 중심으로 다뤄내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특색을 찾게 되는 것 같다.

 

1) 입술

2) 감추다

3) 메아리

4) 미끈하다

5) 혀놀림

6) 가냘프다

7) 발가락

8) 손톱

9) 잇바디

10) 꽃값

11) 모름지기

12) 바람벽

13) 그네

14) 무지개

15) 미리내

16) 누이

17) 엇갈리다

18) 궂기다

19) 어둑새벽

20) 켤레

21) 간지럼

22) 밴대질

23) 눈물

24) 딸내미

25) 속삭임

26) 스스럼

27)

28) 한숨

29) 보름

30) 그믐

31) 거품

32)

33) 그대

34) 구슬

35) 어루만지다

36) 서랍

37) 버금

38) 비탈

39) 엿보다

40) 주름

 

40가지의 말을 통해서 사랑을 혹은 사랑에 관한 생각과 기억을 그게 아니면 말 그 자체를 다뤄보고 있는 어루...’는 사랑에 관해서 이런 식으로 글을 풀어낼 수도 있다는 놀라움도 느낄 수 있지만 이것저것 따져보고 나눠보다가 그 말 자체를 가지고 노는 경우도 있어 저자의 말을 다루는 솜씨에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저자 스스로도 인정하듯 몇몇 글은 사적인 자리에서서도 가족이나 친척끼리는 나누기 흉한글도 더러 있어 읽는 재미 크지만 누군가에게 읽기를 권하기는 어쩐지 머뭇거리게 될 것 같다.

 

주제가 사랑이고 그것과 관련한 말들을 다루기 때문에 지금까지 읽은 저자의 글들 중에서 유난히 탐스럽고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글 자체를 읽는 재미가 무척 크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글재주만 뽐내고 있지 내용은 맹탕이라는 뜻도 아니니 저자의 글을 좋아한다면 혹은 사랑에 관한 여러 순우리말을 즐겨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꽤 읽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이런 글을 읽게 될 때면 내 글솜씨든 말솜씨든 근본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고쳐야할 것들도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씩이라도 나아져야 하지만 그게 영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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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기억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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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첫 만남

오사카()-나는 조센진입니다

나라-먼 고향을 향한 그리움

교토-오사케, 플리즈!

말라가-새벽 어스름의 지중해

세비야-이방인 예술가들의 상상력

알헤시라스-유럽의 끝, 아프리카의 시작

탕헤르-문명의 교차로

그라나다-알람브라궁전의 추억

아랑후에스-조락(凋落)의 정원

리스본-테주강()의 파두

코르도바-르네상스의 자궁

자그레브-이상한 전시(戰時)

베오그라드-내 마음속의 하양

부다페스트-다뉴브강의 잔물결

-제국의 심장, 두 유럽의 경계

프라하-서쪽의 동유럽

라이프치히-작센의 고전향(古典鄕)

드레스덴-독일의 가장 깊은 곳

베를린-단편적 기억들

간주곡(間奏曲)-엔도님과 엑소님

로마-영원한 도시

밀라노-허영의 전시장

토리노-리소르지멘토의 진앙(震央)

파리()-루브르 거리 33번지, ‘유럽의 기자들

파리()-허기진 산책자의 세월

파리()-뤼테토필의 푸념

콩피에뉴-사로잡힌 성녀(聖女)

퐁텐블로-숲속의 빈터

디에프-영국 생각, 캐나다 생각

스트라스부르-유럽궁()의 미로

안트베르펜-키파와 다이아몬드

브뤼헤-플랑드르의 스키야키

브뤼셀-언어의 전장(戰場)

헤이그-밤의 북해(北海), 돌아오지 않는 밀사

로테르담-피임약과 비만소녀

암스테르담-렘브란트와 데카르트

제네바-레망호의 몽환

워싱턴-북서(北西: NW)와 그 나머지

보스턴-미국 문화사의 수원지(水源池)

세인트루이스-서부의 관문(關門)

잭슨-흑인민권운동의 성소(聖所)

댈러스-로즈데일의 루미나리에

앨버커키-리오그란데, 또는 박제된 원주민

샌프란시스코-꽃의 아이들은 어디에?

 

 

 

 

지금은 절필을 선언한 작가 고종석의 글들에 항상 관심이 있어 읽어보지 못한 책을 만나게 될 때면 곧장 손에 쥐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글재주가 항상 부럽기만 하다. (절필을 했다지만 이전에 발표된 글들을 다시 정리해서 발표하고 있으니)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최고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가장 으뜸으로 꼽게 된다.

 

도시의 기억은 저자가 머물렀던 혹은 둘러봤던 도시들에 대한 저자의 기억과 그 도시에 관한 여러 정보들로 꾸며져 있다. 그 도시에 관한 저자 특유의 꼼꼼하게 다듬어낸 여러 정보들과 몰랐던 이야기들 그리고 도시를 대표하는 인물들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고 그런 방식이 아닌 경우는 저자 개인의 경험과 기억으로 그 도시를 떠올리고 있다.

 

들어가는 글을 통해서 도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저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있고 그 짧은 글 이후 저자가 경험했던 도시들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씩 끄집어내고 있다.

 

저자가 다녀간 도시들은 크게 4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기자 시절에 들렸던 일본이고 두 번째는 친구들과 여행 차원에서 향했던 이베리아 반도 쪽 세 번째는 유럽의 기자들 프로그램으로 파리에서 머물렀을 당시 다녀본 유럽의 주요 도시들과 마지막으로 미국 국무부의 국제방문자프로그램에 초청되어 둘러본 미국의 도시들로 가려볼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의 대부분은 유럽을 중심으로 기억을 더듬고 있고 저자 스스로도 유럽에 좀 더 애정이 가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다.

 

저자의 입장에서 보면 도시에 향했던 시기가 각기 달라 그걸 기억해내기 위해서 얼마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인지에 따라 기억나는 내용도 달라졌을 것이고 생각해내며 들게 되는 감정 또한 조금씩 달랐을 것이다. 어떤 기분이었을까? 직접 묻고 답을 들을 수 없으니 그저 추측해볼 뿐이다.

 

다만, 글을 통해서는 그때 당시의 상황이나 특별히 기억하게 되는 일화들 그리고 그 도시 자체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로 내용을 채우고 있고 그러면서 곳곳에 개인적인 감수성을 심어놓아 저자만의 개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제목처럼 도시에 대한 저자의 기억들로 이뤄져 있고 빽빽하게 써낸 글이 아닌 기억을 뒤적거리고 그 떠올림 속에서 잠시 감상에 젖는 글이라 느슨하기도 하고 나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에세이/수필이 다 그렇듯 편하게 읽혀지고 들러본 적 없고 아마도 앞으로도 딱히 들릴 것 같지 않은 도시들에 대한 내용이라 조금은 독특한 방식의 관광안내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저자 특유의 어원적으로 여러 가지를 따져보는 내용이나 때때로 정치와 사회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남겨두고 있어 읽는 재미를 잃지 않고 있다.

 

도시에 대해서 참 별의별 정보(거나 잡다한 지식들)를 알고 있네? 라는 생각이 들게 되다가도 이런 식으로도 살펴볼 수 있네? 라고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항상 부러워하게 되는 글재주를 뽐내지 않으면서 잘 써낸 것 같다.

 

잘 읽었다.

 

 

 

 

 

 

 

 

 

 

참고 : 저자에 관해 말할 때 반복해서 말하지만 SNS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최근 발언들에 대해서는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책을 통한 글과 너무 다를 때가 있어 과연 같은 사람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게 정상적인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쓰는 말도 그랬다면 너무 어렵게(또는 고루하게) 느껴지진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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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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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침묵이다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3년 유럽 사회의 풍경을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나누어 그려나간다. 날씨로 보면 1913년 여름은 끔찍했다. 빈의 8월 평균 기온은 16도였다. 1913년 당시 사람들은 당연히 몰랐으나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추운 8월이었다. 이상기후 속에서도 유럽의 문화는 독특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문학, 미술, 음악, 건축, 사진, 연극, 영화, 패션 등 모든 문화 영역에서 예술가들은 사회적, 정신적 위기를 견디고 극복하며 모더니즘을 찬란하게 꽃피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300명이 넘는다. 프란츠 카프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그문트 프로이트, 카를 구스타프 융, 파블로 피카소,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프란츠 마르크, 마르셀 뒤샹, 카지미르 말레비치, 아르놀트 쇤베르크, 아돌프 로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코코 샤넬 등 모두 현대 유럽의 지성사와 문화사에 잊을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이들이다. 저자 플로리안 일리스는 1913년 당시 이 인물들의 행적을 역사적 배경까지 고려하여 치밀하고 정교하게 복원한다. 그는 3년에 걸쳐 전기, 자서전, 편지, 일기, 사진, 신문 등 수많은 인물들의 방대한 관련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고 재구성하여 1913년 유럽의 한 해 풍경을 드라마틱하게 되살려냈다.”

 

 

 

 

1

히틀러와 스탈린이 쇤브룬 궁전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달이요, 토마스 만이 커밍아웃할 뻔하고, 프란츠 카프카가 사랑 때문에 미칠 뻔한 달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소파에 고양이 한 마리가 기어든다. 날은 춥고, 발밑에는 눈이 사각거린다. 빈털터리가 된 엘제 라스커슐러는 고트프리트 벤과 사랑에 빠지고, 프란츠 마르크한테서 말 그림엽서를 받고, 가브리엘레 뮌터를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부른다.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는 포츠담 광장의 고급 창녀들 그림을 그린다. 러시아 조종사 표트르 니콜라예비치 네스테로프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공중제비 비행에 성공한다. 그러나 모두 다 부질없다. 오스발트 슈펭글러는 이미 서구의 몰락을 집필중이다.

 

2

,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다. 뉴욕에서는 아머리 쇼가 현대미술의 빅뱅을 일으키고, 마르셀 뒤샹은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를 선보인다. 그후 뒤샹은 급부상한다. 그것 말고도 도처에 누드가 판을 친다. 특히 빈에는, 오스카 코코슈카가 그린 알마 말러의 누드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가 그린 빈 여인들의 누드가 있다. 또다른 여인들은 프로이트에게 100크로네를 주고 한 시간 동안 자신의 영혼을 발가벗는다. 그사이에 아돌프 히틀러는 남성쉼터 방에서 감동적인 슈테판 대성당 수채화들을 그린다. 뮌헨에서 종복을 집필중인 하인리히 만은 동생 토마스 만의 집에서 마흔두번째 생일 파티를 한다. 여전히 눈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튿날 토마스 만은 토지를 사서 집을 짓게 한다. 릴케는 계속 괴로워하고, 카프카는 계속 주저하고 있다. 그러나 코코 샤넬의 작은 모자가게는 번창하며 날로 커지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왕위 계승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은 금빛 바퀴살이 달린 자동차를 타고 빈을 질주하고, 철도 모형을 가지고 놀며, 세르비아에서 일어난 암살 사건으로 걱정한다. 스탈린은 처음으로 트로츠키와 마주친다. 그리고 같은 달에 바르셀로나에서는 먼 훗날 스탈린의 지시로 트로츠키를 살해하게 될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정말 1913년이 액년인 걸까?

 

3

3월에 카프카는 정말로 펠리체 바우어를 만나러 베를린으로 가고, 두 사람은 함께 산책을 하지만 잘 풀리지 않는다. 로베르트 무질은 신경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무사히 나오지만, 카미유 클로델은 신경과 병원에 갔다가 30년을 갇히게 된다. 그리고 빈에서는 331일에 굉장한 뺨따귀 음악회가 열린다. 아르놀트 쇤베르크가 너무 날카로운 음색의 음악을 작곡했다는 이유로 공개적으로 따귀를 맞은 것이다. 알베르트 슈바이처와 에른스트 융거는 아프리카를 꿈꾼다. 케임브리지에서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 아우팅Outing과 더불어 새로운 논리학 강의를 시작하고, 버지니아 울프는 첫 책을 완성하고, 릴케는 코감기에 걸린다. 전반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이다.

 

4

히틀러는 420일에 빈 남성쉼터에서 스물네번째 생일을 맞이한다. 토마스 만은 마의 산에 대해 고민하고, 그의 아내는 벌써 또다시 요양하러 떠난다. 라이오넬 파이닝어는 겔메로다에서 아주 작은 마을 교회를 발견하여 이 교회를 표현주의의 대성당으로 만든다. 프란츠 카프카는 탈진을 치료하기 위해, 채소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노동봉사를 자원해서 오후마다 잡초를 뽑느다. 베른하르트 켈러만은 올해의 베스트셀러 터널을 쓴다. 아메리카와 유럽을 땅 밑으로 연결하는 이야기를 다룬 공상과학소설이다. 프랑크 베데킨트의 룰루는 금서가 된다. 오스카 코코슈카는 연인 알마 말러의 침대와 똑같은 크기의 캔버스를 사서 그 위에 연인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알마는 그 작품이 걸작이 되면 결혼해주겠다고 한다. 꼭 그래야만 결혼하겠다고.

 

5

따뜻한 빈의 봄밤. 아내와 심하게 다툰 슈니츨러는 525일에 총으로 자살하는 꿈을 꾸지만 실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같은 날 밤 빈에서 자신의 스파이 행각이 드러난 레들 대령이 권총으로 자살한다. 또 같은 날 밤 빈에서 아돌프 히틀러는 짐을 싸서 뮌헨행 첫 기차에 올라탄다. 그리고 화가 집단 다리파가 해체된다. 파리에서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초연되고, 스트라빈스키는 극장에서 나중에 연인이 될 코코 샤넬을 처음 만나게 된다. 브레히트는 학교에서 지루해하고 있고 심계항진에 시달린다. 그래서 그는 시를 짓기 시작한다. 알마 말러는 처음으로 오스카 코코슈카한테서 도망친다. 릴케는 로댕과 싸운 이후로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6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확실해지는 달이다. 게오르크 트라클은 누이를 찾아 헤매고 지옥불로부터의 구원을 희구한다. 토마스 만은 다만 평온을 바랄 뿐이다. 프란츠 카프카는 일종의 청혼을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그는 공시선서와 청혼을 혼동했다. D. H. 로런스는 아들과 연인을 출간하고 세 아이의 어머니인 프리다 폰 리히트호펜과 함께 오버바이에른으로 도망친다. 그녀는 채털리 부인의 모델이 된다. 그 밖에는 도처에서 사람들의 신경이 곤두서 있다. 영화관에서는 아스타 닐센이 아버지들의 죄에서 미지의 걸작을 망치고 있다. 독일군은 계속 증강된다. 헨켈 트로켄은 독일-프랑스의 친교를 반긴다.

 

7

휴가다! 에곤 실레와 오스트리아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는 철도 모형을 가지고 논다. 프로이센 장교들은 홀딱 벗은 채 자크로 호수에서 수영한다. 프랑크 베데킨트는 로마로 떠나고, 로비스 코린트와 케테 콜비츠는 티롤로 떠난다(그러나 서로 다른 호텔이다). 알마 말러는 프란첸스바트로 도망친다. 오스카 코코슈카가 결혼 예고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코코슈카는 스스로 자신을 달래면서 게오르크 트라클과 술을 퍼마신다. 계속 비가 내린다. 모두 자기 호텔방에서 반은 미쳐버린다. 그래도 마티스가 피카소에게 꽃다발을 가져온다.

 

8

이런 게 세기의 여름일까?

어쨌든, 프로이트는 기절하게 되고, 키르히너는 행복해지는 달이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사냥을 하러 가고, 에른스트 융거는 겨울 외투를 입고 더운 온실에 몇 시간 동안 앉아 있는다.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는 잘못된 정보로 시작한다. 게오르크 트라클은 베네치아에서 휴가를 보내려고 한다. 슈니츨러도 마찬가지다. 릴케는 하일리겐담에 있고 그곳에서 어떤 여성의 방문을 받는다. 피카소와 마티스는 함께 말을 타러 간다. 프란츠 마르크는 길들여진 노루를 선물로 받는다.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9

베네치아에서의 한 죽음이 베를린을 뒤흔들어놓는다. 버지니아 울프와 카를 슈미트는 자살하려고 한다. 99일에 천운이 좋지 않다. 뮌헨의 결투. 프로이트와 융이 서로 칼을 겨눈다. 릴케는 아말감으로 충치를 때우러 치과에 가고, 카를 크라우스는 시도니와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베네치아로 여행을 떠난 카프카는 죽지 않고 리바를 사랑하게 된다. ‘1회 독일 가을 살롱전이 시작되고, 루돌프 슈타이너는 도르나흐에 주춧돌을 놓는다. 루이 암스트롱은 최초로 공개 무대에 선다. 찰리 채플린은 최초로 영화 계약서에 사인한다. 나머지는 침묵이다.

 

10

토마스 만이 과거를 만회하는 달이다. 드레스덴 근교 헬러라우에서 공연되는 한 종교극에서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만난다. 독일 청소년들이 마이스너에서 도보여행을 한다. 이 산은 이후로 호어 마이스너라고 불린다. 에밀 놀데는 남태평양으로 가기 위해 탐사대와 베를린을 떠난다. 아우구스트 마케는 스위스의 양지바른 투너제 호수에서 천국을 발견한다. 중요한 문제 하나. 프란츠 베르펠의 얼굴에서 혐오감을 느껴도 될까? 그리고 또하나. 베를린은 아방가르드 예술을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루트비히 마이트너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 전쟁터 그림을 그리고는 지옥의 묵시록 같은 풍경이라는 제목을 붙인다. 황제 빌헬름 세는 라이프치히 전승 기념비 낙성식에 참석한다. 프로이트는 모자를 벗어 버섯들에 던진다.

 

11

아돌프 로스는 장식은 범죄라고 말하고, 명료성이 충만한 주택들과 양복점들을 짓는다. 엘제 라스커슐러와 고트프리트 벤 사이는 끝났다. 엘제 라스커슐러는 절망에 빠진다. 마침 키르히너의 모델이 되어주던 알프레트 되블린은 그녀에게 모르핀을 투여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권인 스완네 집 쪽으로가 출간되고, 릴케는 당장 그 책을 읽는다. 카프카는 영화관에 가서 운다. 프라다는 밀라노에 첫 부티크를 연다. 열여덟 살의 에른스트 융거는 짐을 싸들고 아프리카 외인부대에 들어간다. 독일의 날씨는 나쁘다. 그러나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코감기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12

모든 것이 열려 있다. 미래도, 아름다운 여자들의 입술도. 카지미르 말레비치는 검은 사각형을 그린다. 로베르트 무질은 독일이 너무 어둡다고 생각한다. 모나리자는 피렌체에서 다시 발견되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그림이 된다. 릴케는 고슴도치가 되고 싶어한다. 토마스 만은, “나는 마법 제자가 아니라 마의 산을 쓴다!”고 분명히 밝힌다. 에밀 놀데는 남태평양의 천국에서 혼란에 빠진 인간들만 발견하고 카를 크라우스는 야노비츠에서 행복을 발견한다. 에른스트 융거는 아프리카에서 발견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바트 레부르크에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한다. 별들은 어떻게 서 있을까?

 

 

 

 

 

 

 

 

 

 

 

위와 같은 출판사의 홍보가 무척 눈길을 끌었고 그래서인지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생각보다 이르게 손에 들어왔고 어렵게 읽게 될까 걱정했지만 의외로 쉽게 읽혀졌고 술술 읽어나갔다.

 

다 읽은 다음의 느낌은?

 

생각보다는 흥미로웠고 기대한 것에 비해서는 아쉬운 내용이었다.

 

저자는 1913년이 무척 의미심장한 한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바로 그때부터 현재 혹은 현대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시작했다고 보고 있고 그 시기에 여러 영역에서 돋보이는 업적을 남겼던 (우리가 이미 알고 있거나 알아두면 언젠가는 아는 척 할 수 있을만한) 이들이 어떤 한해를 보냈는지 정교하게 그려내고 있다.

 

거대한 풍경화 같기도 하고 나른한 오후의 몽상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시도를 저자는 가뿐하게 해내고 있고 재미나게 읽혀지고 때때로 감탄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두근거리며 읽어나갔지만 점점 내용에 있어서 각 인물들의 개인적인 혹은 은밀한 부분들 위주로 다뤄지기만 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이것만으로는 1913년의 의미심장함이 과연 충분히 이해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과거와 분명한 단절을 예감할 수 있다는 1913년의 시간을 조금은 더 풍부하고 폭넓게 그리고 그 새로운 시작을 좀 더 명확하게 그려낼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각 분야에 발자취를 남긴 주요 인물들이 300명 넘게 등장한다지만 그 대부분이 예술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고 유럽 중에서도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다뤄지고 있어 300이라는 숫자에 놀라움을 느끼다가도 조금은 좁은 영역과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는 애석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그려낸 것도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온갖 자료들을 뒤적거리며 1913년에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여러 인물들은 무엇을 했으며 그걸 단순한 나열식이 아닌 어떤 흐름과 짜임새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고심했을지를 생각해보면 이 책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이 줄어들진 않게 된다.

 

저자는 때로는 들여다보고 관찰하기도 하지만 어떨 때는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도 하면서 촌평을 내놓기도 한다. 역사적인 인물들의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럴만한 이유를 찾아보기도 한다.

 

전체적인 내용을 잘 정리했고 글도 잘 써내면서 재담가로서의 능력까지 보여 읽는 맛이 더 더해지고 있다.

 

저자는 언급되는 인물들이 겪고 있는 상황에 자신의 생각을 함께 녹여내서 좀 더 읽는 재미를 만들고 있고 그들이 맞닥뜨린 상황에 흥미와 향하도록 만든다.

 

기대한 것처럼 방대하고 촘촘하게 1913년을 재구성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읽으면서 몰랐던 것들을 새로운 것들을 알게 해주고 있다.

 

가끔씩은 몇몇 인상적인 부분들을 다시 읽어보거나 떠올려볼 것 같다.

 

 

 

참고 : 이 책에서 다뤄지는 인물들 중 가장 의외의 인물은 프란츠 카프카였다. 저 사람이 저랬었어?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카프카 말고 그 인물의 내면을 잘 파고들고 있는 인물을 꼽아보라면 딱히 없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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