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 진짜 여행에 대한 인문학의 생각
정지우 지음 / 우연의바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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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어렵지 않게 여행을 떠나는 시대에서

이제는 세상 그 어느 곳이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향할 수 있는 시대에서

여행 한번 하지 않았다는 것이 (어쩌면) 부끄럽게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를 세상에서

 

과연 여행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무엇을 말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진지한-감상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는 누구나 이런 저런 여행을 꿈을 꾸어 본 적이 있고, 실제로 그렇게 꿈꾸던 계획을 실행에 옮긴 적이 있는 이들에게 여행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조금은 진지하고 약간은 감상적인, 인문학적 시선 속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자 개인의 경험과 생각들을 많이 반영하려고 하고 있고 그 생각들에서 한편으로는 공감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일방적이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은 아닐까라는, 다른 생각들도 할 수 있거나 꼭 그렇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지만 저자의 의견이 크게 틀렸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생각 자체를 존중하게 되기도 하고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을 통해서 소비의 시대에서 여행이 어떤 의미를 차지하고 있고 어떤 식으로 소비되고 있는지를 간략하게 검토한 다음 다른 어떤 것들에 비해서도 의미를 갖고 있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여행이라는 것이(혹은 여행을 통한 경험이) 지금 우리 시대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지를 검토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말하며 시작하고 있다.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게 되는 이유로 가장 먼저 꼽게 되는 일상으로부터의 벗어남에 대해서, 반복되는 일상과 여행을 통한 색다른 경험이 어떤 식으로 극명한 차이를 만들고 있는지를, 동시에 일상으로부터의 벗어남이 아닌 결국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구조가 여행을 통한 경험을, 여행을 경험한 존재를 어떤 식으로 일상으로 돌아오도록 만들고 있는지를 설명해주면서 여행을 통한 경험이 단조롭고 지루하고 피곤하기만 한 일상을 다시금 견뎌낼 수 있는 재충전-기분전환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아닌 일상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고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여행을 경험하고 생각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 입장 속에서 저자는 여행 또한 소비의 방식에 머물게 되어버렸음을, 획일적인 방식과 일상의 연장 이상이 아니게 되어버린 여행을 통한 소중한 경험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말하고 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한 과정인 여행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여행이라는 것이 어떤 방식으로 시작되었으며 발전되었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흐름을 간단하게 살펴본 다음 여행이 점점 더 활발하게 이뤄지게 된 순간부터 여행이 어떤 의미를 획득하고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경험하고 얻어내려고 했는지를, 그 과거를 검토하며 그 의미들에 대한 여러 이유들을 살펴보고 있으며 이제는 특별하지도 않게 되어버린 배낭여행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말해주고 있다.

 

여행을 경험하면서 우리의 신체-감각이 어떤 반응을 만들어내고 있는지에 대한 (평소 여행에 대해서 생각할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을 알려주면서 무언가를 보고 경험하는 것이 어떤 변화들을, 생각과 의식의 흐름을 만들어내는지를 자신의 경험을 말해주면서 상세하게 말하려 하고 있다.

 

몽상과 이미지라는 조금은 색다른 방식의 이해를 시도하고 있고 시간의 경험에 대한 논의까지 이어지면서 일상과는 다른 여행을 통한 경험이 어떤 식으로 일상을 다른 입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지를, 여행이라는 경험이 어떤 식으로 다른 생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그 가능성을 계속해서 말하면서 여행이 어떤 다름을 만들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려고 하고 있다.

 

결국 저자는 여행이라는 것이 그것을 통한 경험으로 인해서 경험하기 전과 이후가 달라지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것 같다. 혹은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맞을지도 모르고 틀릴지도 모르지만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다.

 

여행과 관련된 영화와 소설들을 근거로 여행이 어떤 식의 치유와 경험들을 그리고 감수성과 생각의 전환을 만들어내고 인상적인 순간들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지금까지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꿔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지를 말해주며 새로운 가능성과 다양한 의미들을 찾아내려고 하고 있다.

 

여행에 관한 다양한 생각들을 조금은 두서없이 설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여행에 관한 글들과는 조금은 다른 입장에서 혹은 개인적이면서도 인문학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무척 개인적인 경험과 감수성을 인문학적 틀로 설명해보려는 시도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나쁘지 않게 느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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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신, 괴물 - 타자성 개념에 대한 도전적 고찰
리처드 커니 지음, 이지영 옮김 / 개마고원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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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시간 끝에 간신히 읽어내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읽었기 보다는 그냥 대충 훑어봤을 뿐이라고 말하게 되는 이방인, , 괴물은 처음부터 읽기가 버거울 것 같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모하게 도전한 것 같고 아무래도 언제까지나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읽기 능력의 부족함을 잘 깨닫게 되는 책이었던 것 같다.

 

대충은 무슨 의미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알 것 같으면서도 논의의 진행이 그저 난해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 뭔가 말을 꺼내기가 쉽진 않은 것 같다.

 

그저 어렵게 읽었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책이라고 말해야만 할 것 같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입장 속에서 어떤 논의들을 진행할 것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들어가는 글을 읽었다면 그 다음의 논의들 대부분이 그걸 어떤 식으로 좀 더 상세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고 하고 있는지를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타자라고 생각하는 것들

 

낯설게 느껴지고 나-우리가 아닌 것들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이해하려고 하고 있고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는지를 이방인, , 괴물이라는 존재()로 간추려서 설명해주려고 하고 있고, 다양한 학자들의 논의들을 정리하면서 그런 모색들의 중요성과 함께 그 한계를 그리고 새로운 모색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역사

신화

신학

그리고 지금 현재의 불신으로 가득한 시선까지

 

어떤 식으로 타자라는 존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대상화시키고 있는지를, 희생양을 만들어내고 있고, 괴물을 두려워하면서 결국 괴물이 되어가는지를, -우리 또한 괴물이라는 것을 어떻게 깨닫게 되는지를, 어떤 식으로 타자를 만들어내고 있고 그 타자를 반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다양한 학자들의 분석과 통찰들을 설명해주면서 그 논의-통찰의 부족함을 알려주고 있으며 어떻게 그 부족함을 채우려하고 있는지를, 그걸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었네라는 감탄을 하게 되는 깊이 있는 해석들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도 때로는 해석의 상세함-난해함에 어리둥절하게 되기도 했다.

 

아는 것의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지만 때대로 책에 담겨진 통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지게 느끼기도 한다.

 

중반부에서는 2000년 이후 우리들의 머리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2001.09.11의 순간을 자세하게 다뤄내고 있으며, 철학적 허무주의와 패배감을 어떤 식으로 이겨내야만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내용에서는 알지 못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면서 무언가 동의를 하고 싶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햄릿에 대한 다양하고 상세한 해석들을 읽어내면서 과연 해석이라는 것은 어디까지 향할 수 있는 것인지 놀라게 되기도 하고 지나치게 해석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면서도 하이데거의 논의를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후반부의 내용들은 이해되는 논의는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어떤 극단적 선택에 대한 경계와 무언가 지금을 돌파해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모색이 인상적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이해한 것이

이해되는 것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말을 할 수 없고 어떤 말도 아끼게 되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느끼기 때문에 이런 저런 말들을 꺼내게 된다.

그런 생각들이 부디 틀리진 않았기를 그리고 오해로 가득하진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꽤 오랜 시간동안 읽었음에도 별다르게 얻은 것이 없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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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박인석 지음 / 현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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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한국사회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혹은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보려고 하는 시도들에 대해서 관심이 커졌는데, 좀 더 구체적이기도 하고 흥미로운 논의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방식의 연구들에 더 주목하게 되는 것 같다.

 

다양하고 폭넓은 연구들이 많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도 기존과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한국사회를 바라보려고 하고 있고 분석하려고 하고 있는 시도라고 말할 수 있는데, 아파트 그리고 아파트 단지를 통해서 한국사회를 생각해보려 하고 있으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파트 사회

아파트 공화국

 

이런 표현이 틀리다고 반박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한국사회는 아파트로 가득해져 있고, 빼곡하게 채워져 있게 되었다. 저자는 이렇게 아파트로 모든 것이 둘러싸여진 이유가 단순히 개개인이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이유도 없진 않겠지만) 아파트 단지를 통해서 국가-정부가 별도의 공공영역을 만들어 낼 필요 없이 자족적인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과 함께 기타 여러 분석-이유를 찾아내며 그와 같은 경제적인 이유와 함께 사회와 정치적인 이유를 통해서 아파트 단지가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지게 된 것인지, 그리고 어떤 문제점들이 하나씩 발생하기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세밀하게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획일화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는 문제점들과 함께 그런 문제점이 어떤 식으로 다른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인지를 논의하고 있고, 이런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이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단지 아파트를 허물고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아닌 충분한 공공영역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한 가지를 해결함으로써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문제와 그걸 해결하기 위한 여러 종합적인 대책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고 충분히 이해되도록 설득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칠 것 같은 사례들과 오해하고 있는 진실들을 하나씩 알려주며 새로운 관점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고, 다른 실천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었고, 무척 구체적인 사례와 비교를 통해서 좀 더 아파트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만들어주고 있다.

 

또한 아파트에 대한 공간 구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좀 더 지금 시대에 맞는, 우리들의 실제 삶과 알맞은 공간 구성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제안들과 기존의 관습적인 공간 구성이 갖고 있는 오류들에 대한 논의들은 무척 신선하기도 했고, 어떤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기도 했다.

 

우리가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거나 당연시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무척 예민하게 반응하며 새롭게 생각하기를 제안하고 있는 아파트...’는 다양한 연구들을 받아들이며 저자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을 들려주고 있으며, 우리들의 실제 생활과 함께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삶의 방식들 또한 고려하면서 좀 더 긍정적인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야만 하는지를

어떤 식으로 우리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바꿔낼 수 있는지를

 

결론적으로는 어떻게 우리들에게 좀 더 좋은 공공공간-영역을 만들어내면서 사적인 공간과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저자 나름대로의 제안과 실천을 알려주고 있다.

 

흥미로운 논의였고,

인상적인 논의였다.

 

이런 연구들이 좀 더 늘기만 바랄 뿐이다.

읽을 책들이 늘어나 난감하기는 하겠지만... 나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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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장의 모더니티 콘유 3부작
박해천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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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79754911

아파트 게임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5957741

 

 

아수라장의 모더니티를 읽으면서 들게 된 생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조심스럽게 글쓰기를 보여주려고 했고

아파트 게임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썼다면

아수라장의 모더니티는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조금은 무모한 혹은 무리한 느낌도 들었을 정도였는데,

3부작이라는 완결성에 대해서 많은 의미를 두려고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붙이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한번 끝까지 가보려고 했던 것일까?

다만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논의와 분석의 전달 방식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은 들게 된다.

 

오해로 가득하거나 황당함으로 가득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 시대의 모습을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그리고 저자의 관점과 분석을 온갖 소설들을 인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저자의 생각과 논의의 설득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그런 시선과 분석에 대한 논의가 소설의 내용을 통해서 (인용해서)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게 한 개인의 시선인지 (작품의 인물들의 시선과 밀접한) 작가의 시선인지, 그게 아니면 저자 본인의 분석과 판단인지가 불분명해진다는 문제점이 발생되는 것 같다.

 

소설들의 내용이 진짜 현실과 사실 그대로의 모습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지, 그것 또한 현실과 사실이 아닌 일정한 상상이 가미되어 있을지 제대로 된 판단이 어렵다는 점에서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조금은 머뭇거려지고 조심스럽게 된다.

 

좀 더 넓은 안목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혹은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시선이 아니라 다분히 개인적인 감상과 감수성에 불과한 것인지 (흐릿해진 기억을 더듬으려고 하는 것인지) 헷갈려지게 되어버릴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조금은 애매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아수라장...’은 그동안 다뤄왔던 저자의 논의들을 다시금 재검토하는 경우도 있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한국 사회의 발전과정을 더듬어보려고 하는 입장도 있어서 무척 인상적인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작들이 근대화-도시화 그리고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왜곡된 구조에 대해서 그리고 그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한 수많은 이들의 삶을 살펴보고 말해주려고 했다고 볼 수 있다면, 이번 아수라장...’6.25 한국 전쟁 부터 지금 현재까지 급격하고 거대한 변화를 보여주었던 각각의 시대 속에서 어떤 (특정한) 사물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인식과 감수성 속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그걸 통해서 어떤 식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지를, 그 밀접한 관련성을 독특한 방식으로 살펴보려고 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은 그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혹은 기억에 깊은 자국을 남겨놓고 있는 특정한 사물들을 (혹은 욕망의 대상들을) 선택한 다음(탱크, 이층양옥, 포니, 아파트라는 공간의 내부, 신도시, 이마트, 컴퓨터프로그램) 그 대표적인 욕망의 대상들과 관련한 소설들을 인용하고 이어붙이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각색하고 만들어내며 그 시대를 좀 더 쉽게 그리고 가깝게 접근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진행의 과정 속에서 가족이데올로기에 관해서 반복적으로 접근하려고 하고 있고 욕망과 욕망의 대상 그리고 그 욕망이 이뤄지는 과정 속에서 (욕망의 대상을 거머쥐는 과정 속에서) 어떤 비틀어짐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곡과 균열, 파국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의 글쓰기 방식으로 인해서 그 시대의 모습을 좀 더 설득력 있고 쉽게 접근하게 되기는 하지만 반대로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대의 한 단면을 보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그 시대를 기억하는) 특정한 주체()의 시각만을 보여주는 것인지 애매함을 만들어내는 문제가 발생되기도 하는 것 같다.

 

오해로 가득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글쓰기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무척 이상함으로만 가득하다는 생각만 들게 될 것 같고(파격을 넘어서 적절한 글쓰기라고 받아들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논의나 분석 자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에 따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조금은 궁금해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글쓰기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에 따라서는 거부감을 크게 느낄지도 모른다.

 

또한, 마지막 장 디자이너에 관한 내용은 전체적인 논의와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별도로 다른 논의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는데, 현재에 대한 진단도 아니고 예상되는 지금 이후에 대한 논의도 아닌 것 같은 조금은 산만하게만 느껴지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잘 다듬어 논의를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아수라장...’은 결국 한국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살아남으려고 했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급격한 속도로 변해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마구잡이로 가득하고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로 순식간에 변화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어떤 정서와 감수성을 갖고 있었는지, 어떤 입장과 생각, 판단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받아들이고 견뎌낼 수 있었는지를 다뤄내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지금 되돌려 생각한다면 과연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았고 그 거대한 변화와 흐름을 어떤 식으로 견뎌낸 것인지 감탄하게만 될 뿐이고 과연 나약하기만 한 나라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 그 속도에서 뒤쳐지지 않으려고 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는데, 그 급격한 속도 때문에 지금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더 빨라지기만 했던 속도를 어떤 식으로 조금씩이라도 늦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급격한 흐름 때문에 만들어진 문제들처럼 속도의 변화 또한 그동안의 문제들과는 다른 문제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니, 우리는 과연 어떤 현명함을 그리고 올바름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악순환을 경험하기만 할 것이고, 좀 더 거대한 아수라장을 마주하고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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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개정판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오두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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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커피에 대한 기억은 인스턴트 커피(혹은 봉지커피)나 다방과 같은 것들이었다. 그것 말고는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고, 그다지 기억나는 것도 없었다. 어머니는 집에서 즐겨 커피를 드셨고, 간간히 어머니가 드실 때 남겨진 커피를 맛을 보면서 이런 맛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나중에 나이가 좀 더 들어서야 어머니는 함께 커피를 마시기를 권하셨고, 어머니가 즐겨 드시는 커피와 프림과 설탕의 조합을 만들어(어머니는 항상 둘둘둘이라고 말하셨다) 함께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었다.

 

그런 식으로 커피 맛을 알았으니 처음에 아메리카노를 마셨을 때의 경악스러운 기분은 커피에 대해서 일정하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어떤 기분일지 알만할 것 같다. 이제는 그 진하고 쓰디쓴 맛을 일부러 찾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방이라는 곳은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그런 곳으로 기억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물론, 지금도 일부러 가볼 생각은 없지만. 어린 시절에는 그곳은 어른들만 가는 곳이고 어린 아이들은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할 그런 곳으로 기억날 뿐이다.

 

나중에 커피숍이라는 곳을 들락거리고 친구들과 그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어버리게 되지만 그건 생각지도 못할 나중의 이야기다.

 

이처럼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커피에 대한 기억은 혹은 추억은 무척 순식간에 변화를 보이고 있고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커피는 한국사회의 변화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소소한 변화들을 그리고 우리 주변의 주목하지 않았던 변화의 모습들을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는 다루려고 하고 있다.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라는 제목에 조금은 거창함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커피라는 것이 어떻게 한국 사회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사람들은 받아들이고 경험하게 되었는지를, 우리들의 일상에 커피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파악하려고 하고 있고, 꽤 다양한 자료들과 흥미로운 경험과 증언들로 내용을 꾸미고 있다.

 

혼란스러운 시대적 변화들 속에서 커피가 어떤 식으로 부침을 겪었으며 우리들의 일상 속에 어떤 식으로 깊숙하게 들어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들을 접해보면 커피가 그저 기호식품이고 마셔버리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논의들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저자()이 모아놓은 내용들을 활용한다면 좀 더 의미 있는 논의들 또한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커피가 그저 음료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어떤 식으로 들어오게 되었으며 여러 과정들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 가장 사랑받은(혹은 익숙하고 당연한) 음료가 되어버렸는지를, 커피를 통해서 파생된 (혹은 커피를 매개로 말할 수 있는) 온갖 논의들이 한국 사회를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가며 읽어본다면 커피는 단순히 음료가 아닌 한국 사회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기도 하는 것 같다.

 

커피를 이런 식으로까지 바라볼 수 있었던 저자()의 발상의 전환이 무척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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