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개정판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오두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커피에 대한 기억은 인스턴트 커피(혹은 봉지커피)나 다방과 같은 것들이었다. 그것 말고는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었고, 그다지 기억나는 것도 없었다. 어머니는 집에서 즐겨 커피를 드셨고, 간간히 어머니가 드실 때 남겨진 커피를 맛을 보면서 이런 맛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나중에 나이가 좀 더 들어서야 어머니는 함께 커피를 마시기를 권하셨고, 어머니가 즐겨 드시는 커피와 프림과 설탕의 조합을 만들어(어머니는 항상 둘둘둘이라고 말하셨다) 함께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었다.

 

그런 식으로 커피 맛을 알았으니 처음에 아메리카노를 마셨을 때의 경악스러운 기분은 커피에 대해서 일정하게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어떤 기분일지 알만할 것 같다. 이제는 그 진하고 쓰디쓴 맛을 일부러 찾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방이라는 곳은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그런 곳으로 기억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물론, 지금도 일부러 가볼 생각은 없지만. 어린 시절에는 그곳은 어른들만 가는 곳이고 어린 아이들은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할 그런 곳으로 기억날 뿐이다.

 

나중에 커피숍이라는 곳을 들락거리고 친구들과 그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어버리게 되지만 그건 생각지도 못할 나중의 이야기다.

 

이처럼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커피에 대한 기억은 혹은 추억은 무척 순식간에 변화를 보이고 있고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커피는 한국사회의 변화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소소한 변화들을 그리고 우리 주변의 주목하지 않았던 변화의 모습들을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는 다루려고 하고 있다.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라는 제목에 조금은 거창함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커피라는 것이 어떻게 한국 사회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사람들은 받아들이고 경험하게 되었는지를, 우리들의 일상에 커피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파악하려고 하고 있고, 꽤 다양한 자료들과 흥미로운 경험과 증언들로 내용을 꾸미고 있다.

 

혼란스러운 시대적 변화들 속에서 커피가 어떤 식으로 부침을 겪었으며 우리들의 일상 속에 어떤 식으로 깊숙하게 들어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여러 이야기들을 접해보면 커피가 그저 기호식품이고 마셔버리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논의들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저자()이 모아놓은 내용들을 활용한다면 좀 더 의미 있는 논의들 또한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커피가 그저 음료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어떤 식으로 들어오게 되었으며 여러 과정들을 통해서 어떤 식으로 가장 사랑받은(혹은 익숙하고 당연한) 음료가 되어버렸는지를, 커피를 통해서 파생된 (혹은 커피를 매개로 말할 수 있는) 온갖 논의들이 한국 사회를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가며 읽어본다면 커피는 단순히 음료가 아닌 한국 사회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주기도 하는 것 같다.

 

커피를 이런 식으로까지 바라볼 수 있었던 저자()의 발상의 전환이 무척 흥미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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