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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신, 괴물 - 타자성 개념에 대한 도전적 고찰
리처드 커니 지음, 이지영 옮김 / 개마고원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길고 긴 시간 끝에 간신히 읽어내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읽었기 보다는 그냥 대충 훑어봤을 뿐이라고 말하게 되는 ‘이방인, 신, 괴물’은 처음부터 읽기가 버거울 것 같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모하게 도전한 것 같고 아무래도 언제까지나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읽기 능력의 부족함을 잘 깨닫게 되는 책이었던 것 같다.
대충은 무슨 의미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알 것 같으면서도 논의의 진행이 그저 난해하게만 느껴졌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 뭔가 말을 꺼내기가 쉽진 않은 것 같다.
그저 어렵게 읽었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책이라고 말해야만 할 것 같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입장 속에서 어떤 논의들을 진행할 것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며, 들어가는 글을 읽었다면 그 다음의 논의들 대부분이 그걸 어떤 식으로 좀 더 상세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고 하고 있는지를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타자라고 생각하는 것들
낯설게 느껴지고 나-우리가 아닌 것들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이해하려고 하고 있고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는지를 이방인, 신, 괴물이라는 존재(들)로 간추려서 설명해주려고 하고 있고, 다양한 학자들의 논의들을 정리하면서 그런 모색들의 중요성과 함께 그 한계를 그리고 새로운 모색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역사
신화
신학
그리고 지금 현재의 불신으로 가득한 시선까지
어떤 식으로 타자라는 존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대상화시키고 있는지를, 희생양을 만들어내고 있고, 괴물을 두려워하면서 결국 괴물이 되어가는지를, 나-우리 또한 괴물이라는 것을 어떻게 깨닫게 되는지를, 어떤 식으로 타자를 만들어내고 있고 그 타자를 반대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다양한 학자들의 분석과 통찰들을 설명해주면서 그 논의-통찰의 부족함을 알려주고 있으며 어떻게 그 부족함을 채우려하고 있는지를, 그걸 그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었네라는 감탄을 하게 되는 깊이 있는 해석들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도 때로는 해석의 상세함-난해함에 어리둥절하게 되기도 했다.
아는 것의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되지만 때대로 책에 담겨진 통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지게 느끼기도 한다.
중반부에서는 2000년 이후 우리들의 머리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2001.09.11의 순간을 자세하게 다뤄내고 있으며, 철학적 허무주의와 패배감을 어떤 식으로 이겨내야만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내용에서는 알지 못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면서 무언가 동의를 하고 싶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햄릿에 대한 다양하고 상세한 해석들을 읽어내면서 과연 해석이라는 것은 어디까지 향할 수 있는 것인지 놀라게 되기도 하고 지나치게 해석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면서도 하이데거의 논의를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후반부의 내용들은 이해되는 논의는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어떤 극단적 선택에 대한 경계와 무언가 지금을 돌파해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모색이 인상적으로 느껴지게 되었다.
이해한 것이
이해되는 것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말을 할 수 없고 어떤 말도 아끼게 되지만
그럼에도 무언가를 느끼기 때문에 이런 저런 말들을 꺼내게 된다.
그런 생각들이 부디 틀리진 않았기를 그리고 오해로 가득하진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꽤 오랜 시간동안 읽었음에도 별다르게 얻은 것이 없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