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소금 -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의 맛내기
프랑수아즈 에리티에 지음, 길혜연 옮김 / 뮤진트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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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름 어느 날, 30년 지기 친구이자 주치의인 의사로부터 스코틀랜드에서 일주일의 휴가를 훔쳐냈습니다.”라고 쓴 그림엽서를 받는다. 그의 편지에 그녀는 당신은 매일 어영부영 인생의 감칠맛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서 답장을 쓰기 시작한다.

이 책은 환자 보는 것 외엔 사생활이 없는 의사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지만, 팍팍한 일상에 매몰되어 있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쓰는 노학자의 편지이기도 하다.

 

 

 

 

저자 프랑수아즈 에리티에는 소개와 해설에서 언급되듯 (너무 이름이 알려진)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후계자 혹은 제자로 기본 소개가 되고 있지만 80세의 인류학자이면서 (물려받았든 그렇지 않든)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까지 지낸 사람이니 단지 레비-스트로스의 제자나 후계자라는 꼬리표를 붙이며 설명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 느껴진다.

 

물론, 그렇게 설명해야만 무척 쉽게 이해될 수 있다는 점 있겠지만 그래도 좀 더 그녀에 대해서 잘 알려줄 수 있는 방법 있진 않을까?

 

100쪽도 안 되는 짧은 내용이고 실제 내용도 어렵게 읽을 것 전혀 없는 인생에 감칠맛을 주는 달콤한 소금목록을 끝도 없이 이어가고 있는 달콤한 소금은 요즘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에 비해서는 일상의 소소한 재미와 기쁨 말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인 소확행에 좀 더 가까운 내용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하고 있었다면 “2012년 프랑스 서점가를 들썩이게 했던 책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이리저리 하고 싶은 것들을 수다스럽게 말하고 있지만 그런 수다 이전 프롤로그에서 말했듯 인생의 감칠맛을 놓치고 있음을 알려주려는 목적을 설명해주는 내용 때문에 좀 더 우아해지고 따사로움을 느끼게 된다.

 

누군가가 일상의 감칠맛을 위해 뭘 더 하고 싶은지 알아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고 그걸 알아가면서 내 삶의 감칠맛을 위해서 어떤 것들을 해보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굳이 100쪽에 가깝게 그걸 끄적거릴 필요가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도움되는 것 얼마 있으니 나쁘진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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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 고종석의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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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 룩셈부르크

최진실

제인 마플

무라사키 시키부

오리아나 팔라치

마리-앙투아네트

이화

샤를로트 코르데

라 파시오나리아

사포

요네하라 마리

니콜 게랭

측천무후

오프라 윈프리

라마 야드

아룬다티 로이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다이애너 스펜서

마더 테레사

임수경

브레트 애슐리

마리 블롱도

로자 파크스

프랑수아즈 지루

갈라

후지타 사유리

조피 숄

윤심덕

클라라 체트킨

셰헤라자데

시몬 베유

시몬 드 보부아르

황인숙

강금실






역사에 기록되는 ‘행운’을 지닌 여자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주로 극단적 역할을 맡았던 이들이다. 전형적 예로 잔 다르크를 들 수 있다. 그녀에겐 성녀(聖女)의 이미지와 광녀(狂女)의 이미지가 뒤섞여 있다. 그녀를 저주하며 불태워 죽인 사람들에게나 그녀를 ‘오를레앙의 성녀’로 숭배하는 사람들에게나, 잔 다르크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거처는 천당이거나 지옥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 위에는 그녀의 자리가 없다. 특별히 악독하거나 특별히 거룩한 여자들만 역사에 기록된다. … 이 책이 살필 여자 서른네 사람이 반드시 그런 극단적 여성들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평범한 여자들도 아니다. 너무 평범해서 역사 기록자의 눈이나 작가들의 상상력에 걸려들지 않은 여자(들)를 내가 찾아내거나 지어내서 살펴볼 수는 없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이므로. 우리가 엿볼 여자들은 우리에게 이미 알려진 여자들이다. 그녀들의 존재론적 범주는 넓다. 누구는 지금 살아 있고 또 다른 누구는 이미 죽었다. 누구는 삼십대 장관이고, 또 다른 누구는 사십대 소설가다. 더 나아가 소설가가 만들어낸 인물도 있다. 다시 말해, 나는 이 책의 주인공들을 실존했던(하는) 여자들에 한정하지 않았다. 예술가의 상상력 속에서 빚어진 여자들도, 그러니까 예술작품 속의 여자들도, 그 삶이 흥미롭다고 판단되면, 나는 펜을 들이댔다.





저자의 글을 좋아해 헌책방이나 중고서점에서 저자의 책을 볼 때면 곧장 구입했었다. 어쩌다 여러 권을 한꺼번에 살 수 있어 최근에 저자의 책들을 많이 읽게 됐다. 저자의 글이 갖고 있는 매력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알아서들 읽어보시라. 그저 저자의 글을 좋아하고 여러 가지로 (글에서) 본받고 싶은 부분들 많아 이것저것 찾아 읽고 있는 중이라고만 말하면 될 것 같다.


일반적으로는 “고종석의” 가 앞서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뒤로 밀려져 있는 ‘여자들 – 고종석의’는 기자처럼 혹은 산문가처럼 (아마도) 적당한 기준에서 선정된 여자들에 대한 인물평이다.


저자가 본격적으로 한명씩 얘기를 꺼내기 전 책 앞에를 통해 어떤 의도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 알려주고 있고 그 설명 그대로 저자는 특별한 순서 없이 34명의 여성들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선정된 이들 중 대부분은 처음 알게 된 사람이거나(내 무지를 항상 알게 된다) 몇몇은 이름만 들어본 사람들이라 저자의 설명을 따라 그들의 삶을 접해보게 되고 그들의 삶을 통해서 무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자세히 다루기보다는 간략하게 다루고 있고 삶을 통틀어 정리해주기 보다는 저자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인물인지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인물전으로 읽기 보다는 말 그대로 인물평으로 읽으면 될 것 같다.


저자 특유의 글맛을 잘 느낄 수 있으며 저자의 기준에 따른 평가에 조금은 달리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 다뤄진 인물들에 조금 더 관심이 가기도 한다.


사람들을 다루는 다른 책들과는 조금 다른 점을 찾는다면 살아 있던(살아 있는) 인물들만이 아닌 창조된 인물들, 소설 속 등장인물들도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색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루는 2명의 여성들을 저자 개인의 친분(혹은 각별함) 때문에 선정했다는 점도 이색적이라 할 수 있다.


“그날에 태어나거나 죽은 인물, 또는 그날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되돌아보”았던 ‘히스토리아’와 적당하게 비슷한 유형의 책이라고 볼 수 있고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이들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된 책이었다.


하나 더 말한다면 이 책에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여러 책들을 많이 알 수 있어 좋았다. 읽을 것들이 많아지기만 한다. 그리고 읽어내지 못하는 건 내 능력 부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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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가 있다 3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우리말 바루기 팀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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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권에 이은 3권은 앞선 내용들과 마찬가지로 바른 표현에 대해서, 틀리기 쉬운 말과 제대로 뜻에 맞게 쓰려면, 알맞은 언어 사용과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말에 관해 알아야만 할 것들을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 있다.

 

생활, 음식, 문화, 자연과 관련된 말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하고 범위를 넓혀 외래어와 어원, 한자성어 등 우리말과 관련된 여러 영역을 살펴보기도 한다.

 

어쩌다보니 이런 쪽에도 관심이 생겼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아는 것이 는다는 기분 보다 더 모르겠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그동안 쉽게 생각했거나 가볍게 넘어갔을 것도 주의를 기울이게 되니 더 헷갈린다고 해야 할까?

 

더 정확하고 더 올바르게 쓰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것저것 따져보며 쓰려니 쓴다는 것에 어려움이 더 커지게 된다.

 

어리석은 투정이겠지만 알고 있어야 할 것을 너무 뒤늦게 알려고 해 느끼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해야겠다.

 

모르고 있고 지나쳤던 것들을 알아가며 내 말과 글이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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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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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4295821&cid=59013&categoryId=59013

트위터 : https://twitter.com/septuor1

 

 

 

 

 

1945.06.17 2018.08.08

 

 

 

 

 

나는 내가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더듬어내어,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으로 그것을 가능하다면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

 

 

 

 

얼마 전, 정확하게 말해서는 지난 8월 저자의 사망 소식은 여러 방식으로 애석함을 그리고 안타까움을 접했지만 그때 그 당시에는 고인에 대해 특별히 아는 것 없어 그 충격의 정도는 크지 않았다. 고작 트위터를 통해서 고인을 만났을 뿐이라 그 명성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알지 못했고 얼마나 중요한 분이었는지 깨닫게 된 것은 나중이었다.

 

밤이 선생이다에 대해서는 저자의 사망 소식 때문에 알게 된 책이었거나 그 직전에 알게 된 책이다. 순서가 어찌되었든 비슷한 시기로 겹쳐질 것이다. 그 전에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책표지가 인상적이라 기억 어딘가에 머물러졌거나 제목이 눈에 들어와 그럴 것이다.

 

이 책이 뛰어난 산문들로 가득하다는 것은 얼마 전에 알게 되었고 아주 좋은 글들로 채워졌다는 추천도 요즘에야 접해서 뒤늦었지만 너무 늦은 것이 아니길 바라며 읽게 됐다.

 

문학에 관한 글이나 번역 위주로 글을 쓴 저자라 산문에 관해서 어떤 수준일지 알 수 없었지만 책을 펴내며 부터 비범함을 느낄 수 있었고 2000년대 초 신문에 쓴 글들과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쓴 글들도 몇 있지만 저자의 말대로 어조와 문체에 크게 변함이 없고, ...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한국 사회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 말고도 세상만사에 관한 여러 영역을 살펴보고 있고 세심하게 예민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개인 경험과 기억 그리고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며 생각을 풀어낼 때가 많았고 너무 다그치거나 꾸짖는 것이 아닌 나직하게 말하지만 그 말의 무게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되고 그 예리함에 긴장을 하게 된다. 너그러움 속에서 준엄함을 느끼게 한다.

 

본인 스스로는 강하게 말하려고 하지 않으려는 것 같지만 말에 깊이가 있고 여러 생각 끝에 내놓고 있다는 생각 들어 어떤 위엄을 느끼게 해준다. 하루 이틀 혹은 몇 년이 아닌 길고 긴 시간 속에서 다듬어낸 시선과 생각을 접하게 해준다.

 

이 시대의 큰 어른이라고 말한다면 저자는 쑥스러워하겠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글이라 늦었지만 읽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글 쓸 순 없지만 읽기는 했으니 그나마 운이 좋았다.

 

한번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닌 나중에라도 생각을 다듬을 때 이 책을 다시 펼칠 때가 있을 것 같다.

 

많은 것을 본받고 싶고 배우고 싶게 만드는 글이었다. 늦었다. 하지만 이제라도 읽었으니 그게 어디냐 싶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참고 : 저자에 관해 이것저것 확인하다가 저자의 트위터를 팔로잉하고 있었지만 저자 또한 나를 팔로잉하고 있었던 것은 이제야 알게 됐다. 789명 중 나도 있다. 기쁘다. 그리고 한 번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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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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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대했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후한 평가를 하는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을 읽은 후에 들었던 생각은 생각보다 별로네... 였다. 오히려 후속작이라 말할 수 있는 어루만지다가 더 좋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이런 느낌일까?

 

이상한 말이지만 저자의 다른 글과 책에서는 느껴본 적 없던 뽐냄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 필요 이상으로 글재주를 부리는 것 같았다. 좀 더 정제되었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내용은 필요 이상으로 풀어내고 다른 어떤 것에는 너무 간략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생각 들었고 몇몇 내용은 어떤 식으로도 쓰이지 않을 말들 같아 산만하게만 느껴졌다. 들쭉날쭉했고 뭔가 매무새가 반듯하지 않았다.

 

말을 다루는 솜씨는 항상 그렇듯 뛰어나지만 어수선함 감돌았고 이 이상한 기분은 뭘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읽어가다 맨 마지막에 자리 잡은 초판 서문을 읽으니 어째서 그런 것인지 알 것 같았다.

 

프랑스에서, 더 정확하게는 파리에서 생활하던 시절 불면증과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상황에서 억지로 사랑에 대한 생각을 함으로써, 내 몸을 적시는 미움을 중화시키고 싶었다. 그 강요된-자발적 강요도 강요이므로-생각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른여섯에 여드레 만에 탈고가 가능했던 건 그랬기 때문은 아닐까? 무언가 쏟아내야 했고 그 쏟아냄이 미움과 신경질과는 다른 사랑의 말들이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그 말들에서는 사랑만이 아니라 다른 감정이 뒤섞여져 있어 읽으면서도 뭔가 이상하게만 느껴진 것 같다.

 

글을 쓴 곳이 한국이 아닌, 한국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깊숙하게 사랑에 관한 우리말을 살펴보고 있는 이 책은 저자가 떠올릴 수 있는 사랑에 관한 말들을 잔뜩 다뤄보고 있고 그 말들과 함께 떠올려지는 생각이 어지럽게 얽혀져 있다.

 

말과 말의 이어짐이 종잡을 수 없고 순서 없지만 말과 글을 다루는 솜씨가 워낙 뛰어나 읽는 맛 그 자체로도 감탄하게 된다.

 

기대에 비해서는 아쉬운 점 있지만 그래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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