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 소장판 1~17 세트 - 전17권 (완결)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참고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7411&cid=59065&categoryId=59072

참고 : https://namu.wiki/w/H2

 

 

 

 

 

 

터치를 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H2’도 찾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터치보다 이걸 더 좋아하기도 하고.

 

일본에서는 터치가 더 큰 인기를 누리나 반대로 한국에서는 ‘H2’가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은 특색이라 할 수 있다. 감수성의 차이도 있겠지만 “H2를 터치보다 먼저 접한 경우가 많았고, 여기에 익숙해져 초반기 터치의 그림체에 거부감을 느끼는경우가 더 클 것 같다. 그것도 그렇지만 ‘H2’가 좀 더 속도가 있고 긴박감 있게 이야기를 이끌고 우정과 사랑 그리고 개성 있는 주변 인물들까지 빈틈없이 이야기를 채우고 있어 더 인기를 얻은 것 같다.

 

라이벌을 적대하거나 단순히 경쟁 상대로 놓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친구로 배치한 것이 오히려 인물 간의 갈등 구조를 높였으며 세세한 인물 묘사를 가능하게 했다. 또한, 연애 갈등 구조도 탄탄하게 잘 풀어내어 어디 한 곳 흠잡기 힘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아 다시 봐도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다. 어떤 부분은 놓쳤던 것 같고. 아다치 특유의 감수성과 재미 그리고 긴장을 조였다 푸는 완급까지 모든 것이 탁월했다.

 

“H2는 아다치 미츠루 테이스트의 정수로 그가 자주 사용하는 인물 성격이나 갈등 구조 등등이 총 망라되어 있다. 터치에서 보여준 투수-타자의 라이벌 구도를 바탕으로 미유키에 나왔던 삼각관계, 나인에서 보여준 타자, 투수, 포수 배터리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의 드라마, 터치의 카시와바 에이지로를 능가하는 악당의 등장, 미칠듯이 강하고 배려심이 깊고 야한 잡지를 좋아하고 정정당당한 스타일의 천재 주인공, 어려서부터 친구였던 형제같은 느낌의 또다른 천재 라이벌, 맘 좋은 뚱땡이 포수, 소꿉친구 히로인, 매니저 타입의 히로인, 얄미운 여자 후배, 누군가의 죽음, 여름, 비키니 서비스신, 나폴리탄을 주문할 수 있는 카페, 코시엔 등등 정말이지 아다치 미츠루 만화의 모든 것을 퍼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확 하고 틀림 없다. 다만, 죽음의 그림자가 터치처럼 짙진 않다. 아다치의 만화는 죽음이 때때로 다뤄지고 있어 항상 조심스럽다. 누가 죽을지 모르니까.

 

“H2도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하고 여러 가지로 터치 이후에 발전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터치 때 쌓아놓은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기도 하다. 소재가 같고 구도가 비슷하다 보니 터치와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입장이고 극단적인 팬들은 H2를 터치의 자가복제 작품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지만 터치가 올라선 수준까지 다시 올라섰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해야 한다고 본다. 그 누구도 터치가 올라선 위치까지 올라서지 못했으니까. 그걸 다시 올라섰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어쩐지 결말 부분은 너무 서둘러서 진행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서서히 다뤄졌어도 괜찮았을 진행을 이상할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었고 특유의 여운을 만들지 않으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뭐가 급했던 것일까? 완결성에 흠을 잡고 싶진 않지만 터치를 생각한다면 어정쩡하게 마무리를 짓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H2’가 한국 문화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는 점도 빼먹지 말아야겠다. “서정적이면서도 절제된 감성, 공간의 여백과 한 박자 쉬어가는 리듬으로 만들어내는 컷의 연출, 조용하지만 뜨거운 소년 소녀들의 감정을 잘 담아내는 함축적 대사 등의 요소는 H2를 많은 문화 작품들의 모범이자 참고서로 회자하게끔 만든다. 물론 H2 라는 작품이 이런 코드의 모든 원류는 절대 아니지만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부인할 수 없을것이고 너무 열심히 봤기 때문인지 영향을 넘어선 경우가 많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런 점에서는 너무 몰두해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저런 식으로 'H2‘를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 같다.

 

스포츠와 연애를 조합하는 것에 천부적인 아다치 미츠루지만 이것만큼 잘 섞어낸 결과물은 없는 것 같다. ‘터치가 있긴 하지만 그건 야구(스포츠)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라 이걸 더 좋아하게 된다. 그리고 항상 말하지만 터치는 죽음의 그림자가 너무 커서 부담스럽다.

 

나에게 아다치 최고작을 묻는다면 이걸 꼽을 것 같다. 야구의 매력과 청춘 그리고 사랑이 무척 훌륭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참고 : 다시 보게 되니 히로와 히데오 보다는 주변 인물들에 더 관심이 가게 된다. 히로타 가츠토시 까지 다시 보게 된다.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로 탁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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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Touch 소장판 1~11 세트 - 전11권 (완결)
아다치 미츠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참고 : https://namu.wiki/w/%ED%84%B0%EC%B9%98(%EB%A7%8C%ED%99%94)

 

애니메이션 터치를 보게 되니 아다치 미츠루의 원작도 보고 싶어 다시 보게 됐다. 예전보다는 좀 더 재미나게 즐길 순 있었지만 여전히 이것보다는 ‘H2’가 더 마음에 든다.

 

1980년대(1981 - 1986)에 연재가 되었기 때문에 지금 봐서는 조금은 부족한 그림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다치의 작품을 아는 사람은 어느 정도 자리 잡은 그림이라 할 수 있고, 여러 가지로 그의 만화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특징-개성을 많이 찾게 돼 이걸 최고로 꼽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다치 작품 전체에 나타나는 특징인데 소재만 스포츠에서 따오고 정작 스토리는 풋풋하면서도 아련한 소년 소녀들의 청춘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야구에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는 너무 청춘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야구에도 집중하는 순간이 그 몰입이 무척 진지할 때도 있다. 사랑과 야구 둘 다 느슨함을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야 고전이고 터치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 작품들이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가히 혁명적인 작품이었다. 이 터치로 인해 일본 만화의 트렌드가 바뀌어버린다.

 

1. 열혈, 근성으로 가득 찬 주인공 -> 느긋하고 여유를 지닌 주인공

2. 특훈 한 번으로 필살기를 익히며 순식간에 파워 업 -> 3년에 걸쳐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감

3. 교활한 악당 역할의 라이벌 -> 매력적이고 근성 있는 라이벌(닛타 아키오)

4. 타인의 꿈을 이어받아 이루어감

5.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

 

이때까지만 해도 야구 만화는 근성, 열혈물의 대표격이었지만, 아다치 미츠루의 세련된 감성으로 그려낸 터치의 탄생으로 그 인상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그만큼 터치는 독창적이었고 대중적이었다.”

 

이 만화의 가장 큰 특징은 3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서서히 주인공(타츠야)의 성장을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적이든 선수로서든 단번에 능력이 올라서기도 하지만(타고난 재능이 언제나 밑바탕에 있다), 여러 난관과 노력이 곁들여져 뛰어난 재능이 꽃피워지는 과정 또한 보여주고 있다. 다만, 상대적으로 주변 인물들(마츠다이라 코타로 외)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H2’에 비해서는 개별적인 등장인물들의 개성은 약하다 할 수 있다. 반면에 좀 더 (일본) 고등학교 야구가 갖는 매력을 잘 살려내고 있기도 하다. 아다치의 만화를 보게 된다면 누구나 여름 무렵 괜히 고시엔 대회를 알아보게 될 것이다.

 

일본의 국민 만화 중 하나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역대 일본 야구 만화는 물론 만화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인지도 및 인기를 자랑한다. 일본 만화 최초로 단행본 발행 부수 5,000만 부를 달성한 만화이며, 최근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1억 부 이상 팔렸으며 아다치의 작품 중에서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H2와 비교할 경우, 일본에서는 H2는 아다치 올드팬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지지를 받는 데 비해서 터치는 국민 작품으로서 부각 되어 있다. 지금도 인기가 지속 되고 있을 정도지만 이상할 정도로 아다치의 만화 중 덜 관심이 가게 되는 만화이기도 하다.

 

어째서일까?

 

그건 아마도 이 만화에 짙게 깔린 죽음이라는 그림자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 이 만화의 주인공은 우에스기 타츠야가 아닌 급작스럽게 죽은 우에스기 카즈야라 할 수 있다. 내용이 진행되는 중에 죽었고 계속해서 언급되고 있을 뿐이지만 이 만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죽은 카즈야라 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

 

우에스기 가족은 타츠야에 대해서는 그가 존재하는지를 의심될 정도로 무관심하지만 살아 있을 때도, 죽은 다음에도 카즈야에 대해서는 항상 언급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타츠야의 라이벌 닛타 또한 과연 타츠야와 승부를 겨루려는 것인지 카즈야와 상대하는 것인지 헷갈리게 될 정도로 이 만화에서 카즈야의 존재는 무척 중요하다. ‘햄릿을 독특하게 비틀어내고 있다고 해야 할까? 어떤 경우는 죽은 것은 타츠야고 카즈야가 타츠야로 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카즈야의 죽음 이후 터치는 하나의 거대한 추모제라 할 수 있다. 카즈야를 위해 갑자원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한 일종의 진혼곡과 같다. 길고 긴 장례식이라 할 수 있고, 원혼을 달래기 위한 애달픈 노력처럼 느껴지게 된다. 그런 점 때문에 터치는 즐기기보다는 불편한 기분으로 보게 된다.

 

그런 점은 ‘H2’ 또한 언뜻 보여주고는 있지만 터치수준으로 강도 높진 않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터치는 그걸 즐기진 못하게 된다. 너무 강렬하고 (죽음이라는) 깊은 어둠이 너무 짙다.

 

등장인물의 죽음과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이뤄지는지를 이처럼 매력적으로 다룬 만화는 없을 것이다. 반대로 죽음이라는 그림자를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렇게 담백하게 다룬 만화도 없을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서는 무척 가볍게 다루고 있고, 반대로 무지막지하게 무겁게 다루고 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터치는 계속해서 언급될 것이고 다뤄지게 될 것 같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만화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 만화가 재미나기도 하지만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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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고화질] 시끌별 녀석들 34 (완결) 시끌별 녀석들 34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DCW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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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namu.wiki/w/%EC%8B%9C%EB%81%8C%EB%B3%84%20%EB%85%80%EC%84%9D%EB%93%A4

 

 

 

 

 

타카하시 루미코가 1978년부터 1987년까지 총 전 34권으로 완결을 낸 주간 소년 선데이에 연재한 첫 장편 만화. 타카하시 루미코가 대학생이었던 1978년에 만화 콘테스트에 입상하면서 약 2년간 띄엄띄엄 비정기 연재를 하다가 대학 졸업 후 1980년부터 프로 만화가로 정식 데뷔하여 소년 선데이에 본격적으로 연재를 하기 시작했다. 1980년에 제 26회 소학관 만화상을 수상하였으며 1980년대를 대표하는 만화로 일컬어진다.” 는 식으로 이 만화-코믹스를 말한다면 너무 건조한 방식이겠지만 어떤 만화인지 알기 위한 가장 알맞은 시작일 것 같다.

 

이 만화를 타카하시 루미코의 최고작으로 꼽는 사람도 있고, 이것 때문에 지금의 모에 문화(난 아직도 이게 뭔지 잘 모르겠다)가 가능했다는 평가도 있어 여전히 언급되고 있는 만화이기도 하다. 좀 사후적인 평가인 것 같지만 지금 보니 이런 저런 식으로 여전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식이랄까?

 

매우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를 메인으로 내세워 아다치 미츠루의 터치와 함께 소년 선데이에 연재되면서, 소년들을 비롯한 남성 독자들에게 연애만화란 장르를 소개시켜준 최초의 작품이다. '우루세이 야츠라''터치' 이전까지 소년들은 남녀 간의 연애를 그린 로맨스물이 있더라도 남자가 여자에게 반해서 헤헤거리는 건 남자답지 않다.’ 라고 해서 읽지도 보지도 않았다니 이 만화가 발표된 시대(1978 - 1987)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것 역시 나중에야 알게 된 사람이 하는 뒤늦은 평가일 것이고.

 

대부분의 작품은 남성이 주로 메인이며 여성 캐릭터는 부가적이고 수동적인 역할이었기 때문에 울트라맨 에이스나 투장 다이모스처럼 여성의 비중을 높인 창작물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리고 소녀들은 외계인과 도깨비들이 나오는 개그만화나 야구만화를 읽지 않았다. 이 작품은 그 중간 단계를 제시함으로서 남성과 여성이 모두 읽는 러브 코미디란 장르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고 오늘날 일본에 러브 코미디라는 장르가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맞다면 얼마나 이 만화가 중요한지 몇 번을 말해도 과하진 않을 것 같다. 일종의 기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원형이라 할 수 있겠다. 실제로도 그렇기도 하고.

 

개성 만점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여 왁자지껄한 소동을 벌이는 개그 만화로 루미코의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별의별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개성에 따라 온갖 소동을 일으키는 내용이 전부라 이런 식의 만화에 흥미가 없다면 이게 왜 여전히 인기가 있는지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어쨌든 건담과 함께 1980년대의 일본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만화이기 때문에 이걸 몰라서는 일본의 1980년대를 알 순 없을 것이다.

 

오늘날 러브 코미디나 패러디물의 원형. 여주인공 격인 라무의 독특한 캐릭터성으로 인해, 이 작품을 모에열풍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는 말에 보게 됐다. ‘메종일각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루미코의 다른 만화도 보고 싶기도 했고. 가장 큰 이유는 애니메이션 시끌녀석들을 보기 전 원작을 먼저 보고 싶어서였다.

 

루미코의 데뷔작이라 초반 작화는 좀 촌스럽고 이야기 역시 정돈되지 않고 난잡해 보이지만 점점 그림체도 그렇고 개그 역시 이상한 방향으로 오버하는 감 없이 많이 안정되어 그녀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걸 최고로 꼽는 이유를 알게 되기도 한다.

 

연재 초창기에는 아타루, 시노부, 라무의 시끌벅쩍한 삼각관계의 러브 코미디가 중심이 되어 아타루를 중간에 두고 시노부와 라무의 줄다리기가 상당했지만, 연재가 진행될수록 그런 러브 코미디적인 요소보다는 에피소드 나열식의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요소가 부각되어 간다. 그도 그럴것이 너무나도 개성적인 히로인이었던 라무의 인기가 삼각관계의 또 다른 한축이었던 시노부를 압도하여 삼각 관계 러브 코미디물로서의 균형이 흔들려 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시노부는 1화 첫 페이지부터 얼굴을 내밀어 당당히 메인 히로인으로 출발했지만, 번개 쏘는 외계 도깨비 소녀라는 개성적인 라이벌에게 밀린 끝에 리타이어하여 어찌어찌 괴력 소녀라는 기믹을 얻어 슬랩스틱 난장판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조연으로 추락하고 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루미코가 어떤 식으로 다양한 등장인물을 다뤄야 할 것인지 깨닫기도 했을 것 같다. 이 만화 이후를 생각한다면 홀대되거나 낙오되는 등장인물이 없기도 했고. 첫 만화가 이런 수준의 완성도라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40여년 전에 나온 매우 오래된 작품이지만 요즘의 덕후들이 보아도 혹할 만한 게, 요즘의 모에 요소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지금 주류의 씨앗이 어땠는지 알기 위해서라도 이걸 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얼마나 변한 것이 없는지도 느끼게 된다.

 

햇수로만 쳐도 이제 40년이 넘어가는 만화, 애니메이션이지만 수많은 만화, 애니메이션계의 클리셰를 창조해낸 작품이니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 같아 보게 됐다. 아주 재미나다 말하진 못하겠지만 점점 볼만하게 되어간다는 점에서 루미코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원작을 본 다음에 TV 애니메이션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보긴 했지만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시이 마모루가 참여하기도 해서 여러 가지로 유명한 TV 애니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애니메이션만 좋다는 사람들도 꽤있다니 애니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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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 승효상의 건축여행
승효상 지음 / 안그라픽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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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알게 된 것은 짧은 특강을 통해서였다. 2-3시간 정도의 강의였지만 인상적이었고 울림이 있었다. 한창 건축에 관심이 높았을 때 접해서인지 여전히 기억난다. 건축 쪽에서는 무척 이름 높고 알려진 분이라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됐다. 글재주도 있어 책을 통해서도 유명하다는 건 더 나중에야 알았다. 발표한 책들 중 건축, 사유의 기호만 읽었고 강의나 책이나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게으름 때문에 더 많이 읽진 못했다.

 

간간히 온라인을 통해서 저자의 활동을 접하던 중 우연하게 구하게 된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제목부터 저자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었다. 내용도 그렇지만. 일간지에 발표한 글을 중심으로 그간 여러 지면에 연재했던 글들과 이전의 기록들을 묶어서 새롭게 정리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지금까지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설파해 온 승효상의생각이 잘 담겨져 있다. “간결하고 담담히 써내려 간 문장 안에 담긴 사유의 묵직함은 오랜 여운을 남기고 있다지만 간결과 담담보다는 고민과 고심이 더 묻어난다고 본다. “여행길에서 만난 건축과 그것이 이루는 삶의 풍경들을 기록한내용이고 관심 높은 건축이나 장소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건축과 공간 그리고 삶의 태도를 반복해서 말해주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돌림노래 같다고 말할지도 모르고 한국 사회의 잘못된 점에 대한 날선 비판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너무 호된 꾸지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틀린 말 아니니 뭘 어떻게 고쳐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빈자의 미학이라는 건축철학을 내세우며 지금 우리가 뿌리내리고 사는 집과 도시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건축과 건강한 도시인지를 함께 성찰하고, 건축가로서의 모습 보다는 어떤 실천을 고민하는종교적 분위기가 가득한 수도록이라는 느낌이 커 다른 사람들은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궁금해진다.

 

우리가 어떤 건축을 지향하고 어떤 도시에서 살아야 할지 담담하지만 안타까움을 담은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담담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많이 느껴진다. 어렵게 쓴 내용도 아니고 사진도 많이 수록되어 있어 금세 읽을 수 있었다. 안에 담겨져 있는 고민과 생각은 오랜 시간 끝에 내린 결론이겠지만 술술 읽힌다.

 

바른 건축 공부란 우리 삶의 형식에 대한 공부여야 한다. 따라서 건축을 굳이 장르로 구분한다면 그것은 인문학이다. 그리고 삶의 실체를 그려야 하는 건축가에게 가장 유효한 건축 공부 방법이 바로 여행이라는 생각 속에서 정리된 글이라 견문록이라 할 수 있고 그 견문을 통해 쓰여진 명상록이기도 할 수 있다. 반복하지만 수도록이기도 할 것이고.

 

국내외 여러 곳을 알려주고 있으며 다른 건축가들이 잘 다루지 않는 곳들도 꽤 있어 건축가들의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중복된 것도 그리고 새로운 것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원한 기분으로 읽히기 보다는 방황과 고민 끝에 써진 글이고, 감탄도 있지만 개탄도 많아 읽는 사람에 따라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식의 글도 좋아해서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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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무늬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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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발표한 책들 중 서얼단상과 함께 구입해서 읽게 된 자유의 무늬는 비슷한 시기(2002)에 발표됐지만 담겨져 있는 내용이나 다루는 방식이 조금은 다른 모양새를 보여주고 있다.

 

서얼단상'한 전라도 사람의 세상 읽기'라는 부제처럼 직접 얼굴을 내미는 사적(私的) 언술로 이뤄진느낌이 크다면, “각종 매체에 연재하거나 실었던 짧은 글을 묶고 있는 자유의 무늬는 저자의 평소 글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익숙하게 읽혀진다. 쉽게 말해서 칼럼니스트다운 글쓰기를 보여준다. , 자신만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일간지, 주간지 등에 실린 글이고 다루는 주제도 (아마도) 그때그때마다 관심 가는 것들을 다뤄서인지 무척 다양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저자의 박학함과 넒은 관심을 알 수 있으며 저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있어 공감한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다른 생각을 한다면 읽어가며 입이 근질거리게 될 것 같다. 혹은 건성으로 책을 넘기거나.

 

저자의 생각에 크게 반박하고 싶진 않은 사람이고, 아예 고민조차 해본 적 없는 논의가 많아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며 읽었다. 모르는 게 많으니 이런 식으로라도 조금은 알아가야겠지.

 

시기적으로 너무 뒤늦게 읽어 지금과는 어울리지 않는 글도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읽어 볼만 했다. 세월이 흘렀음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 흘렀어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좀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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