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미래 -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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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서 저자를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그가 쓴 책도 찾아보게 됐다.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지만 평소에도 건축에 관심을 주고 있어 가능했던 것 같다. 특출나다는 말까지는 못하더라도 읽기 편했고, 자신의 생각을 잘 풀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에 동의하느냐 마느냐는 별개겠지만. 어떤 지향점이나 생각은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거기에 호응을 하는지 마는지는 다른 말이겠지만.

 

저자는 코로나19 라는 무척 특별한 그리고 극단적인 시기를 겪으면서-거치면서 어떤 식으로 도시와 공간이 변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제안을, 혹은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걸 말하면서 그동안 그 자신이 갖고 있던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기도 하다. 이전에도 몇 번은 말한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사는 공간은 그 안에 사는 인간의 변화에 맞춰 함께 변화해 왔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바뀌면서 공간의 변화 속도가 빨라졌고, 나아가던 방향도 조금 틀어졌다. 이 책은 집, 회사, 학교, 상업 시설, 공원, 지방 도시, 물류 터널 등 우리가 생활하고 있거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공간의 가까운 미래를 살펴본다.

인간은 늘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를 준비하려 한다. 지금처럼 큰 변화를 맞이했을 때에는 그런 요구가 더 클 수밖에 없고, 그에 발맞춰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이 예측을 내놓고 있다. 저자는 건축가로서 앞으로의 공간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려 시도했고, 이 책은 그 추측의 산물이다. 당연히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이 책의 이야기가 더해진다면 더 올바른 예측을 하고, 나아갈 방향을 잡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어렵지 않게 설명을 해주고 있어서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고. 너무 급하게 읽어서 저자가 말해주려고 하는 것들을 조금은 놓치진 않았나? 싶다는 생각도 든다. 빨리 읽어야 한다는 것에 너무 몰두-집착하는 나쁜 버릇을 고쳐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코로나로 달라진 상황에서 우리의 공간이 어떻게 바뀌었고, 바뀌어 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단순한 공간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계층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학교 건물을 이야기할 때는 더 나은 교육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주거를 이야기할 때는 더 많은 사람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까지 고민한다. 그리고 생활 공간에 대한 얘기에 그치지 않고 그린벨트, 물류 전용 터널, 국토 균형 발전까지 광범위한 공간에 대한 건축가로서의 진단, 비판, 바람을 이야기한다.”

 

어떤 확실한-명백한 정답을 찾기보다는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문제의식을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로 여기며 읽는 게 좋을 것 같다. 재미나게 읽었다. 함께 고민하다보면 어떤 좋은 해법을 찾아낼 수 있진 않을까?

 

#공간의미래 #코로나가가속화시킨공간변화 #유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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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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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1913년 세기의 여름’)을 그렇게까지 재미나게 읽진 못했었다. 인상적인 글쓰기 방식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밋밋하다는 느낌이랄까? 그 시대의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진 못했다는 생각이다. 겉돈다고 해야 할까? 혹은 독일이 중심이고, 주변 지역의 명사들이 간혹 등장하고 있을 뿐이면서 너무 거창한 것처럼 꾸민 것 같은. 너무 박한 평가라는 건 안다.

 

어떤 평을 하든 분명 인상적인 시도이고 접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지난번은 ““우리가 현재라고 부르는 시간의 시작점1913년으로 되돌아가 모더니즘의 찬란한 태동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었다면, 이번 신작에선 세계사적으로 가장 불행했던 시기라고 할 만한 제1차세계대전 이후부터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의 10년 동안인 1929~1939년까지의 기간을 다룬다.

플로리안 일리스는 일기, 편지, 잡지, 신문, 그림, 사진 등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베를린 황금기의 끝자락인 이 격동의 10년을 문화사적으로 의미 있는 주요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풀어냈다. 뉴욕 증시 폭락을 신호탄으로 시작된 대공황과 더불어 나치즘과 파시즘이 부상하고 불안과 증오가 악순환을 이루며 파국으로 치달았던 시대다.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끔찍했던 전쟁을 겪은 직후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과거를 떠올리고 싶어하지 않았던 시대. 사람들은 그토록 정신없이 현재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예술가들은 열광적인 사랑에 빠졌다.“

 

11년 만의 후속작은 전작에 비해서는 흥미롭게 읽을 부분은 많았으나 이게 그렇게 대단한가? 라는 생각은 여전히 든다. 증오와 사랑이라는 극히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부분을 온갖 유명 인사와 지식인들을 등장시키면서 살펴보고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진 않다. 아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고, 결국에는 유럽(중에서도 독일)을 중심으로 한 내용 이상은 아니기 때문에 동방의 구석진 나라에서 살아가는 배불뚝이 중년의 아저씨인 사람으로서는 적당한 흥미만 들게 될 뿐이었다. 어쩌면 증오나 사랑을 잘 몰라서 그런지도 모르고. 다만, 히틀러가 그리고 나치가 권력을 장악하게 되어가는 과정에서 유대인 및 그쪽과 대립하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내쫓겨가고 불안감에 휩싸이는지는 무척 관심이 가며 읽게 됐다.

 

좀 더 젊은 사람들은, 혹은 언급되는 사람들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어떤 식으로 읽었을지 궁금하다.

 

 

#증오의시대 #광기의사랑 #감정의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일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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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건축
구마 겐고 지음, 이정환 옮김, 임태희 감수 / 안그라픽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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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대한 막연한 관심으로 제목에 이끌리거나 저자의 명성에 홀려 이런저런 책들을 읽었고, 구마 겐고의 경우도 꽤 흥미로운 논의들이 많다 보니 여러 저서를 접하게 됐다. 구마 겐고의 경우는 항상 만족스러운 책읽기였고, 이번 작은 건축또한 꽤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글쓰기를 해주고 있어, 읽기가 편해 금방 끝낼 수 있었다.

 

단순히 작은 것만으로는 작은 건축이라 할 수 없다. 이상적인 작은 건축은 자립하는 건축이다. 단순히 크기가 작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을 이용해 자신과 세계를 연결하는 도구가 바로 작은 건축이다. 이 책에서 구마 겐고는 쌓기, 의존하기, 엮기, 부풀리기라는 네 가지 주제로 새로운 개념의 작은 건축을 실현하고 있다.”

 

콘크리트와 철골 중심의 강하고 합리적이고 큰 건축’”이 아닌 작은 건축을 지향한다는 저자의 생각과 입장에 따른 결과물들을 어떤 과정에서 만들게 되었는지 별다른 꾸밈없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더 부풀리거나 장황하게 과정을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런 장식을 되도록 피하며 핵심만을 간략하게 다루려고 하고 있다.

 

지금과는 다른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그걸 위해서 생각-실천의 전환이 필요함을 계속해서 말하고 있다. 저자처럼 발상의 전환으로 가득한 사람은 아니고, 그렇다고 생각의 깊이도 부족한 사람인지라 그저 읽으면서 감탄하거나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라는 놀라움만 들었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으며, 일상에서 작은 건축이라는 문제의식을 어떤 식으로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싶다. 과연 잘 될까? 싶지만.

 

 

#작은건축 #구마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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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반환점 1997~2008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황의웅 옮김, 박인하 감수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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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을 읽고 조금은 시간을 둔 다음 반환점을 읽게 됐다. ‘출발점이 조금은 정신사납다는 혹은 산만하다는 느낌이라면, 이번 반환점은 어느 정도 순서가 있으며 적당한 흐름-통제된 느낌도 든다. 어떤 게 더 낫느냐는 구분보다는 그냥 그런 차이가 있음을 말하고 싶다. ‘출발점이 걸러짐 없이 온갖 곳에 발표된 내용을 모으는 것에 힘을 다 썼다면, ‘반환점은 어느 정도 명성을 얻은 다음이라 잡다한 내용은 없어 보인다.

 

작품 철학과 애니메이션 기획서, 연출, 에세이, 강연, 대담의 원고 60여 편이 수록되어 있다. 전작인 출발점 1979-1996에 비해 한층 더 어른스러우면서도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이 엿보인다.”

 

출발점에 비해서는 최근에 나눈 대담들이라 조금은 쉽게 읽힌다. 발표된 작품들에 대한 기억도 상대적으로 또렷하고. 다만, ‘출발점도 그랬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사람이 보여주는 때로는 과격하고 어떨 때는 허무함으로 가득한 (그리고 꼰대적인) 발언들이 무척 인상적이기도 하고 놀라움을 느끼게 되기도 하다. 저런 사람이 어떻게 그런 작품들을 만들 수 있을지 잘 이해되질 않는다.

 

감독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살아라!”이다. 영화를 준비하는 동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기아와 테러(9.11), 자연재해(동일본대지진)를 언급하며 감독 자신을 포함 인간은 살아가며 절망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사실, 희망을 잃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의 팬이 아니라면 읽기가 어렵거나 힘들 것 같다. 다행히 혹은 간신히 읽어낼 수 있었다. 그의 작품에 큰 감동을 받은 게 많기 때문에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다.

 

 

#미야자키하야오 #반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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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스러운 술집이 문 닫을 때
로런스 블록 지음, 박진세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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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블록 / 로런스 블록의 매튜 스커더 / 매슈 스커더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이번에 번역-출판된 이 소설도 곧장 손에 쥐게 됐다. 생소한 출판사이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겠나?

 

시리즈의 순서로는 ‘800만 가지 죽는 방법다음 이야기인 것 같지만, 다른 시리즈의 이야기와는 다르게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조금은 다른 접근이라고 해야겠다. 하지만 ‘800...’과 마찬가지로 골똘히 뭔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기도 하다. 쉴 틈 없이 술을 찾고 있다는 점도 특색이라 할 수 있고. 음울함과 고독이 짙게 깔려 있다. 어쩌면 술에 찌든 기운으로 가득한지도 모르고.

 

술을 끊고 지내는 모습이 아닌, 항상 술에 찌들어 있던 시절이 배경이지만 아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있진 않다. 이 시리즈를 접할 때면 항상 등장하는, 경찰을 그만두고 지금과 같은 삶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여전히 언급되고 있다. 그것만큼은 변함없다.

 

로런스 블록의 기념비적인 탐정이 아는 유일한 생존 방법은 매일 술을 마시는 것. 그리고 이제 스커더의 술친구들은 그를 끔찍한 일에 끌어들인다. 협박, 배신 그리고 살인. 10년 전 여름을 떠올릴 때마다 스커더의 머릿속에 두 술친구가 소환된다. 장부를 도둑맞은 술집 사장과 아내 살해 혐의를 받는 세일즈맨. 그들을 곤경에서 구해야 하는 스커더가 조사에 나선다. 하지만 사건은 예상외로 심각했다. 알코올중독자 탐정의 회상을 통해 대도시 뉴욕의 고독과 감상을 선명히 묘사한 하드보일드.”

 

하드보일드라고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에 대한 끝없는 질문으로 가득한 느낌이 든다. 거기에 범죄와 어떤 실체를 파악하는 과정이 곁들여진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진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아주 좋다는 뜻도 아니지만.

 

어떤 의도인지는 어렴풋하게 알 수 있는 것 같아 그걸 좋아하진 않지만 즐길 수는 있었던 것 같다. 이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들도 번역되길 바라고 있으니 조금은 인기를 누렸으면 싶기도 하고.

 

이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도 번역되었으면 싶다.

 

#성스러운술집이문닫을때 #로런스블록 #로렌스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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