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슬럼, 지구를 뒤덮다 -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 도시의 빈곤화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돌베개 / 2007년 7월
평점 :
최근 공간과 건축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면서 이것저것 챙겨보기 시작했는데, 그 관심이 도시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도시의 이면인 슬럼-빈민지역에 대한 흥미로 뻗어나가 ‘슬럼, 지구를 뒤덮다’를 찾게 될 정도가 되었다.
마이크 데이비스의 ‘슬럼, ...’은 최근의 슬럼화에 대한 긴급한 보고서이자 암울한 미래에 대한 절망적인 비탄과 탄식처럼 읽혀진다.
어떠한 탈출구도 찾아낼 수 없는...
희망도 없이 그저 죽을 수 없으니 견뎌내야만 하는...
그런 세상을, 온갖 지옥들이 펼쳐진 현장으로 우리들을 끌고 가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슬럼, ...’은 사회를 차지하는 대부분이 아닌 일부집단에게만 유리한 정책이 이뤄질 때, 그런 정책이 모든 것을 잠식해갈 때 얼마만큼의 우울한 미래가 펼쳐질지에 대한 잔혹한 대답이면서, 바로 그 곤혹스럽고 난감하게 만드는 미래가 이미 펼쳐졌을 때 어떤 풍경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우선 저자는 급격하게 늘어가고 성장하는 도시화로의 진행에 대해서 검토하고, 여러 통계와 지표들을 통해서 도시인구가 농촌인구를 넘어서게 되는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했다는 설명을 더해주며 이런 새로운 시대에서 과연 슬럼-빈민지역이 어떤 공간이고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정리하려고 하고 있다.
대책 없이 늘어가고 있고, 어떤 식으로도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더욱 더 엉망으로 향하고 있는 슬럼화에 대한 현실을 지적함과 동시에 대량실업과 빈곤화, 빈곤지역의 확대에 대한 역사적인 검토와 함께, 슬럼화에 대한 해결을 모색한다는 국가-정부의 거짓된 약속과 희망에 대해서 다양한 사례를 검토-폭로하고 있고, 국제적인 관심과 협조 또한 적절한 처방을 제시하지 못한 채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배집단들의 결탁-무능-무관심으로 인해서 약자들은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려지고 있을 뿐이고, 공권력이 자행하는 무수한 물리적-비물리적 폭력이 어떻게 슬럼을 계속해서 변두리로 몰아넣는지와 함께, 소수의 지배집단이 슬럼화에 대한 해결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자신들만의 이상세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만 관심을 쏟고 있는 모습을 찾아내고 있다.
위생문제
실업문제
교통문제
범죄지역화
불평등의 가속화
온갖 인권유린과 아동과 여성에게 더욱 노출된 여러 위협들
등등등 ‘슬럼, ...’은 슬럼화로 인해서 발생되는 여러 문제점들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고, 꼼꼼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도시-슬럼화와 그로 인한 어두운 이면을 확인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괴로운 진실을 알려주고 있고, 그걸 알게 된 이들에게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과 좌절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고, 이런 문제점이 계속해서 불어나기만 하는 상황에서 절망을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분출-폭발하게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언으로 저자는 논의를 마치고 있다.
파국으로 향하고 있거나,
이미 파국에 당도하였거나...
저자가 보는 지금 시대의 모습은 어떤 식으로 바라본다고 해도 암담하기만 할 뿐이다.
장하준이 ‘사다리 걷어차기’나 ‘나쁜 사마리아인들’에서 논의했던 그릇된 정책들이 혹은 그들(일부 소수)에게만 유리한 정책들이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을 괴로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게 되었는지를 ‘슬럼, ...’은 공포로 가득하도록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일종의 괴기물과 같은 실태보고서와 같다고 해야 할까?
잘못됨이 어떤 현실을 만들어내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과연 무엇을 해야만 하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생각 이상으로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슬럼, ...’에서 논의하던 문제들을 접했음에도 쉽게 놀라움이 가셔지지 않는다.
끔찍하고,
끔찍하다.
참혹함, 오직 그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