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기억 - 개정판 한길그레이트북스 119
페르낭 브로델 지음, 강주헌 옮김 / 한길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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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계의 교황이라 불리는 페르낭 브로델의 저작을 하나도 읽은 적 없다는 생각에 (그나마) 가볍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 펼쳐낸 지중해의 기억은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무척 읽기 힘들었다. 내용이 지루해서 그런 건 아니고 너무 과거에서부터 (구석기 시대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아는 것이 없어 그런 것이고 역사에 관심만 있지 정작 제대로 알고 있는 것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기도 했고 좌절하기도 했다.

 

프랑스 아날학파의 대표적인 역사가인 브로델의 유고작이다. 그의 전공분야인 16,17세기 역사를 넘어 선사시대부터 로마의 정복까지 지중해의 질곡진 역사를 이야기해주고 있으며 단순히 지중해를 중심으로 시간 순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었던 국가들의 흥망성쇠 식의 내용이 아닌 지중해를 중심으로 고대사의 질곡을 그려내고 있어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지중해의 역사를 풀어내고 있다.

 

워낙 아는 것 많은 분이고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식으로 바라보는 경우 많아 읽으면서 어떻게 저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라는 놀라움을 느끼게 되고 아는 게 별로 없었던 지중해를 그리고 그 주변을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펴보고 있어 여러 가지로 흥미로웠다.

 

지중해 문명에 대해서나 여러 국가들이 어떻게 등장했고 몰락했는지를 다루는 게 아닌 기후나 지역적 특성, 이런 저런 가정들과 서서히 등장한 문명의 기초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지중해에 대한 연구로 생각되기 보다는 지중해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로서 이해된다. 아마 저자도 그렇게 읽혀지길 원했을 것 같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지만 메소포타미아 문명 지역까지 살펴보고 있어 흥미롭지만 읽어내기 어려웠고, 이집트 문명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만 가득해 한숨만 나오게 만든다. 그래도 1/3 정도가 그리스와 로마에 대한 내용이 있어 그 부분은 그럭저럭 속도를 내서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어떤 식의 내용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인지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힘들게 읽어낸 것 같다. 브로델의 다른 저작도 읽고는 싶지만 과연 읽어낼 수 있을지 걱정만 앞선다.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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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 -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
왕가위.존 파워스 지음, 성문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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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의 영화를 유달리 좋아하기 때문에 이 책이 출판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 구입을 미루고 있었다. 굳이 구입할 필요까지 있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이런 것을 보면 그렇게 충성스러운 팬은 아닌 것 같다. 책을 고르던 중 어쩌다 눈에 들어왔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긴 했지만 읽고 싶다는 생각 들지 않아 책장에 모셔두고만 있었다.

 

읽을 책을 고르던 중 유난히 계속 눈에 들어와 결국에는 읽게 된 왕가위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은 왕가위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고 (왕가위에 대한 평가가 애매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왕가위에 대한 평가도 조금 바뀔지도 모른다.

 

적당한 내용의 설명과 인터뷰 그리고 미공개 사진들로 꾸며진 그렇고 그런 화보집 정도로 생각해 구입을 그리고 읽기를 망설였지만 생각 이상으로 잘 정리된 내용으로 누구나 읽는다면 훌륭하다 말하리라 생각한다. 비싼 돈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다.

 

저자는 왕가위의 영화 세계를 잘 설명해주고 있고 비판하는 이들의 입장과 거기에 대한 반박(과 옹호)을 하며 왕가위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어떤 것들을 담아내려 했는지 상세히 설명해준 다음 왕가위가 발표한 영화를 주제에 따라 묶고 하나씩 직접 물어가며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간간히 왕가위와 함께 작업한 주변 사람들(크리스토퍼 도일과 미술감독 장숙평 등)의 생각도 함께 언급하고 있는 이 왕가위 종합 안내서는 왕가위 개인에 대해 그리고 그의 영화에 대해서 생각 이상으로 세세히 그리고 성실하게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읽게 만든다.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두루뭉술하게 말할 것 같았던 왕가위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너무) 솔직하고 자세히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그의 영화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고 모르고 있던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들이 많아 무척 재미난 내용들이었다.

 

단지 소장용으로만 하기는 아깝다고 말할 정도로 충실한 왕가위 종합 안내서였다. “왕가위의 30년 영화 인생을 집약한 단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은 전혀 헛말이 아니었다.

 

 

참고 : 조금만 더 작게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너무 크고 무거워서 들고 다니며 읽기는 무척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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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헬 시공그래픽노블
앨런 무어.에디 캄벨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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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namu.wiki/w/%ED%94%84%EB%A1%AC%20%ED%97%AC

 

 

 

 

 

이걸 걸작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괴작이라고 해야 할까?

 

앨런 무어의 열렬한 팬들은 당연히 걸작이라고 말할 것이고 괴작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진 않겠지만 빅토리아 시대를 19세기 말 런던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샅샅이 들쑤시는 이 책에 대해서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망설여질 뿐이다.

 

산업혁명, 자본주의 태동기, 극심한 빈부격차 등 그 당시 영국과 런던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다 생각했지만 프롬 헬을 읽게 되니 얄팍한 이해만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그 당시로 밀어 넣고 있는 (광기를 들춰주는) 이 책의 빼어남을 알면서도 미쳐 날뛰고 있는 광기에 겁을 먹게 되기도 하고 당황하게 되기도 한다. 마치 미친 윌리엄 위시 걸 옆에서 끌려 다니는 마부 존 네틀리처럼. 과연 제대로 알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미치광이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근데, 그게 과연 가능할까? 앨런 무어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미친 사람의 내면을 본 적 없어서 단정은 못하겠지만.

 

살인마 잭 더 리퍼에 대해서 그리고 19세기 런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적어 두터운 분량의 런던 (연쇄 살인) 견학기인 이 책이 버겁기만 했고 너무 꼼꼼해서 도무지 읽혀지지 않는 부록 1 각 챕터에 대한 주석은 건성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모르는 것 투성이다. 이처럼 런던에 대해 그리고 잭 더 리퍼에 대해 많은 지식이 적다면 부록 2 기러기잡이들의 춤을 먼저 읽고 시작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잭 더 리퍼

 

그의 악명을 모르고 있진 않았다. 다만 그 이름은 전설처럼 느껴졌을 뿐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조금은 식상한 이름이기도 했다. 다행히 앨런 무어는 흔한 방식의 수사물로 만들려하지 않고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런던을 그리고 살인과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며 하나의 드라마를 런던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어버렸다.

 

앨런 무어

 

그가 야심을 갖고 이 책을 만들려고 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잭 더 리퍼에 관한 온갖 자료 그리고 그 자신의 상상력과 추측을 덧붙여 엄청난 규모의 이야기로 부풀리고 항상 다루는 부분들(변태적 섹스, 잔혹한 살인, 장광설로 가득한 독백과 중얼거림 등) 또한 여전하거나 유독 더 음산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에디 캄벨

 

이걸 잘 그렸다 해야 할 건지 아닌지 헷갈리는 에디 캄벨의 그림은 그것 보다는 내면의 광기와 질식할 것 같은 런던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고 말하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 익숙해지지 않는 그림체지만 이런 식이 좀 더 19세기 말 런던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울함으로 가득하고 어떤 웃음기도 없는 창백함과 피범벅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쁜 기분만 가득해지고 같이 미쳐가는 기분이 들어 딱히 추천하진 못하겠지만 무슨 이야기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가 점점 광기에 빨려 들어가게 되는 이 책이 어쩐지 꽤 길게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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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 킬링 조크 - 디럭스 에디션 시공그래픽노블
앨런 무어 지음, 브라이언 볼랜드 그림, 이규원 옮김 / 시공사(만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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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namu.wiki/w/%ED%82%AC%EB%A7%81%20%EC%A1%B0%ED%81%AC

 

 

 

 

지금 그놈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아내 보려고 하고 있는 중이야

물론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난 사실 그놈을 전혀 몰라

그 숱한 세월 동안 난 도무지 알 수 없었지

그놈 역시 내가 누군지 모르기는 마찬가지겠지

두 사람이 서로를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그토록 싫어할 수 있는 걸까?

 

 

 

 

광기의 장광설 그리고 자기정당화

 

조커의 기원을 다루고 있고 내면의 광기를 살펴보고 있는 킬링 조크는 수많은 배트맨 시리즈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작품 중 하나고 조커가 다른 악역들에 비해 좀 더 주목되는 이유를 알게 해준다.

 

앨런 무어의 여러 대표작 중 하나지만 그림을 그린 브라이언 볼랜드에 따르면 앨런 무어는 큰 의미부여 없이 참여한 듯 하고 몇몇 내용의 경우 브라이언 볼랜드가 불만스러운 부분도 있는 것 같아 둘의 작업이 실제로 어땠는지 궁금해진다.

 

그 과정이야 어쨌든 킬링 조크는 짧은 내용 속에서 어째서 조커가 그리 되었는지를 그리고 광기를 어떻게 분출시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정반대지만 거울을 보듯 계속해서 마주하게 되는 배트맨과 조커가 어떤 식으로 다르고 닮았는지를 설명해주고 있다.

 

운수 나쁜 하루를 보낸 혹은 불행이 겹친 극단적 상황으로 인해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이 어떤 식으로 미쳐버리게 되는지를 알려줌과 그런 경우가 당신에게 생긴다면? 이라는 질문을 해주고 있는 킬링 조크는 단편이기 때문에 더 강렬함을 안겨준다. 조커의 수다스러운 장광설은 진짜 미치광이가 떠드는 것처럼 느껴지고 반박하기 보다는 동감하는 구석을 찾아보게 만든다. 그러나 그가 저지른 범죄들 때문에 그를 동정할 수 없게 하고 일종의 정당화하는 것 같기도 해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 그 경계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이 순식간에 미쳐버릴 수 있다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모든 사람이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에 더 동의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불운을 겪지 않길 바라게 된다. 누구도 그런 일이 없길 바라고 그런 일을 의도하는 경우도 없었으면 한다. 세상은 이 생각이 틀렸다고 대답하지만 그래도 그랬으면 한다.

 

광기가 스며들 때 거기에 어떤 식으로 반응할 것인지 묻고 있다. 그저 크게 웃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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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 (정식 한국어판) 시공그래픽노블
앨런 무어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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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s://namu.wiki/w/%EB%B8%8C%EC%9D%B4%20%ED%8F%AC%20%EB%B2%A4%EB%8D%B0%ED%83%80

 

 

 

 

 

날 죽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소?

이 망토 안에는 죽일 수 있는 살이나 피가 없다오

거기엔 신념만 존재할 뿐이지

신념에는 총탄이 통하지 않는다오

 

 

 

 

앨런 무어의 여러 대표()작들 중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브이 포 벤데타는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영화 덕분에 (현란한 대사 때문에) 주인공 브이가 워낙 알려져 (가이 포크스 가면이 너무 유명해져) 원작과 영화를 본 적 없어도 가면만큼은 확실히 알게 해주고 있다.

 

앨런 무어의 작품들이 손에 들어와(이것과 킬링 조크프롬 헬’) 날 잡고 한꺼번에 읽어버리겠다는 생각만하다 이제야 읽게 된 브이 포 벤데타는 영화를 본지가 너무 오래됐는지 기억나는 것 없어 처음 접하는 기분으로 읽게 됐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통제와 감시 그리고 억압적인 전체주의 사회를 배경으로 느닷없이 나타난 브이라는 주인공이 어떤 식으로 그 사회를 붕괴시키는지, 무정부주의에 기울어져 있는 브이의 정치적 성향 때문에 어떤 혼란이 만들어지는지를 담고 있다.

 

대화를 나누기 보다는 독백과 중얼거림으로 가득한 대사와 정상적인 성격의 등장인물도 없어 뭘 보고 있는 건지 난감해지고 이 책이 내뿜는 광기에 빠져드는 기분도 들어 읽다보면 조금은 몽롱해지는 것 같다. 마치 브이의 내면을 알려고 약물을 복용하는 형사와 같은 상태가 된다고 해야 할까? 좀 이상한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음침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만족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절망으로 계속해서 내몰고 있는 이 괴팍하고 가학성 넘치는 이야기를 반길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왓치맨은 적당히 좋았지만 이건 영화와도 많이 다른 분위기에 (그림에 비해) 엄청난 양의 (미쳤거나 미치기 직전 상태의) 대사 때문에 읽어도 읽은 게 아닌 기분으로 가득하게 하고 제대로 이해된 것인지 고개를 들어 곰곰이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의도한 혼란스러움이 당황스러움 아닐까?

 

이 그래픽 소설은 어떤 식으로도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하는 점이 특색이었다. 사회도 등장인물의 정신상태 및 부부관계와 온갖 것들 모두 비정상 상태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왜곡시키고 삐뚤어지게 만들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책을 덮게 만들거나 보여주고 있는 질식할 것 같은 세상-분위기를 벗어나려고 하는 의지를 갖게 해준다.

 

완성도나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기 보다는 이 그래픽 소설이 만들어내고 있는 음침한 정서와 분위기에 더 관심을 갖게 해준다. 또 읽고 싶은 기분은 들지 않지만 어쩐지 가끔씩 이 책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생각나 잠시 펼쳐보는 경우가 있을 것 같다.

 

개성 있고 독특하고 그리고 어두컴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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