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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 2014-2018 황현산의 트위터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9년 8월
평점 :
저자를 알게 된 것은 책이 아닌 트위터 https://twitter.com/septuor1 를 통해서였다. 누군가가 리트윗(재전송 Retweet)한 글을 자주 접하면서 알게 되었고 생각도 글도 마음에 들어 찾아보게 됐다. 저자의 명성을 알게 된 것은 이미 세상을 떠난 다음이었다. 너무 뒤늦게 알게 된 것에 안타까웠다. 제목처럼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
그런 생각 속에서 뒤늦게 저자의 산문집을 읽게 됐다. ‘밤이 선생이다’를 읽었고, 좀 더 시간이 지난 다음 ‘사소한 부탁’을 읽었다. 읽으니 더 아쉬움이 커졌다.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다는 괜한 후회도 했고. 근데, 미리 알았어도 달라질 것이 있었을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달라질 것도 없었을 것이다. 그저 아쉬움 때문에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고.
“좋은 문장은 어떤 것인지, 좋은 스승은 어떤 모습인지 몸소 보여주었”다.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되었든 책을 통해서든 운 좋게 직접 만났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책도 트위터도 그리고 삶도 아주 다른 모습이진 않았을 것 같다. 직접 만난 적 없고 어떤 사람인지 알 순 없지만 어쩐지 그럴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알던 사람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지할 때도 있고, 준엄하게 꾸짖기도 하고, 뭔가 크게 화를 낼 때도 있으면서 어떤 경우는 재기발랄하기도 한 저자의 트위터 글을 모은 이 책을 읽으니 이제는 만날 수 없음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된다.
“2014년 1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그가 기록해왔던 트위터의 글을 그대로 모은 것이”니 저자의 트위터를 이미 찾아봤다면 읽을 필요가 없겠지만 책으로 엮으니 좀 더 다른 느낌이 들게 된다. 그걸로 또 트집 잡을 사람도 있겠지만.
대략 4년의 기간 동안 “평소에 즐겨 하던 농담들, 은유와 이야기들, 글쓰기와 번역에 대한 생각들,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사유들, 고양이와 함께한 일상의 단면들이 8,500개 이상”의 트윗을 날렸으니 적다고는 말할 수 없을 수다였다. 거기서 배울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으니 저자를 안다면 그리고 여전히 그립다면 트윗을 읽으면 떠올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하면서도, 누군가의 반론을 경청하고, 타당하다고 여겨지면 기존 생각을 주저 없이 수정했다. 때로는 예리한 언어로 표현하기도 하였으나 유머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유연한 모습도 보”여 앞으로도 자주 기억날 것 같다. 참된 스승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만난 적도 없는 분에게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이 맞진 않겠지만 그게 가장 적절해 보인다.
“깊이 있는 인생관과 빛나는 통찰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기에 한 문장 한 문장에 마음과 눈이 오래 머무른다. 비록 그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이 좋은 문장들은 오래도록 빛을 발”할 것이다. 뒤늦게 알게 된 나도 이렇게 서운할 정도니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나 가족들은 그 슬픔이 얼마나 클까?
“선생의 트위터는 있고 그 트위터를 어찌할 수 있는 선생은 없다. 그렇다. 선생은 이제 없다. 그러나 선생의 글은 아직 있다. 트위터 안에서만은 영영 있다. 이 책은 그러니까 그 영원함을 근간으로 삼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삭제할 수 없음, 부인할 수 없음, 돌아설 수 있음, 뒤는 없고 앞만 있음, 달리 말하자면 그러한 무방비의 당당함.”이라는 말에 따로 덧붙일 게 없다. 그저 결국 글은 남겨져 있다. 그 정신도 글로 남겨져 있다 할 수 있고.
저자의 부재를 말로도 글로도 표현할 방법은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저자의 글을 읽고 곱씹으며 그 생각을 가슴 속에 남겨두는 방법 말고는 다른 건 모르겠다.
이걸 읽으니 저자의 빈자리를 더 절실히 느껴진다.
참고 : 계속해서 자랑하게 된다. 저자의 팔로잉 757명 중 나도 있다. 난 그게 나름대로 자랑이다. 그래서 더 슬프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