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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 - 20세기 미국 범죄소설사
레너드 카수토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하드보일드와 감상성-감수성이라는 얼핏 듣게 된다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둘을 그 둘이 어떻게 하나인지를-하나였는지를 분석하고 있고 검토하고 있는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는 처음에는 하드보일드만의 감상성과 감수성에 대해서 논의를 하는 것 같다는 섣부른 예측을 했었지만 저자의 논의를 접하면서 하드보일드라는 건조함이 어째서 그 이전의 감상주의에서 시작되었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변형되고 다른 조합을 만들어냈는지를 알게 되어가면서 저자의 주장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동의하게 되고 옹호하게 된다.
다만, 아쉽게도 미국의 범죄소설에 대해서만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 외의 국가에서의 범죄소설들과 그 특징에 대한 언급은 거의 혹은 전혀 없기 때문에 범죄소설 장르 자체에 대해서의 논의와 결론으로서 판단하기에는 애매한 점이 있는 것 같고, 저자의 논의와 분석 그리고 이론화가 얼마만큼의 설득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그가 언급하고 있는 범죄소설들의 대부분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작품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만 이해된다고 말을 해야만 올바를 것 같기도 하다.
달리 생각한다면 저자가 그동안 읽었던 수많은 범죄소설들 중 뛰어남과 탁월함을 보였던 소설들에 대한 소개처럼 읽혀지기도 하는, 그밖에도 어떤 식으로 읽어도 재미남과 흥미로움으로 가득한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는 하나의 장르에 대한 역사이자 그 장르가 어떤 토대 속에서 시작되었고 발전했는지를 다루는, 범죄 소설이 범죄를 파헤치는 내용을 담고 있듯이 범죄 소설들의 역사를 범죄를 파헤치듯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익숙하지 않은 논의로 인해서 그리고 쉽게 납득되지 않는 주장과 결론으로 인해서인지 서론을 통해서 자신이 무슨 주장을 그리고 논의를 할 것인지를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고, 어떤 근거로 자신이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에서의 논의는 서론에서 이미 거의 전부 다뤄지고 있고, 이후의 논의들은 그 논의들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와 상세한 분석으로 이해될 수 있기도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이해하고 읽고 치우기에는 다뤄지는 내용들의 다양함과 풍부함으로 인해서 좀 더 읽기를 멈추지 말고 즐겼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하도록 만든다.
그만큼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는 읽는 재미와 그 내용이 훌륭한 조합을 보이고 있다.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는 저자가 직접 말하고 있듯이 ‘터프가이 탐정’과 ‘연쇄살인범’의 원형을 추적하고 있고, 그 뿌리에는 (미국의) 중산층이 갖고 있는 가족 이데올로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런 결론과 함께 19세기와는 다른 세계인 20세기 – 21세기의 사회를 살아가는 미국인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 상태와 변화를 범죄소설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는 뜻으로서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강인함과 건조함, 냉소와 냉정함과 같은 단어가 연상되는 하드보일드와
풍부한 감정으로 이해되는 감상주의 소설들이 어떻게 밀접한 관계를 맺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은 두 극단적인 차이가 정 반대의 유사성으로서 겹쳐지고 있음을 확인시키고 있으며, 저자는 이런 겹쳐짐을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과 ‘국부론’을 비교하며 자신의 논의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런 저자의 분석을 범죄소설과 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분석으로 확장하고 싶어지는 욕심을 갖게 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그런 논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이고, 그저 범죄소설들에 대해서만 자신의 분석을 한정시키고 있어서 약간은 아쉬움을 갖게 되었다.
저자는 우선 하드보일드 스타일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하고 있고, 사회적인 맥락과 풍경을 검토하며 어떤 사회적 구성 속에서 그런 스타일이 그리고 유형이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그 기원에 대해서 분석을 하고 있다. 일종의 사회적인 변화의 반영으로서 범죄소설을 이해하고 있고 그런 이해는 충분히 동의하게 된다.
사회에 대한 분석과 그 반영으로서 소설에 대한 분석 그리고 스타일-유형이 정립되는 과정을 복잡하고 복합적인 내용을 무척 상세하고 그리고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논의는 진행되고 있고, 우연한 기원과 헤밍웨이를 통한 완성은 하드보일드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완성되었으며 앞으로 나아가게 되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하드보일드-범죄소설들의 대표적인 작품들을 통해서 자신이 논의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검토하고 설명하고 있으며, 변화되는 사회 구조에 각각의 작품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상세하게 다루려고 하고 있다.
저자는 하드보일드 작품들이 어떤 기원과 발전 그리고 방향성을 갖게 되었는지를 논의하면서 지속적으로 그 변화들과 모습들이 19세기 감상주의 소설들과 유사성을 갖고 있는지를 혹은 반대의 모습을 담으려고 하고 다루려고 하고 있는지를 반복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사회적인 변화와 그 변화를 반영하는 하드보일드의 변화에 대해서 검토하면서 이야기 구성이나 등장인물들의 성격에서의 변화들을 논의하고 있고, 이례적이고 독특한 요소들인 여성성과 여성들, 최근 좀 더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자경에 대해서, 흑인 작가와 작품들을 검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결론으로 논의가 이어지면서 저자는 최근 범죄소설의 큰 특징인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작품들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고,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사회적인 변화와 맞물려서 어떤 이유로 인해서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그 특징들이 무엇인지를 논의하고 있다.
연쇄살인범에 대한 검토를 하면서 그동안 다뤄졌던 논의들을 다시금 정리하고 있고, 소설의 연출-구성에 대한 정교하고 빼어난 분석과 함께 미국의 범죄소설들이 어떻게 사회적인 변화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그리고 중산층-가족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고 그 이데올로기가 위기 속에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단순히 범죄소설에 대한 역사로서
지금까지 발표된 범죄소설들 중 어떤 작품들이 탁월한 작품들인지를
범죄소설을 통해서 미국 사회의 단면을
그밖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하드보일드 센티멘털리티’는 이해될 수 있고, 읽혀질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하고 다양함을 갖추고 있다.
그저 감탄하게만 만드는 분석이고 독창적인 시각이라 좀 더 풍요로운 시각으로 범죄소설을 그리고 범죄소설만이 아니라 다양한 문학-소설들을 읽어낼 수 있도록-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 것 같다는 생각에 이런 작품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에-출판되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전체적으로 뛰어난 분석으로 가득하지만 몇 가지 의문을 갖게 되기도 하는데, 저자는 가족 이데올로기에 대해서 지적을 하면서도 이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생겨난 것인지를 그리고 얼마나 미국 사회에서 이 이데올로기가 중요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분석과 설명을 하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 이데올로기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 혹은 가치 판단을 하고 있지도 않다.
미국의 범죄소설이 가족 이데올로기라는 것에 집중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결론은 결론이 아닌 하나의 문제의 시작으로서 이해되는 것이 더 올바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런 입장에 대해서 저자는 어떤 생각일지 궁금하게 된다.
또한, 미국 범죄소설이 19세기 감상주의 소설을 원형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은 그 분석에 대해서 어떤 논의를 하기 이전에 과연 19세기 감상주의 소설은 원형으로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19세기 감상주의 소설은 어떤 원형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좀 더 집요한 분석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19세기 감상주의 소설은 어떤 시대적 배경과 관련 속에서 구성될 수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도 뒤따라야 할 것 같기도 한데, 그렇게 분석한다면 지나치게 방대해질 것 같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방식의 이해는 다른 논의들을 접하면서 궁금증을 해소시켜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아쉬움을 얘기하자면 저자가 자신이 분석한 결과에 대해서 현존하는 범죄소설 작가들은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동의 혹은 거부하는지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고 있다. 성실하게 생존하는 작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좀 더 충실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좀 더 미국의 범죄소설들에 대한 상세한 논의들도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