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저주의
구마 겐고.미우라 아쓰시 지음, 이정환 옮김, 임태희 감수 / 안그라픽스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작고

낮고

느린


삼저 三低





‘자연스러운 건축’을 읽고 내용이 마음에 들어 곧장 이어서 건축가 구마 겐고와 사회학자 미우라 아쓰시와 대화를 나눈 내용을 엮은 대담집 ‘삼저주의’를 읽게 됐다.


구마 겐고는 그동안 발표했던 글을 통해서 기존의 건축과는 다른 건축이 필요하다는 자신의 생각을 계속해서 말해왔고 그 입장을 건축적으로 시도했고 큰 주목을 받아왔다. 그런 구마 겐고의 입장과 시도를 사회학자 미우라 아쓰시는 앞으로 도시와 사회는 작고 낮고 느린 (기존의 크고 높고 빠른 삼고에서) 삼저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자신의 생각과 일치한다고 보고 대담을 요청했고 구마 겐고는 그 요청에 응해 이 대담집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둘의 대화는 서로 생각이 맞는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답게 공통된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들을 모으고 있고 다양한 사례와 영역을 넘나들며 끝도 없는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


때때로 근심과 고민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경쾌함으로 가득한 대화였다. 


주제나 이야기의 주도권은 대담을 요청한 미우라 아쓰시가 갖고 있고 열정적으로 말을 토해내는 미우라 아쓰시에게 구마 겐고는 가볍게 동조하듯이 혹은 그 주장에 보충하거나 덧붙이듯 자신의 생각을 간결하게 말해주고 있다.


그들이 대담을 나눈 당시의 일본은 계속되는 저성장과 경제침체의 상황이었고 자민당의 장기집권에서 잠시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되기도 했던 상황이라 뭔가 무기력하면서도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시기였을 것이고 그들의 대담은 그런 변화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앞으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건축을 중심으로 도시와 사회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살펴보고 있다.


대담이기 때문에 읽기가 어렵지 않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언급되는 내용들 중 생소한 것들도 많았고 일본 사회에 대해서 모른 것이 많아 그들이 언급하고 주목하는 내용들에 크게 공감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마치 그래야만하고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삼저를 주장하고 있는 미우라 아쓰시의 입장에는 분명 관심이 가고 참고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너무 강요하듯 말하는 것 같아 때로는 불편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조금은 조심스럽게 그의 생각을 살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한국 사회도 지금 일본 사회가 겪고 있는 상황을 곧 겪으리라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단순히 일본 사회에 대한 고민과 근심으로만 읽혀지진 않게 된다. 한국 사회의 강한 삼고주의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고 다른 가능성을 찾아봐야만 하는 지금 시점에서 ‘삼저주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는 이무라 아쓰시와 부드럽게 그 생각을 받아주고 여러 추가되는 내용들을 알려주는 둘의 대화에서 막힘없이 다양한 영역을 얘기하는 말솜씨와 지성에 감탄하며 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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