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건축
쿠마 켄고 지음, 임태희 옮김 / 안그라픽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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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마 켄고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약한 건축을 통해서였다. 그때 읽으면서 들은 기분은 그의 생각에 쉽게 공감하기 보다는 이해될 것 같으면서도 어쩐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그의 입장이 어렴풋하게만 알 것 같았다.

 

근대 건축의 중요한 부분들을 다루면서 자신의 건축들을 통해서 그의 입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는 것 같았지만 뭔가 초점이 잘 잡혀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근대 건축의 큰 흐름을 살펴보면서 그 흐름과는 다른 입장을 가졌던 이들과 자신의 생각을 흥미롭게 엮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이후에 읽은 , 건축가 구마 겐고는 애매하게만 생각되었던 쿠마 켄고에 대해서 좀 더 알 수 있는 내용으로 되어 있었다.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책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 최근 건축계에 대한 생각, 어떻게 경력을 쌓았고 명성을 얻었는지, 건축에 대한 철학과 입장 등 여러 가지를 진솔하게 알려주고 있고 인간으로서 건축으로서 좀 더 쿠마 켄고를 알게 되는 기회였고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다가 접하게 된 자연스러운 건축약한 건축에 비해서 쿠마 켄고가 건축에 대해서 어떤 입장과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더 상세하고 뚜렷하게 말해주고 있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는 근대 건축, 20세기의 건축의 장점들을 모조리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지적하며 어떤 대안과 극복이 가능할 것인지 자신의 생각을 그리고 실제 건축을 통해서 대답해보고 있다.

 

그동안 도심에서 떨어진 지방에서 어떤 시도들을 해왔는지 알려주며 그 결과물들을 통해서 어떤 건축을 목표하는지를 하나씩 설명해주고 있다.

 

쿠마 켄고는 르 코르뷔지에나 미스 반 데어 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부정하는 평가를 하고 있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 대해서는 반대로 자주 언급하고 주목하고 있다. 본인이 관심을 갖게 된 이유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며 건축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답을 찾는 과정에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건축이 어떤 식으로 실마리를 만들어주는지를 그리고 그 지역의 특수성을 어째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지를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시간에 쫓기며 작업해야 하는 큰 규모의 건축이 아닌 지방에서 예산의 한계에 한숨을 쉴 때도 있지만 보다 창의적일 수 있고 어느 정도 재량이 주어져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건축을 다듬어내고 실현시켜보고 있다.

 

책의 제목 자연스러운 건축은 처음에는 가벼운 의미로서 이해됐지만 책을 읽은 다음에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그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은 건축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건축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과연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 계속해서 고민해야만 하는 건축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쿠마 켄고가 어떻게 그 장소에 알맞은 건축을 생각해내고 반대하고 난색하는 사람들을 어렵사리 설득시켜가며 목표하는 (자연스러운) 건축을 완성했는지를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읽는 재미가 있고 읽으면서 건축에 대해서만이 아닌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게 해주고 있다.

 

뛰어난 건축가이면서도 글재주도 있는 쿠마 켄고인지라 그의 생각을 잘 정리해서 설명하고 있으며 완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무슨 이유에서 그런 식으로 만들었는지를 흥미롭게 설명해주고 있다.

 

이유를 알게 되니 좀 더 돋보이고 관심이 가지만 건축이라는 것이 단순한 감상의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지켜내면서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지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려운 줄타기일 것 같다.

 

어떤 건축이 진정한 건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쿠마 켄고가 시도하는 자연스러운 건축은 건축에 대한 여러 입장 중에서 조금은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을 생각일 것 같다. 그의 생각을 따르기에는 여러 가지로 많은 능력이 필요할 것 같지만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버려서는 안 될 생각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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