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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평점 :
참고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3581205&cid=59088&categoryId=59096
뉴스의 홍수와 뉴스의 범람이라는 표현보다 더한 표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될 정도로 세상은 뉴스로 채워져 있고 우리들은 온갖 뉴스들을 접하면서 매일 매일을 보내고 있다. 접하고 있기 보다는 뉴스에 노출되어 있다는 말이 더 알맞을 것 같지만.
이처럼 만들어내(지)고 전하려고 하는 뉴스들은 양적으로는 엄청나게 늘어났지만 질적으로 과연 과거의 뉴스들에 비해서 좀 더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유심히 살펴보고 심도 깊게 파고들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회의적일 것이다.
이제는 가짜뉴스라는 말이 일상적으로 사용될 정도로 세상의 온갖 소식들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생산되고 있고 그런 소식들 중 우리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고 필요한 소식들을 가려내서 그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확인까지 해야만 하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방적으로 뉴스를 접해야 하는 입장에서 있다는 점에서 우리들은 종속된 존재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언론과 관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이런 입장일 것이다.
뭐가 사실이고 뭐가 거짓인지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소식인지 아닌지 어떻게 이해해야하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우리들은 어려운 수학문제를 접하듯 혹은 도색잡지를 몰래 펼쳐보듯 뉴스를 접하고 있다.
관심을 기울이거나 자극을 찾거나. 그런 식으로 뉴스를 찾아보고 있다. 혹은 눈에 들어오는 뉴스를 읽어보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그저 들려오는 뉴스들을 듣고 잊거나 무시해버리거나 기억하려고 하는 방식에서 이제는 그게 진짜 맞는 소식이고 정확한 내용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어버렸고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어떤 식으로 뉴스를 접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제대로 된 뉴스들을 가려내야만 할 것인지를 차근차근 어려움 없이 이해하도록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무언가를 잘 정리해서 그걸 흥미롭게 풀어내는 솜씨는 알랭 드 보통의 타고난 재주이고 이번 ‘뉴스...’ 또한 뉴스에 관해서 자신의 생각을 어려움 없이 이해하도록 해주고 있고 뉴스에 대해서 그리고 지금 이 시대와 사회에 대해서 새로운 시선으로 고민해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단순히 뉴스만이 아니라 좀 더 확대시켜서 사회와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까지 연결시켜놓고 있다.
헤겔이 말했고 알랭 드 보통이 다시 말하게 된 “삶을 인도하는 원천이자 권위의 시금석으로서의 종교를 뉴스가 대체”한 시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지적은 어떻게 본다면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척 지금 상황을 아주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고 있고 그래서인지 “뉴스 타전은 ... 정확하게 교회의 시간 규범을 따른다. 아침기도는 간략한 아침 뉴스로, 저녁기도는 저녁 종합 뉴스로 바뀌어왔다”는 말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지게 된다.
지나친 과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라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종교와 마찬가지로 우리들은 일방적으로 뉴스가 전해주는 소식-복음을 그저 들어야만 할 뿐이고 따르기만 해야 할 것인가? 그래야 할 것 같지는 않다. “우리는 태어나서 고작 18년 남짓 교실에서 갇혀 보호받을 뿐, 나머지 인생은 사실상 어떤 제도권 교육기관보다도 더 커다란 영향력을 무한정 행사하는 뉴스라는 독립체의 감독 아래에서” 보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 종속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고 알랭 드 보통은 자신이 생각하는 그 벗어남의 방식을 상세하게 알려주고 있다.
세상의 온갖 소식들 중 우리들에게 직접적이면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소식들을 어떤 방식으로 가려내야만 할 것인지를, 그냥 들려오는 소식을 단순히 듣고 흘러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소식에서 놓쳐지고 빠져 있는 내용들을 어떤 식으로 채워 넣어야 할 것인지를 따져보는 ‘뉴스...’는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우리들이 접하는 여러 소식들을 여러 기준으로 나눠놓고 어떤 식으로 뉴스가 우리들에게 전해지고 있는지를 그리고 우리들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만 할 것인지를 상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사건이 전개돼온 더 넓은 맥락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 현재의 뉴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지루함을 느낄 틈 없이 계속되는 자극적인 기사들 속에서 “더 믿을 만하고 유익한 뉴스에 올라타는 방법”을 함께 찾으려고 한다.
정치뉴스에 대해서는 “대다수를 혼란스럽고, 따분하고, 정신 사납게 만들어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하려고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고 “긴급한 사안들이 현실과 계속 관계를 맺은 채 진행중”이라는 것을 잊도록 한다는 점에서 사회의 잘못된 부분들을 변화하고 개선하게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이대로 변함없도록 하려는 특성을 알려주며 그에 대한 대안을 내놓고 있다.
뉴스가 “두려움과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는 그 기본적인 속성에 대해서 말해주면서 잘못된 점들을 폭로하고 낱낱이 밝혀내는 진정한 취재가 아닌 “꼬투리잡기 식”에서 머물고 있는 지금 언론의 문제점과 단순히 사실과 정보의 전달 이상이 아닌 받아쓰기 식의 전달이 아닌 “호소력”을 더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보고 있으며 “아름다움과 비극을 ... 태평하게 지나칠 수 없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한없이 어렵게만 느껴지는 수학문제처럼 혹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처럼 느껴지기만 하는 경제뉴스에 대해서 경제에 대해 사람들이 알려고 하고 알아야 함을 충분히 깨닫고 있으면서도 결국 피해버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려고 하고, 쓸모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눈길이 가게 되는 유명 인사들의 뉴스들에 대해서는 단순히 필요 없고 생산적이지 못한 소비적일 뿐인 뉴스로서 이해하기 보다는 보다 유익하고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를, 다른 방식의 이해를 권하고 있다.
최근 엄청나게 늘어가고 있는 맛집, 식도락, 먹거리, 여행과 패션에 관한 뉴스들까지 다루면서 “주문한 적 없는 요리를 강제로 먹고 있는 기분”으로 뉴스를 접하는 우리들에게 어떤 것들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만 할 것인지 “꼭 이런 식으로만 일이 흘러가”지 않기 위해서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그저 뉴스에 대한 논의에서만 머물지 않고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괜찮은 어른으로서의 삶, 다시 말해 늘 양심적이면서도 자의식을 잃지 않고 안전한 삶, 공적 책임과 사적 책임을 균형 있게 이행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이를 보조하는 모든 지식을 충분히 이해해야”한다는 생각 속에서 뉴스를 어떻게 다뤄야하는지가 결국에는 이 사회를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언론은 죽었다지만 뉴스는 넘쳐나고만 있는 지금 시대에서 우리들은 어떤 식으로 언론을 되살려내야 할 것인지 그리고 언론과 밀접하기만 한 민주주의와 사회의 건강을 어떤 식으로 지켜내고 더욱 긍정적이게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뉴스...‘는 별 것 아닌 내용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읽게 됐지만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하고 지금까지 읽어봤던 알랭 드 보통의 여러 책들 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내용이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서도 언론과 뉴스에 대한 문제점과 논의들이 많아지고 있는 시점이고 점점 그 문제에 대해서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뉴스...’는 아주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삶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