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미학 동문선 문예신서 358
가스통 바슐라르 지음, 김웅권 옮김 / 동문선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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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통 바슐라르라는 이름은 이런 저런 식으로 접하기는 했지만 바슐라르의 글을 직접 읽을 기회는 없었다. 없었다고 말하기 보다는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는 말이 더 정확하겠지만.

 

외모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철학하는 사람이거나 신비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지만 공간의 시학이나 물과 꿈’, ‘공기와 꿈처럼 제목만 들어서는 어쩐지 고리타분한 내용이거나 난해한 글일 것 같아 찾아 읽기를 꺼렸었고 어쩌다 우연히 손에 들어와 이처럼 뒤늦게 그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집필한 촛불의 미학을 읽어보게 된다.

 

역자 후기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바슐라르(1884 1962)가 살아생전에 출간한 마지막 작품촛불...’“... 시간이 내게 아직 있는 것일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지며 글을 마무리하고 있고 그래서인지 자신의 죽음을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촛불...’은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생각-고민을 풀어놓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촛불...’은 글 자체는 쉽게 읽혀지지만 읽은 다음에는 도대체 뭘 읽었는지 말하기가 어렵기만 한 내용이고 곤혹스럽기만 하다. 글이 눈에 들어오지만 머리-생각에는 남겨지지 않고 사라질 뿐이었다.

 

촛불과 불꽃을 이렇게까지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인지 놀라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식으로까지 철학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나? 라는 짓궂은 생각도 들게 만든다.

 

단순한 몽상을 담은 이 작은 책이라고 겸손하게 시작하는 촛불...’은 글을 읽다 보면 몽상에 함께 빠져 들어가는 것 같고 어딘가로 향하는 것 같지만 결국 책을 읽고 있는 그 자리에 다시 머물러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무척 묘한 기분을 갖게 만들고 있다.

 

결국에는 책을 마주하고 책이 전달하고 만들어내는 생각의 흐름에 대해서 깊은 고민과 생각에 대한 글()이라고 생각되는 촛불...’은 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는 것에 대해서 환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게 (글로) 풀어내고 있다.

 

지금은 다른 시대가 되었고 촛불이 아닌 램프도 아닌 이제는 형광등도 옛것이 되어버린

LED 조명의 시대에서 과연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라는 질문을 하게 될 때 촛불...’을 읽는다면 어쩐지 고루한 입장을 듣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실제로 읽어보니 이것 이상으로 진지하고 깊이 있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책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이어서 들게 된다.

 

촛불을 불꽃을 몽상을 책을 삶은 그리고 수많은 것들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바라보기도 하고 어쩌면 태워버리기도 하는 것 같은 촛불...’은 깊은 밤 어둠 속에서 여러 고뇌 끝에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내려가는 바슐라르의 모습이 떠올려지면서 읽혀지게 되고 마지막 끝맺는 말을 통해서 책을 읽고 생각에 잠기고 고민하며 글을 쓰는 것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말로써 글로써 설명해내고 있다. 너무나 빼어나다. 그 어떤 사람보다도 우아하고 품격 있게 알려준다.

 

자신의 삶의 끝자락을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글로 마무리했던 사람이 과연 있었을까?

 

바슐라르의 철학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전혀 없이 촛불...’을 읽었을 뿐이지만 감탄하게 되고 존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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