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음악의 아홉가지 갈래들 - 문화마당 6 (구) 문지 스펙트럼 6
신현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2월
평점 :
품절


만약 2017년이 아닌 이 책이 출판된 1997년에 읽었다면, 시간을 조금 더 늦춰서 2000년대 초반에 읽었다면 어떤 기분으로 읽게 되었을까? 지금처럼 이런 것도 들었지 라는 생각으로 책에서 언급되는 밴드와 가수 그리고 음악들을 떠올리며 그때는 이런 것들에 무척 열중했을 때라며 이런저런 추억들을 더듬거리며 읽진 않았을 것 같다.

 

아주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읽으면서 뭐라도 잘못된 내용이 있는지 어째서 내가 좋아하는 밴드들은 언급하지 않는 것인지 혹은 왜 이런 정도로의 비중으로 다루고 있는지를 따지면서 읽게 되었을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약간은 그런 식으로 읽었지만.

 

하지만 이제는 그때와 같은 록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인지 저자의 논의를 따르면서 아직도 몰랐던 부분도 알아가고 이런 식으로 시작해서 지금과 같이 자리 잡았다는 내용을 읽으며 그렇구나하며 모르던 내용을 알게 되고 그 내용에 뭔가 상상을 더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게 된다. 이런 저런 내용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지도 않게 되어버렸다.

 

새로운 내용을 알게 되었고 그걸로 그만인 식으로 퉁명스러워졌고 냉담해져버렸다. 변해버린 내 모습이 좀 슬퍼진다.

 

록 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하고 힙합이 대세가 되고 주류 음악처럼 대접받는 지금 시점에서 과연 록 음악의 아홉 가지 갈래들과 같은 책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록 음악에 대한 애정이 조금이나마 있어서인지 뒤늦게라도 읽어보기는 했지만 지금은 이런 책이 나오기는 무척 어려울 것 같다.

 

힙합의 여러 갈래들과 같은 책은 나올지도 모르지만...

 

무언가 영역이 넓어지면 그걸 그대로 두기 보다는 이리저리 구분하고 분류하거나 나눠놓기 마련이고 록 음악도 처음 시작은 미비하고 얼마 없었겠지만 지금처럼 커지고 방대해지니 이처럼 여러 갈래로 나누고 되고 각각의 특징과 개성을 알아보게 된다.

 

저자는 시작하는 글을 통해서 록 음악 중 장르, 스타일을 중심에 놓고 논의를 펼쳐낸 이유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있고 이런 식의 논의가 갖고 있는 장단점도 알려준 이후 결국 이런 식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솔직하게 말하면서 록 음악의 아홉 가지 갈래들과 두 가지의 추가적인 논의를 해주고 있다.

 

록 음악이라고 말해도 과연 어디까지 록 음악인가? 라는 물음이 당장 나오고 이건 왜 제외되었나? 혹은 왜 포함시켰나? 라는 생각도 들 수 있겠지만 어차피 장르라는 것은 혹은 구분이라는 것은 결국 자의적인 기준이 있을 수밖에 없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당시의 평가와는 달라지는 경우도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너무 따지듯이 읽기 보다는 그저 저자는 어떤 이유로 이런 구분을 했는지 생각해보며 아홉 갈래들을 알아보면 될 것 같다.

 

사람에 따라 록 음악을 아홉 갈래로 나눠놓는 것이 너무 잘게 잘라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 굵게 묶어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겹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도 하는 등 록 음악의 아홉 갈래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고 서로 전혀 다르고 어울릴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쉽게 뒤섞이고 새로운 변종을 내놓기도 해서 정밀한 구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충분하고 적당한 구분 속에서 그 장르 혹은 스타일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서 어떤 특징이 있는지 그리고 이후에 어떻게 이어지다 성장하고 쇠락하게 되었는지를 간결하게 다루면서 록 음악의 여러 모습들을 되도록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

 

20년이 지난 내용이지만 아주 구닥다리 내용처럼 생각되지 않는 것은 1990년대 말 이후 록 음악이 점점 쇠퇴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저자의 분류가 그럭저럭 알맞은 방식이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는 간략하게 설명해주고 최대한의 정보보다 최소한의 정보로 소개시켜주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너무 깊게 살펴보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고 너무 간단하게만 다루면 정보의 나열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알맞은 수준으로 록 음악을 알려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록 음악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 기분은 당연히 들 것 같다. 여러 가지로 더 깊이 있게 다뤄줬으면 하는 내용들도 있고 이런 내용들은 어째서 빠졌을까? 하는 부분들도 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쓴 내용이고 그렇기 때문에 방대한 영역의 록 음악을 이런 정도로 잘 설명해주는 책도 없었고 이만한 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기에 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약간은 학술적인 접근도 해주는 이런 방식의 책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애정으로 가득해서 분노하듯 읽을 필요 없이 이런 저런 영역들을 이런 식으로 나눠놓고 짧게 풀어낼 수 있구나 하는 기분으로 읽게 됐다. 저자의 다른 글들에 비해서 글쓴이만의 개성 있는 글 솜씨를 보여주진 않지만 간간히 느낄 수 있어 읽는 재미도 괜찮았다.

 

한때는 한참을 반복해서 들으며 마음을 뺏겼던 음악과 밴드와 가수들이 하나씩 언급되고 있기 때문에 두근거리며 그때의 순간들을 생각하며 책을 읽게 되었다.

 

그때는 그랬지... 라는 생각도 들고 여전히 애정을 갖고 있고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에 많이 좋아했고 많이 들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괜한 추억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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