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의 거룩함 - 에세이 고종석 선집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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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이라는 작가(혹은 기자)에 대해서 안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도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트위터를 통해서 알게 된 것 같다는 짐작만 할 뿐이다.


어쩌다가 알게 되었고 어떻게 하다가 그의 (트위터의 글들이 아닌) 글을 접하게 되었는데, 트위터를 통해서 접하는 글들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의 글들이라 조금은 당황스러운 기분이 들었었다.


트위터를 통해서는 정돈되어 있지 않은 글들이었다면 책을 통해서는 무척 정돈되어 있고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도록 글을 썼다.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너무 뒤늦게 알게 되었다는 괜한 자책이 들었을 정도였다. 탁월한 문장가로 손꼽힌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나중이었다. 그 평가에 당연히 공감했다.


트위터를 통해서는 여러 가지로 논란을 만들고 소란스러운 모습만을 봤다면 책을 통해서는 정갈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말끔함을 보게 된다.


뛰어난 글쟁이라는 것을 알게 된 다음에는 그의 책들을 구할 기회가 생긴다면 곧장 구해서 읽게 되었는데, ‘사소한 것들의 거룩함’ 또한 우연하게 손에 들어오자마자 곧장 읽어보게 되었다.


최근에는 절필을 선언하고 지금까지 발표한 글들을 정리하거나 강연과 강의 내용을 책으로 묶어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그리고 여전히 트위터를 통해서 시끄럽게 굴고 있다는 소식도 듣고 있다), 이 선집 또한 작가가 이런 저런 방식으로 발표한 글들 중 에세이라는 테두리 속에 들어갈 수 있을 글들 중에서 골라진 글들이다.


워낙 뛰어난 글쟁이라 뭐든 잘 써냈겠지만 그런 글들 중에서도 따로 모아둔 글들이기 때문에 좀 더 잘 읽혀지고 그 빼어난 솜씨에 감탄하며 읽게 된다.


그의 글을 읽을 때면 항상 그 글을 닮고 싶고 내 글에 가져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지만 그런 기웃거림은 기껏해야 얄팍한 흉내 이상을 보여주진 못하기 때문에 그저 글을 읽으며 참 잘 쓴다는 생각을 그리고 조금이라도 본받기를 바랄 뿐이다.


시기적으로 이미 많은 세월이 흐른 글들이 대부분이고 여러 방식으로 발표된 글들이라 조금은 산만하게 읽혀질 수 있지만 어차피 3권의 책으로 나눠져서 발표된 글들이 모여진 것이기 때문에(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 도시의 기억, 고종석의 여자들 그리고 우수리라는 이름을 붙인 여러 방식으로 발표된 글들까지) 그 어수선함에 눈살이 찌푸려지진 않는다.


때때로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을 말하거나 속마음을 꺼내고 있고 어떤 생각에 대해서는 그와는 조금은 달리 생각하게 될 때도 있다. 간간히 어느 정도 이상으로 생각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동의는 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이해나 납득은 가능한 생각을 말해준다.


스스로에 대해서 조금은 야박하게 말하고 있는 버릇이 있는데, 약간의 웃음거리로 혹은 때묻고 지저분해져버린 중년의 모습을 냉소와 허탈의 기분으로 말하면서 여러 주제들을, 전혀 모르거나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내용을 다루기도 하는 등 에세이 형식으로 발표된 글들 중 도드라진 글들이 모아져서인지 글 하나 하나가 좀 더 흥미롭게 읽혀진다.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들을 혹은 감정을 겹쳐놓은 글들이 많아 작가 개인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고, 주제에 대해서 한편으로는 조금은 거리를 갖으려고 하면서도 가끔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도 하는 등 글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이 책도 작가의 다른 책들처럼 때때로 다시 펼쳐보게 될 것 같다.


좋은 글들을 읽을 때면 그 뛰어남에 감탄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 부족한 능력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하다. 질투 아닌 질투도 느끼지만 그 질투를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더욱 한심스럽게 보일 것이다. 수준이 너무 다르니 그런 감정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느끼게 된다.


특히 이렇게 좋은 글들을 읽을 때면 아무리 노력해도, 열심히 읽고 써도 압도적인 재능을 쫓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받아들이기 싫지만 그게 진실인 것 같다.


그래도 그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싶고 조금은 나아지고 싶은 마음 또한 어쩔 수 없이 갖게 된다.


그러니... 계속해서 무언가를 읽어보고 써보게 된다. 언젠가는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다.


좋은 글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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