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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피부, 하얀 가면 - 전면개정판
프란츠 파농 지음, 이석호 옮김 / 인간사랑 / 2013년 8월
평점 :
프란츠 파농에 대해서는 이름이야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특별히 읽을 기회도 그리고 관심도 갖고 있지 않았었다.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이고 어떤 생각을 말했는지는에 대해서 알아볼 생각도 없었다.
읽을 것들도 많고 관심이 가는 것들도 많아서인지 프란츠 파농은 나중으로 미루기만 했을 뿐이었다.
어쩌다보니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읽게 되었는데, 일제강점기로 인한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이후로도 여러 청산되지 못한 현대사-과거들로 인한)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 조금씩 관심을 갖던 중 흑인들이 어떤 식으로 식민지 시대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채워진 문제적 저작 ‘검은...’에 갑작스럽게 관심이 들어서 찾게 되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읽어내진 못하게 되었다.
난해하게 설명하고 있진 않지만 어쩐지 전체적인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괜히 내 앎의 부족을 정당화시킨다.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하고) 해방되려고 하는 것이 아닌 (흑인이지만 흑인에서 벗어난) 백인이 되고자하는 정서와 정신구조에 대해서 정신분석을 밑바탕으로 분석하고 파악하려고 하고 있는 ‘검은...’은 그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어떤 식으로 알려고 하는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게 되지만 그걸 파헤치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설명과 설득에서는 여러 문학 작품들과 특정 사례들을 통해서 논의하고 있어서 (앞서 언급했듯) 설명해주려고 하고 이해시키려고 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전체적인 맥락은 알듯하지만 그걸 제대로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읽어냈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앎의 부족과 이해의 부족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기존의 해방에 대한 이해와 접근과는 조금은 다른 방식의 접근이고 생소한 문제의식으로 지배를 다뤄내고 있는 ‘검은...’은 해방되었음을 말하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 새로운 지배를 받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려고 하고 있으며 진정한 해방을 위해서 어떤 방식의 이해와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매우 열정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여러 정신분석가들의 논의와 철학자들(현상학자, 헤겔, 칸트 등등)의 논의를 밑바탕으로 어떤 식의 왜곡과 오해를 통한 착각에 빠져있으며 새로운 흑백논리가 알게 모르게 당연하듯 우리의 정서-정신구조에 깊은 자국으로 남겨져 있는지를 밝혀내고 있는 ‘검은...’은 누군가의 시선 타인과 타자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좀 더 자발적이고 스스로의 시선 속에서 스스로를 인식하고 긍정하며 부정적 시선을 부정의 부정으로 반박해야만 할 것인지 깊이 있게 탐구하려고 하고 있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이해가 가능하지만 제대로 된 이해를 했다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특정 지역과 특정 인종 그리고 특정 사례들이 많이 거론되고 있어서 이걸 통해서 한국 사회의 경우는 어떤 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지, 적용가능한 부분이 있을지 생각하면서 읽을 때마다 뭔가 길을 잃은 기분이 들고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마구잡이로 대입하게 되는 잘못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게 된다.
식민지 지배를 받은 처지는 동일하지만 그 과정이나 지배 방식에 있어서는 분명 다른 부분들이 있었을 것이고, 거기에 인종적 차별과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부분이 많을 것이니 어떤 식으로 어떻게 이해를 할 수 있을지 조금은 난감하게 느껴지게 된다.
여러 인상적 논의들과 단호함이 기억나게 되고 철저하게 파고들려고 하는 그 방식에서 있어서는 감탄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논의들 자체가 아직은 익숙하지 않고 많이 접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조금은 낯설게만 느껴진다.
이와 관련된 여러 논의들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식민지 시절의 다양한-교묘한 지배-차별들을 어떤 식으로 정치적 계급적 인종적 사회적인 접근을 통해서 이해하고자 하는지를,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여전히 남아 있고 이어지고 있는지를 알아내려는 노력 자체가 더욱 인상적으로 기억날 것 같고 강렬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부족한 이해를 좀 더 채워나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커지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