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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평점 :
리영희
리영희 선생에 대한 명성은 얼핏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런 정도의 존경과 추앙을 받을 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저 386세대로 통칭되는 엄혹하고 들끓던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무척이나 존경하고 따르고 기억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삶을 뒤돌아보는 자서전 겪인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을 읽게 되니 진정으로 선각자이고 지식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조금이나마 이렇게 (뒤늦게) 알게 되어 한편으로는 감동하게 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늦게 알게 되었다는 부끄러움도 느끼게 된다.
항상 그렇지만 감동을 하게 되고 마음을 흔드는 책을 읽게 되었을 때는 항상 너무 늦게 읽었다는 반성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두둑한 부피이기 때문에 읽어내는 시간이 길기는 했지만 그건 내용의 어려움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 순전히 읽는 속도가 늦은 내 개인의 문제 때문이었던 것 같다. 게으르고 이런 저런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느슨하게 읽어낸 것 같다.
요즘 들어 점점 더 책을 멀리하게 될 뿐인 것 같다.
한심함만 더 늘어가는 것 같다.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이라는 부제가 너무나도 어울리는 ‘대화’는 자신의 삶을 솔직히 고백하고 있으면서 삶에 대한 기억을 대화를 통해서 더듬어내며 질문과 대답 그리고 그때 그 당시와 지금에서 돌아봤을 때의 심정과 생각의 변화들을 때로는 집요하게 파고들기도 하고 때로는 퉁명스럽게 다뤄내면서 길고 긴 격변의 시대를 어떤 올곧음으로 살아왔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말년의 리영희 선생은 건강이 좋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글로 남겨내는 것 보다는 대화와 묻고 답하기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했는데, 그런 방식 때문에 리영희 선생의 삶은 좀 더 인간적이고 흥미롭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한 지식인의 삶이 한 시대와 이렇게까지 밀접하게 맞물려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될 정도로 리영희 선생의 삶은 굴곡진 한국의 근현대사와 너무나도 가까이 있으며 일제 식민지 시절부터 군부 독재 시절과 가장 최근인 노무현 정부 시절까지 자신의 삶과 시대가 어떤 식으로 밀접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는지를, 여러 시대를 부딪치면서 어떤 식으로 삶과 세상 그리고 시대를 바라보려고 했는지, 자신의 관심이 어떤 식으로 변화가 있었고 생각이 만들어지고 변화되었는지를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때로는 스스로에 대한 격려와 칭찬을 때로는 아쉬움과 반성을 섞으며 유려하게 말해주고 있다.
삶과 그리고 지식인으로써 어떤 관심들을 갖고 있는지, 자신의 학문적 혹은 삶의 태도가 어떤 것인지를 소상하게 말해주고 있는 ‘대화’는 그간 고생 많으셨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고, 수많은 고초와 힘겨움을 어떻게 견뎌내고 어떤 흐트러짐 없이 견딜 수 있는지 존경심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게 된다.
이런 삶을 접하면 그저 부끄러움이 그리고 죄송함이 느껴지게 된다.
학문적으로 읽혀지는 내용은 그리 없을지라도 삶과 철학 그리고 타협 없는 태도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깨닫도록 만들고 있다.
그저 감사하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