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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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질병이 있다.”

 

 

 

한병철의 피로사회는 독일에서 출판 직후 무척 이례적인 반응 속에서 주목을 받았고, 현대 사회에 대한 기존의 분석과는 조금은 결이 다른 생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된 시대에 맞는 새로운 분석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의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관점은 기본적으로는 니체의 시선과 생각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니체의 생각만을 토대로 자신의 분석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고 그런 관점을 빌려오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더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현대 사회에 대한 이해와 진단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보드리야르, 아렌트, 프로이트, 푸코, 아감벤 등의 학자들이 내놓았던 분석은 지금의 시대와는 맞지 않는 점을 강조하며(틀렸다고 말하기 보다는 전혀 시대 자체가 변했다고 말한다) 지금 시대에 맞는 질병에 대한 진단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고, 그런 입장 속에서 21세기 현대 사회는 부정성에서 찾아보기 보다는 긍정성에서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말하려고 하고 있다.

 

이질성

타자성

차이

면역학

이방인

 

기존의 시대적 정서는 이처럼 무언가 적을 만들고 내세우는 성향이었다면 새로운 시대와 사회에서는 그런 것을 찾기 보다는 스스로를 착취하려고 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말할 수 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성향과 정서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기존의 분석들이 갖고 있는 한계와 오해들은 이런 변화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면서 포화시키고 고갈시키려는 이 시대의 문제점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되도록 명료하게 설명하려고 하고 있다.

 

규율사회가 아닌 성과사회로의 변화, 무언가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닌 해야 하고 해내야만 한다는 긍정성을 내세우는 사회지만 끊임없는 목표와 숙제 그리고 계속해서 넘어서야만 하는 외부적 내부적 강제로 인해서 결국에는 각 개인-주체는 피곤에 찌들고 시스템에 질식하게 된다는 분석은 긍정성의 사회라고 말하지만 결코 긍정적이지 않은 사회이고 자본주의의 고도화로 인한 새로운 착취 방식이라고 저자는 판단하려고 한다.

 

저자보다 앞서서 지금 시대를 보다 정확하게 분석해내려고 했던 이들이 빠졌던 오류들과 앞선 거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학자들의 분석과 이론적 틀의 한계를 강조하며 새로운 시선과 생각으로 지금의 변화된 시대와 사회를 분석해야만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분명 신선하고 의미 있는 제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저자가 머물고 있는 독일 사회에서는 그런 분석의 제안이 알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적 발달과 발전이, 흔히 말해서 성숙도가 부족한 한국 사회에서는 어떤 부분에서는 맞는 설명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아직은 성급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저자는 진단을 내리고 있으면서도 어떤 처방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을 찾게 되기도 한다. 니체의 생각을 근거로 무언가를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새로운 진단이라는 단호한 입장과는 달리 진단에 따르는 처방에서는 소극적이고 무척이나 철학적이기만 한 입장에 머물 뿐이었다.

 

물론 모든 것을 내놓고 말해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대안과 제안에서는 한걸음 물러서 있다는 점은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지치고 탈진하게 된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어째서 그렇게 느끼는지를 무척 신선하고 인상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피로사회는 무척이나 짧은 분량의 글을 통해서 흥미롭게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고 있으며 여러 방식으로 지금 시대를 이해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구에게나 한번쯤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어지는 글이었다.

 

조금 읽기가 어려운 부분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에서 더 읽어내고 싶고 저자의 생각을 더 알고 싶다고 묻고 싶은 글이었다.

 

어째서 반향을 일으키고 주목을 받았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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