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건축 Essays On Design 6
쿠마 켄고 지음, 임태희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쿠마 켄고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약한 건축은 관심을 갖게 되기보다는 지나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어쩐지 제목 때문에 지나치지 못하고 눈에 들어와 손에 쥐게 되었고 생각 이상으로 인상적인 내용들로 가득해서 단숨에 읽어버리게 된 것 같다.

 

약한 건축이라는 제목은 곧장 반박과 물음을 갖게 한다. 과연 건축이 약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을. 하지만 (당연히) 실질적이거나 혹은 물질적으로 약한 건축을 말하는 것이 아닌 견고하고 완고한 고집스러운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거대해지기만 하는 규모에 대한 비판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읽는 사람들에 따라서는 저자의 약함 의미에 대해서 여러 방식으로 생각해보면서 그걸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다양하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단단하고 일관된 논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가벼운 기분으로 건축에 관한 여러 생각들을 풀어내고 있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려고 하는, 그렇다고 아무런 주제 없이 이런 저런 생각들을 말하는 것도 아닌 느슨하지만 저자가 생각하는 건축에 대해서 여러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있는 약한...’은 쿠마 켄고가 단순히 뛰어난 능력의 건축가 이상으로 생각할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건축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과 주관을 어떤 식으로 말하려고 하고 있으며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건축에 관해서 그 시대에 머물고 있기만 한 것이 아닌 시대의 한계와 시대의 의미 또한 잘 이해하는 것 같다. 설득력 있게 자신이 생각하는 건축을 읽는 사람이 이해하고 동의하도록 하고 있다.

 

저자는 건축에 대해서 말하려고 할 때 아주 오래된 과거부터 건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닌 20세기 근대 건축에 대해서 (그리고 그 이후의 건축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고 있고, 국가와 사회정책과 그 정책이 갖고 있는 목적 그리고 그에 대한 건축가들의 대응을 설명하고 있고, 경제정책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케인스가 주장한 경제정책의 장단점을 말하면서 현재까지 주도권을 잡고 있는 건축에 대한 입장과 생각들에 대해서, 어떤 고정관념으로 되어버린 건축에 대한 입장들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기를 권하고 있다.

 

과거와는 분명하게 다른 입장과 전망을 갖고 있었던 흔히들 말하는 모더니스트로 불리는르 코르뷔지에와 미스 반 데어 로에를 통해서 어떤 식으로 과거와는 분명하게 다른 새로운 건축을 그들이 제시했으며 그들이 자신들의 건축을 어떤 식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압도했는지를 알려주고 있고, 건축에 대한 입장과 생각보다는 형이상학적 논의라고 말할 수 있고 철학적인 논의라고 생각할 수 있을 일종의 세계관에 관한 논의라고 말하게 되는 형식과 자유, 추상, 현상학, 컴퓨터로 인해 20세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조건과 환경을 만들게 된 기술발달과 전환,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 등 건축에 대해서 생각하게 될 때 잘 생각해보지 않거나 주변으로 밀려날 수 있을 논의들을 간략하게라도 다뤄낸 다음 일본의 건축에 대해서 말하게 될 때 무척 중요하게 다뤄지게 되는 안도 타다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며 그의 건축을 직접적으로 다뤄내는 것이 아닌 그를 둘러싼 공공의 건축과 개인의 건축이라는 큰 흐름의 변화 등 여러 환경 및 조건의 변화와 그 변화 속에서 건축가들이 어떤 곤란함과 난감함을 느끼고 있는지를, 어떤 식으로 각자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건축의 큰 흐름과 변화를 되새겨보면서 어떤 문제점이 있었고 잘못이 있었는지를 진단하고 있고, 지금 현재의 흐름에서 잘못된 점들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는 등 기본적으로는 비평의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하고 있으며, 사회적 경제적 환경과 조건 속에서 각각의 건축가들이 어떤 식으로 그 시대의 한계를 알아채고 나름대로의 대안과 돌파를 제시했는지를 또한 살펴보며 대표적인 건축과 건축가들을 저자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설명하고 있다.

 

이후의 논의는 사그라지고 주목받지 못했던 혹은 실패한 흐름과 시도라고 평가되기도 하는 여러 건축적 흐름과 그에 반해 성공하고 이겨낸 혁명적인 흐름과 시도들에 대해서, 건축 자체만이 아닌 건축을 좀 더 인상적이고 도드라지게 만드는 효과들에 대해서 등등 다양한 짧은 글들에서 저자의 여러 관심과 생각들을 확인하게 되기도 하고, 건축을 생각할 때 쉽게 놓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다루고 있다.

 

20세기 건축의 큰 흐름을 다뤄내고 있으면서도 여러 세부적인 논의들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박식함과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폭넓은 관점은 무척 인상적이고 감탄하게 된다.

 

별다른 생각 없이 집게 된 책이었지만 건축에 대한 책 중에서 무척 돋보이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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