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장의 모더니티 콘유 3부작
박해천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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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79754911

아파트 게임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05957741

 

 

아수라장의 모더니티를 읽으면서 들게 된 생각은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조심스럽게 글쓰기를 보여주려고 했고

아파트 게임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썼다면

아수라장의 모더니티는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조금은 무모한 혹은 무리한 느낌도 들었을 정도였는데,

3부작이라는 완결성에 대해서 많은 의미를 두려고 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과감하게 밀어붙이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한번 끝까지 가보려고 했던 것일까?

다만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논의와 분석의 전달 방식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은 들게 된다.

 

오해로 가득하거나 황당함으로 가득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 시대의 모습을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그리고 저자의 관점과 분석을 온갖 소설들을 인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저자의 생각과 논의의 설득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그런 시선과 분석에 대한 논의가 소설의 내용을 통해서 (인용해서)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그게 한 개인의 시선인지 (작품의 인물들의 시선과 밀접한) 작가의 시선인지, 그게 아니면 저자 본인의 분석과 판단인지가 불분명해진다는 문제점이 발생되는 것 같다.

 

소설들의 내용이 진짜 현실과 사실 그대로의 모습들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지, 그것 또한 현실과 사실이 아닌 일정한 상상이 가미되어 있을지 제대로 된 판단이 어렵다는 점에서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조금은 머뭇거려지고 조심스럽게 된다.

 

좀 더 넓은 안목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혹은 객관적이고 분석적인 시선이 아니라 다분히 개인적인 감상과 감수성에 불과한 것인지 (흐릿해진 기억을 더듬으려고 하는 것인지) 헷갈려지게 되어버릴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는 조금은 애매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아수라장...’은 그동안 다뤄왔던 저자의 논의들을 다시금 재검토하는 경우도 있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한국 사회의 발전과정을 더듬어보려고 하는 입장도 있어서 무척 인상적인 내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작들이 근대화-도시화 그리고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대변되는 한국 사회의 왜곡된 구조에 대해서 그리고 그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한 수많은 이들의 삶을 살펴보고 말해주려고 했다고 볼 수 있다면, 이번 아수라장...’6.25 한국 전쟁 부터 지금 현재까지 급격하고 거대한 변화를 보여주었던 각각의 시대 속에서 어떤 (특정한) 사물들이 수많은 사람들의 인식과 감수성 속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그걸 통해서 어떤 식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지를, 그 밀접한 관련성을 독특한 방식으로 살펴보려고 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은 그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혹은 기억에 깊은 자국을 남겨놓고 있는 특정한 사물들을 (혹은 욕망의 대상들을) 선택한 다음(탱크, 이층양옥, 포니, 아파트라는 공간의 내부, 신도시, 이마트, 컴퓨터프로그램) 그 대표적인 욕망의 대상들과 관련한 소설들을 인용하고 이어붙이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각색하고 만들어내며 그 시대를 좀 더 쉽게 그리고 가깝게 접근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진행의 과정 속에서 가족이데올로기에 관해서 반복적으로 접근하려고 하고 있고 욕망과 욕망의 대상 그리고 그 욕망이 이뤄지는 과정 속에서 (욕망의 대상을 거머쥐는 과정 속에서) 어떤 비틀어짐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곡과 균열, 파국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의 글쓰기 방식으로 인해서 그 시대의 모습을 좀 더 설득력 있고 쉽게 접근하게 되기는 하지만 반대로 그런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대의 한 단면을 보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그 시대를 기억하는) 특정한 주체()의 시각만을 보여주는 것인지 애매함을 만들어내는 문제가 발생되기도 하는 것 같다.

 

오해로 가득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글쓰기 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무척 이상함으로만 가득하다는 생각만 들게 될 것 같고(파격을 넘어서 적절한 글쓰기라고 받아들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논의나 분석 자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에 따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조금은 궁금해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글쓰기라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에 따라서는 거부감을 크게 느낄지도 모른다.

 

또한, 마지막 장 디자이너에 관한 내용은 전체적인 논의와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별도로 다른 논의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도 들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는데, 현재에 대한 진단도 아니고 예상되는 지금 이후에 대한 논의도 아닌 것 같은 조금은 산만하게만 느껴지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잘 다듬어 논의를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

 

아수라장...’은 결국 한국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살아남으려고 했는지를 그리고 어떻게 급격한 속도로 변해가는 (어떤 의미에서는) 마구잡이로 가득하고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로 순식간에 변화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어떤 정서와 감수성을 갖고 있었는지, 어떤 입장과 생각, 판단 속에서 자신들의 삶을 받아들이고 견뎌낼 수 있었는지를 다뤄내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지금 되돌려 생각한다면 과연 그들이 어떻게 살아남았고 그 거대한 변화와 흐름을 어떤 식으로 견뎌낸 것인지 감탄하게만 될 뿐이고 과연 나약하기만 한 나라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 그 속도에서 뒤쳐지지 않으려고 했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게 되었는데, 그 급격한 속도 때문에 지금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더 빨라지기만 했던 속도를 어떤 식으로 조금씩이라도 늦출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그런 급격한 흐름 때문에 만들어진 문제들처럼 속도의 변화 또한 그동안의 문제들과는 다른 문제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니, 우리는 과연 어떤 현명함을 그리고 올바름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악순환을 경험하기만 할 것이고, 좀 더 거대한 아수라장을 마주하고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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