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고고학 - 정치 인류학 연구
삐에르 끌라스트르 지음, 변지현.이종영 옮김 / 울력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삐에르 끌라스트르 혹은 피에르 클라스트르

 

폭력의 고고학에 대해서는 이미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흥미로운 논의로 가득하고 새로운 시각-생각의 틀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몇 번 접하게 되어서 언젠가는 읽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부담스럽게 느껴져서(읽어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아서) 피하고 미루고만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공화국으로에서 그의 (국가관에 대한) 논의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서 다시금 관심을 들어 찾아 읽게 되었다.

 

다행히 생각보다는 읽어내기가 어렵지 않았고(그렇다고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 말하진 못한다), 꽤 흥미로운 내용-논의들이 많았기 때문에 인류학에 대해서, 권력과 국가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꽤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 것 같다.

 

저자의 죽음 이후에 여러 방식으로 쓰이고 발표된 글들을 모은 내용이라 얼핏 일관성 보다는 그저 글들을 모아놓았을 뿐이라고 생각되겠지만 명쾌하고 단호한 판단과 생각 속에서 촘촘하고 치밀한 일관성은 아닐지라도 느슨한 연결과 관련성을 만들어내며 노년의 학자가 내놓는 결론과 판단 그리고 새로운 사고의 제안에 조금은 어리둥절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가 편협하게 생각하는 혹은 편견과 오해로 가득하게 생각하고 있는 야만인들에 대해서, 야만인 그리고 원시사회 등 그들에 관한 모든 것들에 대해서 조금은 다른 생각을 혹은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는 폭력의...’는 이미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거나 깨닫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확신과 선구적인 연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고 그의 논의들에 놀라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동안의 생각의 틀이 깨어짐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서 일종의 충격으로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자신의 실제 경험과 다른 이의 경험들, 여러 연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며 자신만의 결론을 내놓고 있는데, 이미 다양한 연구와 결과물을 통해서 자신의 말한 것들을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그의 다른 저작들을 읽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간 어떤 연구들을 내놓았는지 알 수 없다) 자신의 생각을 복잡하지 않고 되도록 단호하게 말하려고 하고 있고 그가 몸서리치도록 거부하는 입장들에 대해서도 무척 알기 쉽게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모든 논의가 옳을지 그를지는 각자가 판단하겠지만) 어떤 입장과 관점에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무척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관심과 연구 중에서 특히 국가-권력에 대한 관심이 무척 크고 그런 깊은 관심 속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어내고 있을 뿐이거나 사실을 왜곡하고 오해를 더하게 만들 뿐인 연구들에 대해서 노골적인 반감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레비-스트로스의 연구-업적에 대해서 인정할 점들을 인정하면서도 풀어내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서 그리고 뭔가 미심쩍은 부분들에 대해서 좀 더 새로운 접근(과 비판)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런 생산적인 비평과 한 단계 도약하려는, 다른 지평에서 이해를 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국가-사회-권력에 대한 깊은 관심 속에서 원시사회와 국가로 구성된 사회(어떤 의미에서는 원시사회와는 다른 사회)를 분리시켜 어떤 차이와 다름을 확인할 수 있을지를 원시사회(와 우리가 야만인이라고 언급하는 이들의 삶)를 통해서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의 문제점들이 어떤 것인지를 좀 더 극명하게 살펴보려고 고민하고 있다.

 

국가-권력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저자의 입장에 대해서 (약간은) 반감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정한 설득력을 찾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국가와 권력에 대해서 여러 생각들을 하게 만들게 된다.

 

국가-권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스러운 사람들이라면 무척 흥미로운 실마리를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어떤 결론을 내놓기 보다는 새로운 접근을 그리고 흥미로운 제안을 내놓고 있다고 볼 수 있고 그 새로운 지평에서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면 좀 더 흥미로운 읽기가 될 것 같다.

 

단순히 원시사회를 세세하게 뜯어내고 분석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원시사회를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문제점들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국가-권력에 대한 회의가 점점 더 커져가는 지금 상황에서 저자의 논의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게 될 것 같다.

 

 

참고 : 마르크스의 논의와 마르크스주의자들에 대한 철저한 구분과 함께 원시사회-야만인들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를, 이론적 틀에 대한 분명하면서도 고민어린 입장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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