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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아티스트의 홀로그림 - 밥장이 그려내는 무한 상상 여행
밥장 지음 / 리더스컴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밥장의 에피파니 : blog.naver.com/jbob70
책을 읽다가 책을 알게 되는 경우는 무척 흔한 경우라고 말할 것 같다.
책을 조금이라도 읽었다면 그런 경우는 너무 흔해서 그런 경우를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더 쑥스럽다는 말을 꺼내게 될 때도 있으니까.
그
래도 나란 사람이 이런 책을 읽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다 읽게 되었는지를 말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디자인소호의
‘기획자의 토요일 디자이너의 일요일’에서 나와 같이 일을 했던(내가 갑이었고 저쪽은 을이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당한 설명일 것
같다. 동명이인일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본인이 맞을 것 같다) 담당자 (그쪽 동네의 정확한 직책을 알지는 못한다. 굳이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기도 하고. 그걸 알아서 뭐하나 싶다. 그들도 나에게 관심 없을 것이니) 가 추천하는 책으로 이걸 골랐기 때문인데,
추천했다고 곧장 구입하거나 그랬던 것은 아니고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어떻게 굴러들어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책장 어딘가에서 본 기억이 들어 찾아보니 있는 것은 맞기에 주말 아침 잠-술이 덜 깬 상태로 간단하게 읽어보기에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읽어봤었고, 역시나 내가 좋아할 내용이진 않지만 때때로 이런 책을 읽게 될 때도 있었고 내용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을
뿐이지 나쁘다고 말할 수 없기에 적당히 읽고 치우기 좋았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영감의 원천이고 기분 전환의 보약과도 같은 책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주말 아침의 나른함 속에서 읽어버리기에 괜찮은 책이었다.
야박하게 굴고 싶지도 않고 괜히 빈정거릴 생각도 없다. 각자의 감상은 다르기 마련일 뿐이다.
우
선 저자의 약력을 보게 된다면 저자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혹은 저렇게 제멋대로 살아가는 충분한 이유를) 알게 될 수
있는데, 이름난 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다니고 싶어 하는 대기업을 다니다가 갑작스럽게 자신의 인생궤도를 수정해 (다른 말로는
직장을 때려 치고) 모험적인 직장(들)을 다니며 생소하게 느껴지는 일(들)을 거듭하다 결국 자신만의 삶의 방식-태도를 찾게 된
사람인지라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 일종의 확신을 그리고 여러 경험들로 인해서 많은 것들을 알(아내)고 있기 때문에 감(수)성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그 내면 속에서 흔들림 없는 단호함 또한 느낄 수 있게 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내면의 풍경이기도 할 것 같다.
어
쩌면 이런 내면이 혹은 감수성이 홍대의 정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은 좀 더 소비적이기만 하고 형편없어졌다고
말해지고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왜곡되어버렸고 변해버렸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때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리고 조금이라도 다른
삶의 방식을 찾아보려고 했던 이들이 몰려들었던 홍대의 정서라는 것은 저자와 같은 정서와 유사한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만의 특징과 개성을 지켜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삶을 최대한 재미나게 즐기면서도 나름대로의 자신만의 다른 삶을 찾으려는
읽고 보고 쓰고 그리면서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가는
생산과 소비가 그 자신만의 균형을 찾게 된
그런 식으로 먹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적당하게 뭉뚱그려 말한다면, 이것도 오해면서 편견이겠지만 아마도 그렇진 않을까?
한국적인 방식의 보헤미안들일 것이고 자유로운 영혼들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진 않을까?
그게 아니라고 말하면 내가 큰 오해를 했을 뿐이라고 말하면 그만이겠지만.
물론, 지금 홍대는 생산보다는 소비가 더 커져버리기는 했지만(뭐, 아니길 바란다) 그렇다고 그게 그들 탓은 아니니까.
어쨌든, 위와 같은 방식으로 홍대의 정서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대략적으로 추측하게 되는 것 같다.
농
담처럼 말한다면 키치와 댄디로 무장하면서 자신만의 아방가르드가 있는, 그런 식으로 빈정거리기 보다는 그저 소박하게라도 자신만의
방식의 삶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정서라고 말할 수 있을 그런 정서에 대해서 (어쩌면 그들과 별다를 것 없는 것을 찾으면서도) 괜한
질투로 혹은 그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생각에 그저 재수 없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재수 없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직접 만난다면 아무런 말도 못할 것이지만) 그다지 좋게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평가는
객관적이어야 할 것이니 30대 중반이라는 조건 속에서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감수성을 혹은 성적 욕망과 지금껏 읽은 것들에
대한 고백을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과감하게 혹은 가식 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에 인상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저런 욕만 하다가 돌리고 돌려서 칭찬을 하게 되는 것 같은데, 지나친 솔직함인지 그게
아니면 적당함인지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 같고, 여러 가지로 자극적이면서도 거칠음이 강조된 그림-글은 분명 잠시라도
눈길이 머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30대 중반의 남성이 생각하는 성-섹스에 대해서 무척
집요하게 파고들려고 하고 있기는 하지만 (냉소적이기도 하고 자연스럽고 솔직하기도 하지만) 그게 어떤 분석과 이해인 것인지 그게
아니면 노골적인 욕망의 까발림인 것인지는 분명치 않은 것 같으면서 그 자신이 읽은 여러 추천할만한 책들에 대한 소개는 앞선
모습과는 많이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한 사람에게서 보게 될 수 있는 여러 모습들을 (반복해서 말하지만)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겁고 진지하게 읽어낼 책은 아니라고 생각되기에 커피숍 어딘가에 놓여있다면, 혹은 잠시 시간이 생겨 시간을 흘려보낼 필요가 있을 때라면 잘난 스마트폰만 바라보지 말고 이런 것도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이런 말도 꼰대질이라고 듣겠지만.
참
고 : 홍대의 정서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혹은 그들의 삶의 태도를 생각한다면 어떤 의미에서 하나의 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걸 확장시킬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더 그게 힘들어지게 되는 환경이 주어지게 될 것 같다.
혼자서는 가능하지만 둘이서 혹은 셋과 넷이서 하기는 어려운 방식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을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 그게 아니면 흩뿌려진 이들이 때때로 어떤 식으로 마주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게 된다. 어떤 것이 더 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삶-이야기는 전혀 없는 것 같아서 그들의 삶을 알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괜찮은 연구자가
달려들었으면 좋겠다. 나처럼 비비꼬인 시선이 아닌 방식으로 바라보면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