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판 키드의 추억
신현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글쓴이처럼 하나의 추억을 얘기하면서 얘기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저자에 대해서는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게) 음악평론이나 여러 매체-지면을 통해서 문화평론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수업을 통해서 알게 되었기 때문에(저자가 연구교수로 재직하는 그 대학에서 만나게 되었다), 어떤 식으로도 교수님이라는 기억이 더 강한 것 같다.

 

수업을 통해서 나름대로 여러 대화들을 나눴었고, 이런 저런 방식으로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는 많이 귀여움을 받았기 때문인지 좋은 기억만 많을 뿐이지만 결국 짧은 인연이었고 긴 인연으로 이어지진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

 

그때 더 많은 얘기들을 나눴다면 어땠을까? 라는 뒤늦은 아쉬움을 말해봤자 어떤 의미가 있겠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 식으로 후회하고 늙어가는 것 같다.

 

어쨌든, 그렇기 때문인지 글을 통해서 저자를 만나는 것은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지게 된다. 그리고 반가움도 함께 느끼게 된다. 결국에는 추억을 하게 되고 옛 순간들을 기억하게 되는 순간들이 더 많아지게 되지만.

 

저자가 이런 저런 방식으로 발표한 글들과 함께 가장 치열한 시대를 예민한 감수성으로 가득한 시절에 (흔히들 말하듯 온몸으로) 경험했던 기억들과 음악과 관련된 여러 기억-경험-생각이 맞물려지면서 독특한 방식으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는, 음악과 관련된 자신의 삶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고, 그리고 그 삶을 되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하려고 하고 있으며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을 어떤 식으로 이어가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들려주고 있는 빽판 키드의 추억은 어떤 의미에서는 운동권 세대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세대 중에서 조금은 독특하게 자신의 시대를 살아간 이의 삶을 엿보게 되는 경험일지도 모르고, 단지 시위하고 투쟁하는 사람들만 가득했던 시절이 아닌 감수성 충만하고 다른 재미들도 가득한 때였다는 것을 알게 해주게 만들고 있다.

 

저자는 되도록 자신의 추억을 솔직하게 말해주고 있으면서도 때때로 돌려서 말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때는 능청스럽다가도 조심스럽게 감추려고도 하는 등 복잡한 기분 속에서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그 자신과(혹은 오직 저자와) 관련된 이야기는 어려움 없이 얘기하려고 하지만 기억-추억이 자신만이 아닌 시대와 약간은 밀접함을 보일 때는, 혹은 여러 사람들이 관련되었을 때는 되도록 말을 아끼려고 하거나 좀처럼 말하기가 껄끄럽다는 것을 숨기지 않으려고 해서 더욱 궁금증을 만들기도 하고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음악에 관한 책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음악과 관련된 혹은 음악을 둘러싼 여러 추억-기억들이 버무려진 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빽판...’은 지금처럼 온라인을 통해서 쉽게 음악을 구해서 들을 수 있는 시절이 아닌 때때로 큰 각오를 해야만 들을 수 있는 (혹은 구할 수 있는) 시절을 살았던 저자가 겪었던 경험들과 함께 그 경험들을 어떤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조금은 학문적인 방식으로 살펴보려는 시도가 겹쳐져 있으며,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무척이나 여러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독특한 세대인 저자의 세대(흔히 386 세대라고 말하게 되는 한때는 승리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이제는 좌절과 회의로 가득한 것 같은, 하지만 여전히 단단하고 견고함을 보여주는 바로 그 세대)가 어떤 식으로 자신들보다 앞선 세대들의 문화를 바라보았는지를 그리고 자신들의 문화를 어떻게 경험했는지를 마지막으로 이후의 세대들의 문화를 어떤 식으로 이해하려고 하는지에 저자의 경험담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문화라는 것이 혹은 음악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전파되었고 발전되었는지, 그 과정 속에서 저자는 어떤 식으로 그것들을 경험했는지에 대해서 흥겹게 썰을 풀어내고 있는 내용과 (굳이 그걸 하나로 엮자면 TV 방송의 발전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 혹은 녹음과 기타 여러 잡다한 경험을 위해서 어떤 식으로 (음악) 장비들을 만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들, 이런 저런 식으로 집착하고 몰두하게 된 과정들은 비슷한 경험을 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런 경험일 것이고 저자와 같이 엄청난 공을 들이진 않았지만 조금이나마 그 경험을 공감하기 때문인지 좀 더 저자에게 다가서는 느낌이 들게 되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저 그걸 경험과 추억 정도로만 생각하는 (그리고 그걸 쉽게 잊었던) 나와는 다르게 저자는 좀 더 체계적이고 이론적으로 접근하려고 하고 있고 자신의 경험을 다양하게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이 다른 점이고 그건 엄청나게 다른 점이기도 할 것 같다.

 

음악을 저장하는 혹은 보관하는 방식 중 가장 오래된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음반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저자는 온갖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LP 음반을 경험하지 않은(혹은 못한) 세대이기 때문인지 그런 내용들은 무척 오래된 이야기처럼 느껴지고만 있다.

 

LP를 음악을 듣기 위한 수단이 아닌 조금은 고급스럽게 혹은 독특한 방식으로 수집-보관-기념품으로 간직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인지 저자가 들려주는 경험들은 재미난 추억들이기는 하지만 쉽게 공감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게 결국에는 세대의 차이일 것이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 이후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 중 가장 격렬하고 강렬하게 기억되는 공연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고 있고, 그 자신의 청춘을 뒤돌아보는 논의까지 향하면서 저자는 신나게 얘기하던 모습에서 조금은 머뭇거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있고, 그 갑작스러운 변화는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앞선 내용들에서 언뜻 보여주기도 했기 때문인지 충분히 이해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에, 혹은 그것 말고도 여러 인연과 우연 때문에 평론가가 되어버리는 과정과 평론가라는 위치를 넘어 좀 더 정교하게 이론화하고 학문적인 접근을 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음악이 어떤 식으로 한 사람에게 질기게 달라붙는지를, 어떤 식으로 음악과의 질기고 질긴 인연이 이어지게 되는지를 알게 되는 것 같고, 하나의 집착이 어떤 식으로 (되도록) 좋은 (갈등과) 화해를 보여주는지를 알게 되니 조금은 놀랍게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과연 어떤 것에 저런 깊은 애정을 간직하며 지낸 것이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기도 한다.

 

딱히 대답할 것이 없기에 쑥스럽기만 하고 부끄럽기만 한 것 같다.

 

나는 음악에 영화에 혹은 책에 어떤 애정과 각별함이 있는 것일까? 어떤 우연과 추억들이 기억들이 간직되고 있는 것일까? 그걸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들이 있었던 것일까? 혹은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기나 한 것일까?

 

좌절하고 뒹굴고 있을 뿐이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고 싶진 않다.

결국 어떤 것도 남기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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