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몸의 역사
자크 르 고프 지음, 채계병 옮김 / 이카루스미디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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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유에서 유럽의 중세 시대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여러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지 어린 시절부터 그리고 지금까지도 중세는 무척 관심을 갖게 만들고 여전히 주목하게 되는 시대인 것 같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 관심을 갖기에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일반인이 관심을 갖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시대라고 볼 수 있고, 그 분야에 대한 전문가나 연구자가 아니기 때문에 허튼 생각 속에서 살아간다는 말을 들어도 딱히 반박할 수 없기는 하지만 과거에 대해서 혹은 역사에 대해서 관심을 여전히 잃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과거-역사를 통해서 지금과 다른 무언가를 혹은 지금이 어떤 방식으로 지금으로 되어버렸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하게 될 것 같다.

 

물론, 그중에서 특히나 유럽의 중세 시대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당연하 아날 학파의 여러 연구들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아날 학파의 연구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역사적 흐름을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무척 다양하고 복잡하게 혹은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사건에 주목하기도 하지만 그 사건이 일어나기까지의 전후 관계와 함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떤 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 때문에 무척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고 주목하게 되는 것 같다.

 

단순히 과거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그 감수성과 삶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파고들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만드는데, 그 시대를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닌 그 시대로 빠져들어가고 있고 그 시대 내에 머물려는 느낌까지 들기 때문인지 더더욱 아날 학파에 관해서 관심을 갖고 여러 책들을 찾게 되고 읽게 되는 것 같다.

 

생존하고 있는 아날 학파를 대표하는 연구자들 중에서 가장 명성 있는 연구자 중 하나인 자크 르 고프는 그의 여러 저작을 통해서 다양한 근거를 갖고 흥미로운 논의를 전개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중세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감수성과 사고구조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무척 깊이 있게 파고들고 분석하고 있었기 때문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었고 되도록 그의 저작들을 많이 읽어보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그의 글을 읽게 되니 여전히 독특한 관심과 분석을 보여주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주목하지 않고 관심을 끌지 못했던 몸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파악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중세 몸의 역사는 중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몸에 대해서 어떤 이해를 갖고 있었는지를, 기독교가 장악한 시대정신은 어떤 식으로 몸을 중세를 살아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받아들이게 했는지를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해보려고 하고 있다.

 

연구서이기는 하지만 조금은 가볍게 글을 써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정교하고 치밀한 전개를 위한 다양한 근거와 논의를 펼쳐나가기 보다는 기존의 논의를 간략하게 검토-설명하면서 본인()의 생각을 덧붙이며 충분한 이해를 혹은 동의를 구하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 없이 읽어낼 수 있을 것 같고, 저자()가 전하려고 하는 생각들에 어느 정도 이해와 동의가 있다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생각했던 몸에 대한 이해와 함께 지금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몸에 대해서 어떤 이해를 보여주고 있는지를 비교하며 생각할 순간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중세 시대의 시대정신과 고정관념 그리고 기독교 정신이 몸의 구성에서 어떤 긴장감과 은유를 만들어내고 있는지가 논의의 중요한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이해와 편견, 고정관념, 정서, 감수성, 태도, 관습 그리고 중세 시대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기독교 정신은 어떻게 몸을 이해했으며 몸에 대해서 중세 이전 과거의 이해와 다른 방식으로 대했는지를 살펴보면서, 중세 이전이 어떤 식으로 중세에 영향을 미쳤으며 중세는 그 나름대로 어떤 식으로 몸을 대했는지를 그리고 그 이후 시대는 과거에 어떤 영향과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또한 몸에 대한 관심만이 아니라 몸을 둘러싼 수많은 것들을 (관습, 제도 등등) 함께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고 읽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식으로 거대한 구조가 변화되어 새로운 구조를 형성하게 되었는지를, 그 구조의 변화에서 주목하면서 눈여겨 볼 것은 어떤 것인지를 여러 방식으로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며 읽게 된 것 같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읽다보면 흠뻑 빠져들게 되는 아날 학파의 그리고 특히나 관심을 갖고 있는 자크 르 고프(그리고 니콜라스 트뤼옹)의 논의이기 때문에 즐거운 기분으로 읽어낼 수 있었고, 몸을 통해서도 무척 다양한 논의들을 끄집어 낼 수 있다는 사실에, 중세 시대의 몸에 대한 복잡한 이해관계를 생각하며 지금 현재를 생각한다면 우리들의 몸은 또 어떤 것들로 둘러싸여져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항상 생각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날 학파 그리고 중세 시대에 대한 논의는 아주 쉽게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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