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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
김도언 지음 / 민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불안의 황홀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81838241
작가 김도언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무척 이상한 방식이었다.
뭐, 아주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었다.
꽤 이름이 알려진 작가였지만 그의 글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작가일기라고 이름 붙여진 에세이-산문 모음인 ‘불안의 황홀’이었고, 꽤 독특한 감수성과 시선-생각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관심이 들어 그의 소설을 구해두기는 했지만 항상 그렇듯 지겨울 정도로 귀찮음으로 가득한, 모든 것을 나중으로 미루기만 하는 게으름 때문에 구하게 된 동시에 책장에 꽂혀 있었을 뿐이었는데, 어쩌다가 갑작스럽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제나처럼 뒤늦게 읽게 되었다.
저자의 첫 번째 장편소설인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는 내용이 끝난 다음에 읽도록 준비한 작가의 말과 평론가의 작품 해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별다르게 덧붙여서 설명할 것은 없을 것 같은데, 워낙 인상적인 제목 덕분인지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느껴지는 내용을 접하며 일상의 모습을 그리고 사소한이라는 표현을 붙이게 되는 우리들의 삶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다.
야릇하기도 하고 몽환적인 느낌도 들게 되는 제목 때문에 실제로 읽기 전에는 어떤 내용인지 좀처럼 생각나지 않던 ‘이토록...’은 도시의 변두리를 배경으로 여러 등장인물들이 겪고 있는 일상의 각박한 삶에 대한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 사소한 일상과 큰 사건 없이 이끌어지는 이야기 때문에 심심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아무런 내용이 없다며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소함 속에서 약간의 갈등과 사건이 그리고 변화들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눈여겨보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짧게 잘게 나눠진 이야기 진행과 긴 호흡 없이 쓰인 글 때문에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었는데, 여러 이야기들이 겹쳐져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선재를 중심으로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갈등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결국 선재의 내면을 그리고 그가 겪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들의 삶과 그들의 삶을 생각해보고 비교해보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순간은 웃음을 짓게 만들지만 때때로 안쓰럽게 만들기도 하고 도망칠 수 없다는 곤혹스러움에 그 괴로움을 공감하게 되기도 하는데, 여러 등장인물들을 잘 다뤄내고 있으면서 각각의 인물들에 개별적인 개성과 차이를 충분하게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들의 조합이 그리고 구성이 만족스럽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어떤 끝맺음을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아닌 전체의 과정 속에서 어떤 순간을 들여다보게 만들고 있고, 살펴보게 만들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되고, 어쩌면 지루하고 대단할 것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지루함과 대단찮음은 결국 우리들의 삶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갑갑하기만 한 삶을 통해서 우리들의 삶을 잠시금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위악적이거나 악취미에 대한 탐구를 보이고 있는 저자라고 알려진 것 같은데, 생각보다는 그리 위악적이지도 않고 악취미로 가득하지 않기 때문인지 그냥 저냥한 심심한 기분으로 밋밋하고 팍팍함으로 가득한 삶을 잠시 함께한 기분이다.
나쁜 기분은 들지는 않는 소설이었다. 누군가에게 추천하기는 머뭇거려지겠지만.
참고 : 1. 멜랑꼴리의 올바른 표기는 멜랑콜리라고 한다. 난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한심하기는.
2. 2008년 7월 16일 1판 2쇄로 인쇄된 책을 읽었는데, 230쪽과 231쪽에 오타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어서 눈에 거슬렸다. 소설을 읽을 때는 오타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어쩌다가 그런 실수가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230쪽 아래에서 3째줄 '호준이 그렇게 말하자 소라는..' 은 '호준이 그렇게 말하자 미진은...' 으로 수정해야 할 것 같고, 231쪽 위에서 9째줄 '선재가...' 는 ' '호준은...' 으로 수정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