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와 처벌 나남신서 29
미셸 푸코 지음, 오생근 옮김 / 나남출판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은 워낙 널리 알려진 저작이고 이름 높은 책이기 때문에 (흔히들 말하는 인문학 필독도서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미 대학생 시절 읽어보기는 했지만 앎이 깊지 못하고 부족하기만 한 이해력 때문인지 읽었음에도 읽은 느낌이 들지 않고 무슨 소리인지 대략적으로만 알 것 같다는 생각만 가물거리듯 들기만 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지만 좀처럼 손에 잡게 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책을 마주할 때 느끼게 되는 괴로움이 두려워 계속해서 피했던 것 같다.

어째서 그러냐고 묻는다면, 읽어내기가 쉽지 않고 난해하게만 느껴지니까.

그게 솔직한 마음일 것 같다.

읽고는 싶지만 읽어내는 과정이 너무 힘겨워서 피했던 것 같다.

 

하지만 감시와 처벌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고 있듯이 감시와 처벌은 무척 다양한 사례들과 근거를 통해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이론적으로만 몰두하거나 추상적인 논의들로 가득하지는 않기 때문에 꽤 읽는 재미가 풍부하고 집중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쉽지 않게 읽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우선은 푸코의 논의가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의 논의가 그동안의 일반적인 생각-시선과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가 어렵게만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전복적이라는 표현보다는 전혀 다른 자리로 옮겨놓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어떤 식으로든 읽기가 쉽지는 않지만 읽게 된다면 그 읽음의 과정 속에서 많은 재미와 다양한 논의들 그리고 지금 시대의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많이 떠올려지기 때문에 고전 중의 고전으로 불리는 것 같고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푸코의 논의를 다시금 살펴보게 되는 것 같다.

 

근대 이전 시대, 고전주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시대는 범죄인들에게 어떤 방식의 처벌이 이뤄졌었는지, 신체형이라고 일컬어지는 처벌의 가혹함과 잔혹함이 어떻게 근대시대로 접어들면서 변화가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과정으로 시작하는 감시와 처벌의 논의는 감수성의 변화, 사회(구조)의 변화, 권력의 변화, 지배방식의 변화, 자본주의 사회로 향하며 권력이 자본주의의 작동방식처럼 어떤 새로운 지식-관계를 생산하게 되었는지를, 어떤 인간-존재-주체를 만들어내게 되었는지를 독특한 방식으로 탐구하고 있고, 그 독특함 속에서 감탄하게 만들고 생각지도 못했던 논의를 제시하고 있다.

 

모든 것들이 자본주의처럼 새로운 방식의 생산을 시작하는 과정을 들여다보게 되는 기분이 들게 된다. 그 일부를 지켜보게 된 기분이다.

 

일종의 폭로라고도 말할 수 있는 수준인데, 약간은 현란한 논의라고 느껴질 때가 있기도 하지만 휩쓸고 지나가듯 머릿속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구경거리로서의 처벌이 어떤 식으로 제도화되고 인간화가 되는지를, 어떤 것들이 사라졌으며 어떤 것들이 새롭게 생겨났는지를, 시대의 변화와 시대를 장악하고 있는 시대정신이 어떤 식으로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빼어난 방식으로 탐구하고 있는 감시와 처벌은 내용이나 논의의 방식이나 다루고 있는 사례들이나 모든 것들이 생소하고 색다르기 때문에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되는 것 같다.

 

권력이

시대가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고, 어떤 것들을 숨겨내고 있는지를, 우리들은 어떤 식으로 새로운 존재-주체-대상이 되어버리게 되었는지를, 수많은 것들의 구성과 인과관계가 결국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다양하게 그리고 폭넓게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에 논의의 깊이나 넓이가 거대하게만 느껴지게 되고 그렇기 때문인지 쉽게 책장을 넘기게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무척 색다른 방식으로 탐구를 하고 있고, 다양한 논의들로 가득해서 읽어내기가 쉽진 않았지만 참을성 있게 푸코의 논의를 따른다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생각이 많이 변화되기도 하고,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지금 시대가 어떤 정신을, 어떤 존재-주체를 만들어내길 원하고 있고, 그러기 위해서 어떤 장치-시설들이 필요했는지를 생각해보며 읽게 된다면 더 흥미롭게 읽혀질 수 있는 감시와 처벌은 읽으면 읽을수록 많은 생각들을 해보게 만들고 있고,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게 읽혀지는 것을 알면서도 반복해서 읽게 만드는 것 같다.

 

감시와 처벌에 관한 훌륭한 논의들이나 설명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어설프게 이해했을 뿐이라 무언가를 말하기 보다는 얼마나 탁월한 책인지(에 대해서만) 강조하게 되는데, 읽어보지 못했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고, 읽어본 사람들에게는 한 번 더 읽어보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권하고 싶어지게 된다.

 

오랜만에 푸코의 책을 읽었기 때문인지 좀 더 그의 다른 논의들도 접해보고 싶은 생각이 다시금 들게 되었는데, 한동안은 푸코의 책들을 조금씩이라도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참고 : 무언가 새로운 것을 읽기 보다는 읽었던 것들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만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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