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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기억 ㅣ 보르헤스 전집 5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7년 11월
평점 :
참고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15602920
보르헤스의 마지막 작품 ‘모래의 책’과 ‘셰익스피어의 기억’은 전체적으로는 이전 작품이었던 ‘칼잡이들의 이야기’와 ‘브로디의 보고서’에 비해서 큰 차이를 찾을 수는 없기 때문에 좀 더 심화시켰다거나 말년에 관심을 보였던 주제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말할 수 있겠지만 항상 그렇듯이 그의 작품을 읽게 될 때는 길을 잃은 것처럼 무엇을 읽게 되었는지를 다시금 들춰보며 언제나 그의 글을 읽을 때 느끼게 되는 헷갈림을 여전히 느낄 수 있다는 말을 우선 해야만 할 것 같다.
보르헤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항상은 아니지만 자주 그랬듯이 작가 자신을 등장시키는 경우가 많고 스스로를 등장시켜 나른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퉁명스럽고 창백한 설명을 통해서 냉정함과 객관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글이 뭐가 좋은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도 있지만 때때로 전달되는 애틋한 감수성과 신에 대한 여러 생각들, 종교와 신 그리고 온갖 것들에 대한 뒤틀림과 전복들 새로운 방식의 시각들, 낭만으로 가득한 신화-이야기들을 새롭게 재구성하거나 다시 써내면서도 보르헤스만의 방식으로 별다른 감정과 관심이 없다는 듯이 어떤 식으로도 개입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항상 개입하려고 애쓰면서) 새롭게 써낸 글들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게 되는지를, 때대로 만들고 있는 순도 높은 긴장감과 치밀함은 보르헤스의 글을 항상 다시 읽게 만들고 있다.
그 다채로운 분위기를 계속해서 반복하게 만든다.
그는 항상 자신의 글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하고 있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이상한 매력으로 가득하고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말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혼란스럽기만 하고 정리가 쉽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읽게 되기도 하고 그의 글을 통해서 압축성과 거리감 그리고 엄격함을 생각해보게 된다.
마지막 작품들이라는 점 때문에 더 관심을 갖게 되지만 그리고 몇몇 작품들에서는 여전히 탁월함과 감탄을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그가 완성했던 앞선 작품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구성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번 작품들에 덜 관심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럼에도 빼어난 순간들이 많기 때문에 홀대할 수 없기는 하겠지만 이전과 같은 색다름과 새로움을 찾으려고 한다면 실망스러운 기분도 느끼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보르헤스가 말년에 어떤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 관심들을 어떻게 완성시켜냈는지를 생각하면서 읽게 된다면 꽤 흡족한 기분으로 읽게 될 것 같은데, 보르헤스의 연구자들은 어떤 식으로 읽어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너무 몰두하고 연구하듯이 읽기 보다는 그가 시력을 잃은 이후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고, 이야기들을 꾸며냈으며 자신의 생각을 완성시켰는지 생각하며 읽어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시력을 잃은 현자가 남긴 생각의 조각들은 여전히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갖게 만든다.
그는 볼 수 없는 눈으로 우리가 바라볼 수 없는 세상을 바라보았고 그렇게 바라보았던 세상을 우리들에게 이와 같은 이야기로 정리해주고 있다.
여전히 새로운 세상을 안겨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