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잡이들의 이야기 보르헤스 전집 4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외 옮김 / 민음사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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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14870755

 

 

보르헤스의 후기작에 속하는 (후기작들의 시작이기도 한) ‘칼잡이들의 이야기픽션들알렙에 비해서는 비교적 읽기가 수월해지고 난해함 보다는 간략함과 단순함 속에서 독특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좀 더 명료해졌다는 말을 하게 되는데,

이전의 극단에 가까운 실험에 비해서는 많이 느슨해진 느낌이 들게 되지만 여전히 보르헤스는 보르헤스이고 그렇기 때문에 마냥 쉽게만 읽혀지지 않게 되는 경우가 여전하다.

 

읽어나가며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은 변함없다.

어려움이 줄어들었지만 생각처럼 쉽진 않다.

 

미로에서 실컷 발걸음을 옮겨보니 처음 시작한 자리로 돌아왔듯이... 결국 보르헤스의 글은 어지러움과 헷갈림 그리고 혼란으로 가득하다.

 

감수성으로 가득하면서도

능청스럽거나 퉁명스러움은 마찬가지이지만

어쩐지 여러 방식으로 그의 글에서 안타까움이나 애처로움과 같은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애잔함으로 가득하다.

그 이유는 어떤 것일까?

 

이전의 실험성에 비해서는 신비로움과 감수성을 더 강조하고 있지만 그 변화가 퇴보나 노쇠 혹은 실망스러운 결과물로 생각되기 보다는 보르헤스가 좀 더 다른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이고, 그 달라진 관심 때문인지 그게 아니면 새로운 글쓰기 때문인지 이전과는 분명 다르다는 기분으로 그의 글-이야기-소설을 읽게 된다.

 

보르헤스는 항상 어떤 경계나 구분을 하나로 겹쳐버린다.

시간이든 공간이든 환상이든 현실이든 꿈과 삶과 죽음까지 모든 것을 하나로 겹쳐내고 포개지게 만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하나로 뭉쳐지게 되어버린다.

 

그 시도는 과격하고 실험적이라는 말을 하게 되지만... 대충 뭉개버리는 것이 아닌 세심함과 조심스러움 또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생각이었던 것일까? 라는 궁금함으로 가득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혼란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보르헤스는 너무 걱정할 것 없다는 듯이 창백한 표정으로 이상야릇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몇 안 되는 이야기 안에서, 짧고 분명하면서도 어쩐지 알다가도 모를 이야기 속에서 보르헤스는 다양한 관심과 이야기 그리고 생각들을 가볍게 꺼내고 있고, 그 가벼움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고민들을 그리고 무거운 기분 속에서 그의 생각들을 경험하는 것 같다.

 

보르헤스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우리들에게 어려움으로 가득한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물론, 보르헤스도 정확한 정답을 알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우리는 풀어내고 해답을 찾아보려는 노력만 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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