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이원재 지음 / 어크로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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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은 다음 곧바로 읽었기 때문에 비슷한 문제의식을 확인할 수 있음과 동시에 저자 나름대로의 진단과 처방 그리고 한국사회를 위해서 내놓고 있는 여러 제안들에 대해서 어떤 부분에서는 동의하기도 하면서도 때때로 다른 생각을 말해보고 싶어지게 되기도 하는 (반박하고 싶어지기도 하는) 이원재의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은 일반적으로 봤을 때는 대중적인 경제 관련 서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굳이 경제와 관련된 서적으로 분류하기 보다는 조금 더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어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제학이 기본적으로 밑바탕 되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히 경제학을 통해서만 지금 현재의 시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살펴보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흥미로운 논의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그들이...’가 좀 더 이론적인 반박들로 (그리고 주장들로) 무장하고 있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 ‘이상한...’ 또한 직접적으로는 주류 경제학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었던 (그리고 강요되고 부추겨졌던) 탐욕에 대해서, 그리고 탐욕과 함께 떼어놓을 수 없는 (과잉)소비에 대해서 논의를 하면서 한국사회의 문제점들을 차근차근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의미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내놓고 있는 진단과 처방 그리고 제안들이 모두 다 맞을 수는 없을지라도 귀를 기울이게 되는 내용들이 많고, 지나치게 선량하고 정직하게 내놓는 결론들이라 현실에서 과연 얼마나 가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될 때도 있지만 (알다시피 한국사회는 정상적이고 알맞은 제안들에 대해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사회가 전혀 아니다. 매도하고 비난하기가 일쑤다) 어쩌면 그만큼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유지되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바꿔나가야 할 시기가 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루고 싶은 마음이야 모르지 않지만... 더 늦기 전에 시작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다.

 

여러 구체적인 사례들과 과거의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분위기와 지금 현실의 모습을 (가혹한 결과들을) 보여주며-비교하며 정책적으로 대기업에 모든 것을 몰아주는 기존의 방식이 얼마나 그릇된 선택이었는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점점 밀려나고 쫓겨나게 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한국사회가 민주화 이후 (1987년과 1990년대의 어느 시점 이후) 어떤 실책들이 (안이한 판단들이) 이어졌고 그 과정 속에서 내동댕이쳐진 사람들의 사례들을 알려주며 그런 경우들이 얼마나 일반적인 경우인지를, 특수한 경우라고 말할 수 없는지를 우리들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월스트리트

좀 더 정확하게는 (돈에 대한 굶주림과 이기심으로 가득하고) 주식과 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시장이 만들어낸 탐욕에 대한 맹목적인 옹호와 함께 금융권-정부가 어떤 단단한 유착관계 속에서 경제적인 불안정을 만들어내었고, 결국에는 지금과 같은 혼란을 발생시켰는지를 빠른 속도로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부의 집중과 편중, 거짓된 번영, 주류 경제학의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허황된 논의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 다음 다시금 한국사회로 눈을 돌려 한국사회는 어떤 과정 속에서 성장과 분배 그리고 불평등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번영을 말하고

재건을 말하며

한국사회는 어떻게 성장하게 되었는지를

그 신화를 어떻게 만들어내었고 달콤한 과실들이 나눠졌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한 (재건과 번영을 위한) 악착같은 노력들과

그 노력들에 대한 결과물이 어떤 식으로 특정 집단에게 집중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주류 경제학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세계관이 얼마나 현실과 다른지를

성장에 대한 강박이 결국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게 되었는지를

탐욕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의 틀을 만들게 되었는지를

경제적인 혼란과 환경문제는 어떤 식으로 겹쳐져 있는지를

 

저자는 우리에게 현재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안정과 미래로 향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를 부탁하고 새로운 인식의 틀과 삶의 태도를 찾기를 강권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놓는 여러 제안과 구체적인 논의들은 간간히 수긍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검증된 내용들이 많고 약간씩은 이미 많이 논의되고 있었던, 다만 항상 그렇듯 그런 주장과 논의들이 힘이 있는 이들에게 의해서 아예 묵살되고만 있던 내용들이 많아 (혹은 기존의 관념과 통념에서 많이 벗어나 좀처럼 쉽게 설득되지 않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동조해주고 함께 주장해야 할 내용들인 것 같다.

 

책을 통해서만 제안들과 대안들을 찾고 있고, 그걸 현실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은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던 과거를 살펴본다면) (최소한 한국사회에서는 그런 모습들을 살펴볼 기회는 무척 희박하기만 했다) 안타깝기만 하지만 경제가 지금과 같이 계속된 위기상황에 빠져있고,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지금과 같은 방식에 의문을 갖게 될 것이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는 논의들은 더욱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대답을 찾을 수 있다.

언제나 우리는 대답할 수 있는 질문만을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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