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한당들의 세계사 보르헤스 전집 1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황병하 옮김 / 민음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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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http://blog.naver.com/ghost0221/60111800258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줄여서... 보르헤스

 

언제나 그는 수수께끼와 같은 인물이고, 그의 글을 제대로 읽었다고 생각되는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은 항상 다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런 글이고, 그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또렷하게 파악되고 쉽게 이해되기 보다는 어렴풋하고 희미하게 난해하고 불투명하게 이해되기 때문인지 풀리지 않는 문제에 계속해서 골몰하듯이 그의 글을 계속해서 찾게 되는 것 같고 반복해서 읽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단지 어렵고 난해함으로 똘똘 뭉쳐진 글이라고 보르헤스의 글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뭔가 알 것 같으면서 헷갈려지게 만드는, 그 이상한 느낌으로 인해서 그의 글을 다시 찾게 되는 것 같은데, 단순히 미로에 빠져들게 된 느낌보다는 익숙한 공간이면서도 낯설음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을 계속해서 다시 찾게 되는 것 같다.

단지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졌다면... 그냥 잊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나마 그의 다른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쉽게 읽어낼 수 있는 불한당들의 세계사는 그렇기 때문에 자주 찾게 되는 작품일지도 모르지만, 그보다는 그가 이 작품 이후에 보여주게 되는 (오직 보르헤스만이 보여주었던) 경이로움을 조금은 간결하게 혹은 완벽한 조율 속에서 보여주기 보다는 부분적으로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지 (약간은 허술하다고 볼 수 있고, 아직은 덜 여물었다는 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어떤 것을 써내야 할 것인지 아직은 정확하게 목표하지 못하던 시절이었을지도 모른다) 조금은 수월하게 혹은 읽는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 전달되고 있기 때문에 자주 찾게 되는 것 같다.

 

아직도 픽션들알렙과 같은 작품들을 생각하게 되면 어려움이 앞서기 때문인지 조금은 소박한 느낌의 불한당들의...’에서 더 만족스러운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불한당들의...’가 그저 쉽게만 생각할 작품도 아니겠지만.

 

일종의 악당들의 연대기라고 말할 수 있는, 보르헤스가 꼽은 전세계의 악당들 목록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불한당들의...’는 보르헤스의 명성에 대해서 의문을 느끼는 사람들이 읽는다면 그가 왜 그렇게 칭송받는지를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질 것이고 단순한 단편들의 모음집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지만, 작품에 대한 해설을 읽게 된다면 꽤 실험적인 시도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시대적인 한계 속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작품으로 분류되는 이유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납득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시대적인 이해보다는 보르헤스의 글이 갖고 있는 매력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간결함과 압축력, 능청스럽거나 퉁명스럽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간간히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내용에서의 통찰력과 인간에 대한 이해, 수많은 책을 통해서 얻게 된 지식-이야기()의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정갈하고 담백하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 등 별 것 아닌 것처럼 혹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다시금 혹은 재구성하고 다시 쓰기해서) 들려주고 있지만 그 이야기의 구성과 전체적인 조화들은 별다를 것 없게 느껴지면서도 무척 흥미롭게 느껴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온갖 세계의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풀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누가 그런 경지에 올라설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그리 많은 사람이 떠올려지진 않게 되는 것 같다.

 

이 이후 보르헤스가 보여줄 감탄과 경탄으로 가득한 세계를 아주 살짝 보여주고 있을 뿐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그가 본격적으로 보여줄 세계보다 오히려 밑그림을 그리듯이 보여주는 불한당들의...’ 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되는 것은 순전히 조금은 안목이 떨어지는 내 (부족하기만 한) 읽기 능력 때문일 것이다.

 

 

 

참고 : 책을 통해서 모든 세계를 이해하던 보르헤스가, 그리고 그의 이야기들이 어쩌면 앞으로의 세계를 혹은 지금 세계의 본질을 더 충실히 이해한다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반대로 현실에서 조금은 거리감을 갖는... 넘을 수 없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고구조를 어쩌면 이야기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는 또다른 방식으로 무척 의미 깊은 시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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