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란 무엇인가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 지음, 김태희 옮김 / 민음인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야구란 무엇인가 : http://blog.naver.com/ghost0221/60211619916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는 분명 빼어난 내용으로 가득한 책이었다. 단지 야구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야구가 갖고 있는 갖가지 매력과 함께 야구를 통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수많은 논의들과 야구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도 야구를 통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주는, 어느 한 영역을 깊게 파고들게 될 때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약간의 이해를 갖게 되는 혹은 어떤 한 영역에서의 통찰력을 통해서 다른 영역에 대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었다.

 

좋은 내용으로 가득했고 여러 생각들을 해보게 만드는 책이었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가득했지만 무언가 씁쓸함을 느끼게 되기도 했었다.

 

왜 그랬던 것일까?

 

이렇게 훌륭한 책을 읽게 되었을 때 어렴풋하게 느껴졌던 아쉬움은 내용의 허술함 때문이 아니라 야구는 야구에 관한 이런 멋진 책이 있는데, 축구는 어째서 이와 같은 책이 없을까? 라는 아쉬움 때문이었다.

 

축구야말로 좀 더 세계적인 인기와 관심을 받고 있음에도 야구란...’과 같은 책은 없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었는데, 이런 의문은 너무 성급한 의문이었고, ‘야구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어쩌면 야구란...’에 비교해도 좀 더 탁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축구란 무엇인가를 통해서 축구가 안겨줄 수 있는 수많은 재미들을, 승리의 짜릿함과 열광, 패배의 쓰라림과 실망감, 희열과 분노, 감탄과 탄식, 열정과 눈물, 그리고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서 단지 축구만이 아닌 축구 외의 것들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축구라는 영역을 넘어서기도 하는 등 독특하다면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의미 깊은 논의들을 600쪽이 넘는 묵직한 두께로 저자인 크리스토프 바우젠바인은 우리들에게 자신의 다양한 생각-관심을, 이런 저런 정보와 시각과 생각을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독일인이고 역사와 철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그래서인지 단지 축구에 관한 글을 쓰기 보다는 (이제는 흔한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문학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다만 그렇게 인문학적인 영역-시각으로만 축구를 다뤄내는 것이 아니라(그랬다면 이 책은 축구에 관한 내용이 아닌 축구를 소재로 했을 뿐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축구의 매력 그 자체에 대해서도 깊숙하게 다뤄내고 있으면서도 그것 말고도, 축구를 통해서 축구의 영역을 넘어선 논의들도 다뤄내고 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로운 생각()을 많이 접하게 되기도 했지만, 그렇기 때문인지 조금은 읽어내기가 쉽지가 않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혹은 그 까다로움이 좀 더 축구의 매력을 강하게 만들어주고 있고 읽는 재미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저자는 축구가 과연 무엇인지를 말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고, 해체하고 있으며 뜯어내고 다시 조립하고 이어붙이고 있는데, 축구라는 것이 다양하고 방대하게 다뤄내야만 하는 영역이기 때문에 되도록 잘게 나눠놓고-잘라내서 각각의 조각들을 충분히 다뤄내려고 하면서 그 조각들을 합쳐내는 과정을 통해서 좀 더 거대한 그림-축구공을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무척 개인적인 감상과 축구에 대한 열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려고 하고 있고

때로는 다양한 인문학(사회학, 역사학, 철학 등)적 지식들을 통해서 생각지도 못한 논의들을 꺼내들기도 하고

수많은 사례들과 정보들 그리고 기록들을 들춰보기도 하는 등 어떻게 이런 수준까지 올라서며 하나의 영역을 다양하게 다뤄낼 수 있을지 감탄하며 읽게 되었다.

 

읽다보면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하고, 방대한 내용에 압도되어서 무엇을 읽은 것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각각의 짧은 글들을 읽어나가며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와 함께 그 글의 조각들이 겹겹이 쌓여지면서 축구를 조금은 다른-다양한 방식으로 알아가는 느낌도 들어 무척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것 가타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종의 축구에 관한 (정돈되지 않고 장황스럽게 느껴지는) 글들의 나열처럼 느껴지게 되면서도 반대로 무척 세심하게 (여러 고민 끝에) 글들이 배치된 느낌도 들었는데, 아마도 별다른 생각 없이 배열되어 있기 보다는 깊은 고심 끝에 이런 구성을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이 맞을 것 같다.

 

생각 이상으로, 지나칠 정도로 촘촘하게 논의가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생각처럼 쉽게 읽혀지지는 않았는데, 축구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고 그 각별한 애정 덕분에 축구가 무엇인지를 이처럼 기가 막힐 정도로 (혹은 지나칠 정도로) 깊이 있게 다뤄낼 수 있었던 것 같고, 점점 더 상업화되고 있고 경기가 아닌 쇼가 되어가고 있다는 비판과 걱정 그리고 근심과 고민을 통해서 앞으로 축구가 어떤 식으로 변화될지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보게 되기도 했다.

 

인문학적

정치학적

사회학적

역사학적

그리고 그밖의 방식으로

 

축구를 통해서 위와 같은 방식의 시선으로 다뤄내기도 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학자들의 통찰력을 축구에 접목시키고 있기도 해서 조금은 읽는 과정이 힘들게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어려움과 힘겨움을 견뎌낸다면 축구가 좀 더 달라보이게 될 것 같고, 그걸 통해서 축구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되기도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축구는 축구이고, 그렇기 때문에 축구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매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흥미롭게 읽혀지게 되는 것 같다.

 

읽을거리가 풍부하고 그렇기 때문에 읽어가며 다양한 생각들을 가다듬어보게 된다.

 

과연 축구에 관해서 이보다 더 빼어난 책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축구란...’을 넘어서는 책이 과연 앞으로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하면서도 축구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책도 앞으로 쉽게 접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읽는 내내 감탄하고 탄복하면서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었다.

 

이건 최고다.

다른 방식으로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복해서 읽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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