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클럽
척 팔라닉 지음, 최필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척 팔라닉의 파이트 클럽은 처음에는 이 작품을 원작으로 한 데이빗 핀처의 영화 파이트 클럽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영화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어쩔 줄을 몰랐었는데, 다행히 얼마 후 원작도 번역-출판이 되어서 무척 열광하며 읽게 되었던 소설이다.

 

영화가 워낙 세기말 적인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지게 되었고 공개되었기 때문인지(1999), 그리고 그 당시의 개인적인 정서-감수성이 이 영화가 만들어내고 전달하려는 정서-감수성과 지나칠 정도로 가까웠기 때문인지 여전히 강렬하게 기억되고 있고, 자주 떠올리기는 하지만 그래서인지 일부러라도 잘 찾아보지 않게 되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여전히 그때와 같은 울분과 분노로 자욱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 같지만... 과연 그런지는 알 수 없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작의 팬들에게는, 척 팔라닉의 팬들에게는) 무척 불경스럽게 들리기는 하겠지만 원작 소설보다는 영화가 더 만족스럽게 느껴졌던 작품이었기 때문에 척 팔라닉의 소설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그의 소설이 갖고 있는 매력이, 수다스럽게 느껴지면서도 간결하고 압축적인 특유의 글쓰기가 만들어내는 자극이 무척 마음에 들어 척 팔라닉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았기 때문에(‘파이트 클럽을 제외한다면 서바이버정도가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의 글에 열광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이런 개인적인 평가에 대해서 크게 반론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그저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어느 쪽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둘 다 마음에 들지만 결국 한쪽이 더 좋을 뿐이다.

 

몇 번은 읽어봤기 때문에,

그리고 몇 번을 읽어봤다는 점만으로도 이미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척 팔라닉의 파이트 클럽은 어떤 식으로도 불만스럽거나 아쉬운 부분을 말하기 보다는 어떤 점들이 매력적이고 애정을 갖게 되는지를, 무엇이 그렇게 만족스럽게 만들어주는지를 말하는 것이 더 알맞은 방식일 것 같다.

 

당연히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이미 충분히 느꼈을 것이지만, 척 팔라닉의 파이트 클럽이 갖고 있는 매력은 재빠른 전개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것들에 대해서 뒤틀린 방식으로 울분을 토해낸다는 점일 것 같다.

 

삶의 분노를

세상에 대한 울분을

뒤틀린 방식으로... 마음껏 토해내고 있다.

 

냉소

혐오

비꼼

조롱

분노

혐오

그리고 기괴한 희열

 

모든 것에 대한 공허로부터 시작해서

자기혐오와 자기파괴로 향하기까지

 

이야기의 진행도 색다르고 흥미롭게 느껴지지만 어쩌면 그보다는 주인공의 생각-발언을 통해서 들려주는 그리고 타일러 더든을 통해서 들려주는 현대사회에 대한 온갖 토악질들이 더욱 더 관심을 끌게 만들고 (위험한 방식으로) 설득되어버리는 것 같다.

 

강렬하고 자극적이다.

그리고 읽게 된다면 잊을 수 없게 만든다.

흉내내고 따라하고 싶어질 정도로... 충동적으로 만든다.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그다지 설득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무척 충격적으로 그리고 자극적으로 모든 것을 파괴하고 부셔버리는 것에 동참하도록 선동하고 있다.

 

세상에 대한 애정보다는 혐오와 환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눈살을 찌푸리거나 고개를 돌리고 싶어지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 시선에 약간이라도 동의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감탄스럽게 지켜보고 싶어지는 사람들이라면 척 팔라닉의 파이트 클럽은 너무나도 아끼게 되는 소설이 될 것 같고 그 어떤 작품들에 비해서도 뒤떨어지지 않는 완성도와 매력을 담고 있다고 말하게 될 것 같다.

 

각별함이라는 표현을 쓰게 만들고 싶어질 것이다.

 

끊임없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싶어지고,

죽음()을 꿈꾸는 절망으로 가득한 사람들이라면

공허로 허우적거리고 좌절감으로 가득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과격한 방식의 냉소와 농담 그리고 지저분하고 뒤틀린 상상력이 한없이 유혹적으로만 느껴지게 될 것 같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다.

 

현대사회에 대한 해괴한 방식의 조롱이라는 것이 분명하지만... 과연 그 조롱이 어떤 해결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인지 그게 아니면 순간적인 재치에 불과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어쩐지 대답을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약간의 실마리는 알려주고 있기도 한 것은 아닐까?

 

아직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판단이 되진 않는다.

 

파이트 클럽에 대해서 특별한 정보나 내용을 설명해주고 싶지는 않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것들은 이 책을 읽는 것에 중요한 것은 아닐 것 같다.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이해할 것이다.

 

추락하고 망가지고 부셔진 사람들이라면... 읽어보면 그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닥까지 내려가야만... 알 수 있다.

 

 

참고 : 20세기 말의 혹은 21세기의 미래파에 대한 짓궂은 농담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결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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