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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언젠가는 빅폴을 만날 거야
김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3월
평점 :
제목만을 들어서는 빅폴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궁금증을 느끼게 되는 ‘당신도 언젠가는 빅폴을 만날 거야’는 제목을 통해서 느껴지기는 자기개발-계발 서적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나 밝고 희망적인 내용으로 꾸며진 삶에 대한 무언가를 말해주려고 애쓰려는 내용일 것 같다고 생각되었지만 (실제로도 조금은 그렇기도 했다) 나름대로 알찬 내용으로 꾸며져 있었고, 읽으면서 이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하며 신선한 놀라움도 느끼게 만든다.
저자는 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국제사회복지사인데, 단순한 국제사회복지사라면 그럭저럭 존경받고 주목받을(만한) 사람이었겠지만 척추장애와 그밖의 여러 삶의 커다란 부침들을 겪은 과거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그리고 존경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당신도...’는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수많은 고뇌와 삶의 상처를 어떤 식으로 이겨내려고 했었고 받아들이려고 했었는지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프리카라는 장소가 저자에게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장소였는지를, 그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공간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알려주며 자신의 경험과 생각 그리고 삶과 사람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과 의견들을 솔직하게 그리고 진솔하게 들려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굴곡진 삶이었지만(혹은 혹독함으로 가득한 삶이었지만) 결국 스스로의 삶에서 도망치려고 하거나 괴로움에 빠져들기 보다는 그 고통과 가혹함을 마주치고 들여다보며 (그리고 이겨내고 흘려보내며) 삶의 본질을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아내려고 했다는 점에서 (찾아냈다는 점에서) 일종의 종교적인 깨달음을 얻고 있기도 한 것 같다.
대단하다는 말을 하게 되고,
감탄하며 저자의 삶을 따라가 본다.
나라면 과연 저럴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묻도록 만드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저자의 삶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폄하를 하거나 딴죽을 걸고 싶지는 않게 되는데, 어떻게 장애를 얻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방황과 많은 방황 이후 마음을 고쳐먹고 삶의 자리를 잡은 뒤 새로운 삶을 위해 아프리카로 향해서 겪었던 온갖 고난들을 담백하게 들려주며 자신의 겪었던 다양한 사건-경험들을 통해서 느꼈던-깨달았던 생각들을 함께 알려주면서 삶과 사람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들을 겸손하게 말해주고, 그 솔직함과 겸손함 그리고 소박함에 감탄하게 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어 때로는 반박하고 싶거나 다른 생각을 말하고 싶어지다가도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얘기해주고 있다.
저자는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삶의 본질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본질을 알게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통찰력과 깨달음을 얻는 과정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은 한편으로는 굳이 그렇게 고생을 일부러 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쉽게 하게 될 수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어려움-힘겨움으로 인해서 뿌리칠 것 같은 경험들로 가득하기만 한 것 같다.
아마도 그녀가 겪었던 다양한 상처들과 고통들이 그녀의 생각들을 더 커다랗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인데, 신체적인 어려움과 그로 인해서 겪었던 많은 (굴욕이나 모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고통에 좌절하지 않고 이겨냈다는 것에 큰 존경심을 갖게 만들게 되고, 단순히 이겨낸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삶을 통해서 자신의 삶을 그리고 타인의 삶을 좀 더 깊숙이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더욱 더 본받고 싶어지게 만든다.
초반과 중반까지의 이야기는 자신의 과거와 아프리카에서의 생활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들을 전달하고 있다면, 후반부의 내용들은 아프리카에서의 생활 속에서 그리고 뉴욕과 한국에서의 생활을 통해서 저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깨달음을 들려주고 있는데, 좋은 이야기들이 많고 귀담고 귀를 기울일 생각들이 많기는 하지만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그리고 삶의 본질을 알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경험을 강조하려고 하다 보니 아프리카의 삶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지우려는 노력이, 도시에서의 삶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한편으로는 오해와 편견을 없애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하지만 그런 노력으로 인해서 오히려 또다른 오해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말하게 되기도 한다.
그것만 조심한다면 아마도 더 좋은 책읽기가 될 것 같다.
쉽게 읽혀지기는 하지만 담겨진 내용은 쉽게 읽고 잊을 내용은 아니라 좀 더 생각해보고 음미하며 읽어야 할 필요성도 있었던 것 같다.
그걸 알면서도 급하게 읽어버린 것은 순전히 내 잘못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게 된다면 되도록 서둘러 읽기보다는 천천히 아껴가며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을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나처럼 읽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