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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 Watchmen 1 ㅣ 시공그래픽노블
Alan Moore 지음, 정지욱 옮김 / 시공사(만화)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참고 : http://acomics.co.kr/archives/17835#.U8rq4UDSxNY
참고 : http://blog.naver.com/ghost0221/60078144072
지금까지 발표된 수많은 (걸작) 그래픽 소설들 중에서 단연 최고 중의 최고로 손꼽히는 작품이고, 단순히 그래픽 소설들 중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추켜세워질 뿐만 아니라 그래픽 소설을 넘어서 문학작품으로서 평가되기도 하는(하지만 앨런 무어는 그런 식으로 평가된다면 무척 기분이 상할지도 모르겠다. 앨런 무어는 오직 그래픽 소설이라는 방법론을 통해서만 ‘왓치맨’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퉁명스럽게 말할 것 같다) 앨런 무어의 ‘왓치맨’은 그 명성으로 인해서 너무 큰 기대를 갖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기억에 남을 만한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래픽 소설의 영역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는 그래픽 소설에 대해서 많은 이해가 없음에도 충분히 공감되는 평가일 것 같고, 그림과 글로 구성된 작품을 넘어서 좀 더 유기적으로 이해될 수 있을 작품이기도 할 것 같다.
그래픽 소설에 대해서 좀 더 이해가 깊은 사람들이 더 호들갑스럽고 자세하게 설명해줄 것 같으니 이 위대한 작품에 대한 장황한 칭송은 이쯤에서 그쳐도 될 것 같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왓치맨’을 원작을 통해서 접하기 보다는 영화를 통해서 거꾸로 접하는 경우게 된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느린 호흡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 느슨한 진행을 이유로 들어) 영화에 비해서 야박한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반대로 세세한 내용들까지 다뤄지고 있고, 복잡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에 좀 더 여러 방식으로 작품을 이해해볼 수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원작의 탁월함을 반복해서 얘기해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진행의 순서상으로는 영화와 조금은 다른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영화나 원작이나 크게 차이가 없으며, 영화가 원작을 좀 더 압축시켜서 진행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특별히 어렵거나 헷갈리게 만들면서 읽혀지진 않고 있다.
코미디언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해서 의문스러움을 느낀 로어셰크가 코미디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뤄내고 있는 ‘왓치맨’은 영화에서는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내면에 대해서 원작에 비해서는 덜 상세하게 다뤄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원작을 보게 된다면 좀 더 등장인물들의 관점들과 세상에 대한 시선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로어셰크의 경우 일기를 통한 독백으로 사회에 대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혐오를 계속해서 강조하면서 어째서 그렇게 뒤틀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깊숙이 탐구하고 있는데, 나중에 다뤄지는 정신과의사와의 면담이 더해지면서 코미디언의 냉소적인 입장과 닮은 것 같으면서도 무척 다른 입장을, 외골수 적이면서 상처투성이의 내면을 어떻게 삐뚤어진 방식으로 사회로 향하도록 했는지를 알도록 만들어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을 잠시 바라보도록 만들고 있다.
이처럼 ‘왓치맨’은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사람들에 따라서는 견디기 어려운 작품으로 생각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진행 도중 별도의 내용들(회고록의 발췌, 기사, 인터뷰, 보고서 등등)을 통해서 좀 더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해주고 있고, 작품이 진행되는 시점 이전의 과거에 대해서 그리고 ‘왓치맨’의 세계관을 좀 더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내용들도 있어서(그게 아니면 장황한 설명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생략하기 위한 경우도 있다) 무척 복잡한 성격의 작품으로 이해되도록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여러 방식으로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만들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다지 친절한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코미디언의 죽음으로 인해서 주요 등장인물들이 그와의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며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되짚고 있고, 그런 거슬러 올라오는 과정을 통해서 등장인물들의 개성과 성격 그리고 특징들을 강조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복잡하게 만들고 확장시키고 있기도 한 것 같다.
영화를 통해서는 등장인물들의 감수성과 내면에 대해서 조금은 단편적으로만 이해될 수 있었던 내용들이 그래픽 소설을 통해서는 좀 더 공감하게 만들고 있고, 그들의 고독과 우울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게 되기도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앨런 무어는 그래픽 소설만이 그가 원하는 수준만큼 깊이 있게 등장인물들의 감정을(또한 이야기를 통한 자신의 생각들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1권의 후반부에서 자세하게 다뤄지는 닥터 맨해튼이나 로어셰크에 관한 내용들을 생각한다면 그리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
닥터 맨해튼의 고독이나
로어셰크의 어둠이나
오직 그래픽 소설을 통해서만 더 그들의 내면으로 파고들 수 있을 것 같다.
참고 : ‘왓치맨’의 다른 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검은 수송선 이야기는 빼버렸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좀 더 암울함과 비극성을 강조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쩐지 만족스럽게 ‘왓치맨’의 이야기와 결합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